2021년 4·4분기 50.1%. 2022년 내내 40%를 넘던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1·4분기 5%로 내려앉았다. 4년 3개월 만에 10분의 1 남짓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사는 21일 오전 비 내리는 서울 중구 명동에서 골목 구석까지 돌아다녀 봤지만, 찾아낸 공실은 인테리어 공사 중이던 두 곳뿐이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오히려 현장은 반대 방향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상권이 되살아난 만큼 임대 조건이 다시 뛰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공인중개사는 중심 상권에 40㎡ 가게를 내려면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쳐 20억원 이상, 임대료는 8000만원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글은 그 숫자가 어떤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는지를 풀어보려 한다.
명동은 어떤 곳인가
명동은 서울 중구의 번화가로, 명동1·2가를 포함해 충무로1·2가, 을지로1·2가 일대까지 행정적으로 묶이는 지역이다. 핵심 면적만 0.9㎢ 남짓에 불과하지만 서울 도심 지하철역 여러 곳이 맞닿아 있고, 도심 주요 호텔과 백화점, 대형 상업시설이 도보 거리에 있다. 그래서 명동은 어떤 상권보다도 "지나가는 사람의 절대량" 자체를 상품으로 삼아 온 곳이다.
그 절대량이 2020년 이후 거의 사라졌다가 다시 채워지는 동안, 명동의 매출 구성은 조용히 다른 시험을 받아 왔다. 기사는 이번 회복의 배경으로 K팝·K뷰티를 접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지목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로 올해 1·4분기 방한 외국인은 476만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명동의 랜드마크, 명동예술극장 — Wikimedia Commons, CC0
되살아난 순서 — 바닥은 2022년이었다
기사에 기록된 회복의 타임라인은 꽤 선명하다. 2021년 4·4분기 50.1%에서 2022년 내내 40%대에 머물던 공실률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말, 20%대로 떨어지면서였다. 이어 2025년 1·4분기 11.2%, 2·4분기 7.2%로 낮아졌고, 올해 1·4분기 5%가 됐다. 순서를 뒤집어 보면, 명동은 "빨리 회복한 상권"이 아니라 "가장 깊게 무너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상권"에 가깝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330㎡를 넘는 일반건축물을 말한다. 즉 기사가 측정한 것은 명동의 노점이나 소규모 점포가 아니라, 자본이 얹힌 큰 건물들의 바닥 상태다. 큰 건물이 다 차면 그 뒤에는 반드시 작은 점포들과 골목이 따라온다. 반대로 큰 건물이 비면 골목도 함께 비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실률이 상권 판독의 선행 지표로 쓰이는 이유다.
임대료가 뛰는데도 공실이 없는 이유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를 기사는 이렇게 옮긴다. 2024년 4·4분기 3.3㎡당 22만254원이던 건물 임대료가 1년 만에 25만833원으로 13.9% 올랐고, 1층만 떼어 보면 같은 기간 상승폭이 34.9%다. 1층이 훨씬 세게 오른 점이 중요하다. 관광 수요가 강한 상권은 보행 동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1층 간판 자리에서 수익이 나기 때문에, 1층의 가격이 상권 전체의 온도계가 된다.
가격이 이렇게 뛰는데도 공실이 없다는 것은 임대시장의 균형점이 위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를 조금 낮춰 채우느니 비워 두고 조건을 기다리는 쪽이 유리하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명동에서 버틸 수 있는 업종과 한계 매출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기사가 전한 점포 폐업률이 세 분기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대목도 같은 방향으로 읽힌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 — 보증금·권리금·월세
명동의 "20억원"이라는 숫자를 이해하려면 한국 상가 계약의 세 칸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맡기는 돈으로, 나가면 돌려받는다. 월세는 매달 내는 사용료다. 그리고 권리금은 세는 돈도 빌리는 돈도 아니다. 상가를 임차한 사람이 확보한 영업상의 이익 — 단골, 지명도, 인테리어·시설, 유동인구가 만들어 놓은 자리 값 — 에 대해 다음 임차인이 전 임차인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일정 요건에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지만, 금액 자체는 시장에서 정해진다.
공실률은 이 세 칸의 가격이 서로 어긋날 때 움직인다. 유동인구가 줄면 매출 한계가 내려가고, 매출 한계가 내려가면 임대료와 권리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진다. 거꾸로 수요가 붙으면 권리금이 먼저 뛰고, 그다음에 임대료가 따라오른다. 기사에서 보증금과 권리금을 하나로 묶은 "20억원 이상"이라는 표현은, 현장에서 이 두 숫자가 이미 구분해서 이야기되지 않을 만큼 함께 부풀었음을 시사한다.
명동 큰길의 대형 전광판과 인파 — Izzatfikry99, CC BY 4.0 (Wikimedia Commons)
업종은 어떻게 바뀌었나
기사 본문에서 업종별 증감을 직접 제시하는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기사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K팝·K뷰티", "접근성"이다. 이 세 단어가 상권의 수요 함수를 말해 준다. 화장품·기념품·캐릭터 상품처럼 사진 한 장과 작은 구매로 끝나는 소비, 대기 시간이 길어도 괜찮은 체험형 카페와 매장, 그리고 언어 장벽이 낮은 브랜드형 매장 쪽이 명동의 1층을 차지한다. 반대로 한국인 단골의 반복 구매를 먹고 살던 식당·주점·생활 서비스는,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의 객단가가 나오지 않으면 위층이나 골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런 업종 교체는 상권의 "죽음"과는 다른 현상이다. 매출은 돌아오는데 그 매출을 만들어 내는 고객과 업종이 이전과 달라지는 것, 다시 말해 같은 자리에서 다른 사업이 새 임대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반전 — 임대료가 오르면 살아난 것인가
공실률 5%와 임대료 13.9% 상승이 동시에 나오면 "명동은 이겼다"로 읽히기 쉽다. 하지만 같은 숫자는 "관광 수요에 기대지 않는 업종은 명동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실이 없다는 것은 대체가 빠르다는 것이지, 남은 사업체들이 모두 이전보다 잘된다는 뜻은 아니다. 1층 임대료가 34.9% 오르는 동안 매출이 같은 폭으로 올랐다는 자료는 기사에 없다.
또 하나의 반전은 회복의 동력이 내수 소비가 아니라 국경 밖에서 왔다는 점이다. 방한 외국인 수라는 변수는 환율·항공권 가격·국제 정세 한 번에 흔들린다. 유동인구가 특정 국적의 관광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상권은 회복이 빠른 만큼 충격에도 빠르다. 지금 명동의 낮은 공실률은 튼튼함의 증거라기보다, 얇지만 매우 뜨거운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다른 상권과 견주면
명동과 대조되는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대학가와 신촌이다. 이들 상권은 1차 소비자가 유학생·학생·직장인이고, 그 수요는 관광객처럼 단기간에 배로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그래서 객단가가 낮고 반복 방문이 매출의 기둥이 된다. 명동처럼 권리금이 몇 배로 뛰는 일은 드물고, 그 대신 임대료 인상에 대한 저항도 조직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기사에서 다른 지역과의 직접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료를 읽을 때의 한계
이 기사는 부동산 현장의 시각을 담은 르포다. 인용된 임대 조건은 공인중개사 한 사람의 개별 사례이며, 명동 전체의 평균 계약 조건이 아니다. 공실률과 임대료는 한국부동산원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라는 공적 통계지만, 어떤 면적을 모집단으로 잡았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방한 외국인 수가 역대 최대라는 사실 역시 그 소비가 명동에서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반대로 관광지를 홍보하려는 지자체나 상가 임대를 권하려는 중개업의 이해관계가 숫자의 강조점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함께 열어 두어야 한다.
독자에게 묻는다
상권이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빈 점포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 자리에 들어온 사업체들이 3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일까. 관광 수요에 기대어 임대료가 뛰는 거리를 보면, 우리가 "살아난 상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누구의 성공인지 한 번쯤 되묻게 된다.
참고 자료
권준호, 「명동 메인상권 보증·권리금만 20억…"그마저도 공실 없어요"[르포]」, 파이낸셜뉴스(다음 뉴스 경유), 2026년 5월 21일. https://v.daum.net/v/20260521180859328
명동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명동
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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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0.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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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0.31 21:08
ㄹㅇㅋㅋ 개성 있는 가게들은 다 밀려나고 결국 어디 가나 똑같은 브랜드들만 남아서
명동만의 색깔은 아예 없어질 듯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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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0.31 20:41
근데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정세 조금만 불안해져도 다시 텅텅 빌 것 같음 ㄷㄷ 진짜 튼튼하게 살아난 건지는 의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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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0.31 21:22
ㄹㅇㅋㅋ 그냥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느낌이라 언제 터질지 몰라서 무서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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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0.31 22:10
맞아요ㅋㅋ 그냥 반짝 특수 같은 느낌임
내수 기반이 없어서 진짜 위험해 보이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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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0:05
좋은 분석인데 한 가지 보충하자면, 관광객 수요에 의존하는 상권이 꼭 취약한 것만은 아닙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의 서울 생활인구 자료상 명동 상권 생활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주말 관광객 집중이 상가 임대료를 밀어올리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 명동 정의는 위키백과 기준 면적 0.91㎢에 법정동 20여 개를 묶은 행정 범위라 통계 단위도 함께 봐야 합니다. -
빗방울
2026.11.01 01:59
1층만 34.9% 오른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명동에서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건 화장품 매장이 아니라 골목 안쪽 국수집이었는데, 이제 그런 자리는 위층으로 밀려났겠죠. 다들 비슷한 브랜드만 남는다고 걱정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골목 위층에 뭐가 들어왔는지가 궁금합니다. 그쪽에야말로 이전 명동의 손님들이 머무는 곳일 테니까요.
모든 이야기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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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건물주만 배불리는 구조인듯 ㄷㄷ 저런 식으로 임대료 계속 뛰면 나중엔 진짜 뻔한 프랜차이즈밖에 안 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