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창문을 열어 두고 누우면, 잠들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방에 어느 순간 귀 옆에서 “윙—” 하는 소리 하나가 생긴다. 불을 켜고 두리번거려도 보이지 않다가, 불을 끄고 5분쯤 지나면 다시 그 자리, 대개 귀나 발목 근처에서 같은 소리가 난다. 문을 닫아 두었는데도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
“이산화탄소를 따라온다”는 설명은 어디까지 맞나
가장 흔한 설명은 “모기는 이산화탄소를 따라 사람을 찾는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모기는 이산화탄소에 실제로 반응하고, 사람의 경우 이산화탄소는 다른 유인 신호보다 훨씬 멀리까지 퍼진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는 방 안의 모기가 왜 유독 귀 옆에 나타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는 방 전체에 조금씩 고르게 섞이려 하고, 코와 입에서 나오는 농도 구배(고농도에서 저농도로 값이 줄어드는 방향)는 머리 주변에서도 이미 흐릿해졌다.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어느 쪽인지를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기 중 확산은 빠르지만 대류와 체류 공기 때문에 실제 농도장은 뒤섞인다. 그래서 이산화탄소는 “저기에 사람이 있다”는 정도의 신호이고, “정확히 여기 얼굴이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기는 한 가지 단서로 사람을 찾지 않는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다른 단서로 갈아타는 단계식 탐색을 한다.
1단계: 멀리서는 냄새의 방향을 읽는다
모기는 더듬이(antenna)와 작은턱수염(palp)에 붙은 감각털로 공기 중 화학 물질을 읽는다. 이 감각털 하나하나가 수용체를 가진 작은 냄새 탐지기이고, 좌우 두 더듬이가 받는 농도의 미세한 차이가 방향 단서가 된다. 사람이 내보내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피부에서 나오는 젖산, 암모니아, 여러 휘발성 유기물이 함께 후보가 된다. 체취 성분만으로도 수십 미터 밖에서 반응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그 거리와 농도는 연구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서 “몇 미터”를 하나의 숫자로 못 박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정밀한 좌표가 아니라 대략의 방향과 “사람 냄새 있음” 판정이라는 점이다.
수컷 Culex pipiens의 깃털 모양 더듬이 — 이 빗살 구조가 냄새 분자를 잡아내는 감각털의 밀도를 만든다. — Sajin Raj K (Nilambur, India), CC BY 2.0 (Wikimedia Commons)
수컷의 더듬이가 훨씬 크고 깃털처럼 보이는 이유는 암컷을 찾는 냄새(페로몬)를 잡기 위해서다. 사람 피를 빨아먹는 암컷도 같은 원리의 수용체를 쓰지만, 자극하는 분자가 다르다. 즉 더듬이의 구조는 “공기 중 분자를 방향 정보와 함께 읽는 안테나”라는 기능을 그대로 보여준다.
2단계: 가까워지면 시각으로 형체를 확인한다
냄새 신호를 따라 가까이 오면 모기는 눈을 쓴다. 모기의 겹눈은 수백 개의 작은 눈(ommatidia)으로 이루어져 해상도가 낮지만, 어두운 배경 위에서 움직이는 어두운 덩어리와 대비에는 잘 반응한다. 그래서 방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면 모기의 반응이 달라지고, 벽에 붙어 있던 모기가 날아오르는 일이 흔하다. 여기에 몸에서 나는 열복사가 더해진다. 모기는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열을 감지할 수 있어 가까운 거리에서는 “따뜻하고 어두운 덩어리”가 사람 후보가 된다.
정리하면 거리별 단서가 바뀐다. 멀리서는 화학 신호(이산화탄소·체취), 중간 거리에서는 흐르는 공기의 방향과 움직임, 아주 가까이에서는 열과 습도, 그리고 피부 표면의 형태다. 이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각 단서의 도달 거리와 정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냄새는 멀리 가지만 좌표가 흐릿하고, 시각과 열은 좁은 범위에서만 작동하지만 정확하다.
3단계: 착지 후에는 감각으로 피부를 고른다
모기가 피부에 내려앉으면 다리 끝의 감각기(맛·온도·습도 수용체)로 표면을 더듬는다. 이때 털이 적은 곳, 땀으로 습기가 있고 피부 아래 모세혈관이 가까운 얇은 곳이 유리하다. 이 단계는 촉각과 화학 감각의 혼합으로, “살갗에 뭐가 닿았다”는 감각이 사람에게 남는 순간이기도 하다. 침을 뿌려 혈액 응고를 늦추고 피를 빨아들이는 작업은 이때 시작된다.
그래서 모기에게 “찾는 것”은 한 지점이 아니라 여러 조건의 교집합이다. 사람이 여럿 있는 방에서 한 명에게 더 많이 모이는 이유도 이 교집합이 달라서다. 체온이 높거나, 움직임이 많거나, 냄새가 진한 사람에게 여러 단서가 동시에 맞아떨어진다.
“모기향·스프레이가 통하는 이유” — 같은 감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람 피부에 붙어 피를 빨아들이는 Aedes aegypti — 착지 후 다리로 표면을 더듬고, 침을 주입한 뒤 빨아들인다. — 미국 농무부(USD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후처리본)
기피제 중 널리 쓰이는 성분들은 대부분 모기의 후각 수용체를 막거나 흐리게 만든다. 실제로 모기가 해당 냄새 자극에 반응하는 시간·회수를 재는 실험으로 효과를 평가한다. 즉 “냄새를 가려서 사람의 냄새 지도를 지운다”는 원리이고, 그래서 모기가 기피제를 바른 부위에 내려앉더라도 곧 뜨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로 연기(모기향)는 그 자체보다 공기 흐름과 후각을 동시에 교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기”나 “모기 소리 앱”은 원리를 설명하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방 안에서 사람을 대체할 만큼의 이산화탄소 농도 구배를 만들면서 시각·열·습도 단서까지 함께 흉내 내기는 어렵다. 효과를 이야기하려면 “무엇을 얼마나 흉내 냈는지”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이 설명이 틀리는 경우
첫째, 종마다 단서의 비중이 다르다. 어떤 종은 사람 냄새보다 동물의 체취나 어두운 색 대비에 더 민감하고, 어떤 종은 실내보다 야외에서 활동한다. 둘째, 풍속이 큰 곳에서는 냄새가 빠르게 희석되어 방향 정보가 사라지므로 이 단계식 설명이 약해진다. 셋째, 모기가 이미 “흡혈 욕구가 충족된” 상태라면 사람 쪽 단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같은 방에서도 모기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또 하나의 한계는 이 글에 담긴 수치가 대부분 정성적이라는 점이다. 감각 수용체 수, 반응 임계 농도, 유효 거리 같은 값은 실험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이 글에서는 확인된 범위를 넘어 특정 숫자를 단정하지 않았다. “모기는 냄새를 따라온다”는 문장은 옳지만 충분하지 않고, “모기는 정확히 사람의 얼굴을 안다”는 문장은 과장이다.
생활에 적용되는 판단 2~3개
① 공기 흐름을 먼저 다스려라. 선풍기를 사람 쪽이 아니라 방 전체 공기를 섞는 방향으로 틀면 냄새 구배가 흐려져 모기의 방향 탐색이 어려워진다. ② 냄새를 가리는 쪽이 더 직접적이다. 기피제는 피부 표면의 화학 신호를 줄이므로, 시각·열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단서를 건드린다. ③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줄여라. 가까운 거리에서는 움직임과 대비가 결정적이므로, 가만히 있을 때보다 활동할 때 모기가 더 반응하기 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기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호가 겹치는 지점에 착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행동이 훨씬 예측 가능해진다. 어느 한 가지를 완벽히 막는 것보다, 여러 단서를 동시에 흐리는 편이 방 안에서 체감 효과가 크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방 안에서 모기가 유독 어느 부위를 노렸나요? 귀, 발목, 손목, 아니면 머리카락 사이였나요? 그 위치가 “열·습도·냄새·움직임” 중 어느 단서와 잘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로 경험을 나눠 주세요.
참고 자료
- Wikimedia Commons, “Aedes aegypti biting human” (USDA,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Antennae of male Culex pipiens” (Sajin Raj K, CC BY 2.0)
- 모기 후각·시각 유인 신호에 관한 개괄: 모기 행동생태 연구 문헌(이산화탄소·젖산·열 반응) 및 기피제 평가 실험 관련 일반 서술
- 본문 수치는 확인되지 않은 값을 배제하고 정성적으로 서술했습니다.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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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3:04
저는 늘 발목만 물려서 '모기가 유난히 발목을 좋아하나' 싶었는데, 맨발에 땀이 차 있고 모세혈관이 얕은 곳이라 그렇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반대로 귀 옆에서만 윙윙거리는 건 열보다는 움직이는 머리를 보고 온다는 쪽인가요? 그렇다면 선풍기를 사람이 아니라 방 안쪽으로 돌려 공기를 섞으면 정말 덜 괴롭힐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여름엔 좀 더 해볼 만한 처방 같네요. -
빗방울
2026.11.01 03:28
저는 모기 소리가 유독 귀 옆에서 들려서 '얼굴을 콕 집어 노린다'고 생각했는데, 시각이 아니라 열·습도와 얇은 살갗 쪽으로 착지하는 거라는 설명을 보니 납득이 되네요. 그렇다면 목덜미나 손목도 귀와 비슷한 조건일 텐데, 옷으로 가려진 부위는 덜 문다는 것도 결국 표면 단서 문제인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귀를 노래할 때 오히려 발목을 더 자주 물렸어요. -
빗방울
2026.11.01 05:28
저는 밤에 귀 옆에서 윙 소리를 듣고도 한참 못 찾다가 결국 발목을 먼저 물렸던 기억이 납니다. 소리는 귀에서 나는데 자국은 발목이라, 순서가 뒤집혀도 그냥 교집합이 겹치는 곳에 내려앉는 거였나 싶었어요. 선풍기를 벽 쪽으로 돌려 방 공기를 섞으라는 조언은 오늘부터 바로 해봐야겠습니다. -
빗방울
2026.11.01 05:42
읽다가 작년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집은 모기가 늘 발목만 노려서 늘 발목만 신경 쓰고 잤는데, 지난해부터는 선풍기를 벽 쪽으로 틀어 두니 확실히 덜 물리더군요. 냄새 구배를 흐린다는 대목에서 '아 그래서였구나' 싶었습니다. 혹시 같은 방에 두 사람이 있으면 체온 낮은 쪽이 덜 물리는 경향도 있을까요? -
빗방울
2026.11.01 07:56
결국 모기도 정답이 아니라 겹치는 신호 지점에 내려앉는다는 말이 가장 무서웠다.
모든 이야기1439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