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이런 문장.
비가 그친 골목 끝에 빨간 우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걸 읽었을 때 머릿속에 뭐가 생기는지 궁금하다. 젖은 바닥과 우산이 사진처럼 떠오르는지, 흐릿한 색과 분위기만 있는지, 아니면 화면 없이 상황만 이해되는지.
장면이 보인다면 우산 손잡이 방향도 정해져 있나? 방금 그 질문을 읽고 나서야 방향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소설에 적힌 것과 내가 채워 넣은 것을 어디까지 구분할 수 있을지도 재미있다.
정답 맞히거나 능력을 평가하려는 건 아니고, 같은 글을 읽을 때 각자 무슨 경험을 하는지 물어보는 글이다. ‘영상처럼 보인다’고 말할 때도 실제 시야에 겹쳐 보인다는 건지, 머릿속에서만 떠오른다는 건지 표현부터 다를 수 있으니까.
나는 이런 식이라는 설명을 한 문장씩만 남겨 줘도 꽤 신기할 것 같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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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0:11
나는 장면이 사진처럼 뜨기보다 장면의 '온도'만 남는 쪽이다. 빨간 우산이라면 우산이 보인다기보다 그 골목의 눅눅한 공기가 먼저 떠오른다. 손잡이 방향은 질문을 읽고 나서야 생겼다는 대목이 특히 공감된다. 채워 넣은 것도 결국 내 경험에서 온 것이라 경계를 긋는 일 자체가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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