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UTC 02시 09분, 오가사와라 제도(보닌 제도) 부근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진원 깊이가 492km였습니다. 지표에서 500km 가까이 내려간 곳, 암석이 유리처럼 단단하고 압력이 수 기가파스칼에 이르는 맨틀 영역에서 암석이 끊어진 것입니다. 이번 주 규모 5 이상 지진 가운데 가장 큰 지진이 지표면이 아니라 그 먼 곳에서 났다는 사실 하나로, 이번 주 리포트의 주제는 거의 정해집니다. 깊은 지진은 우리가 땅에서 느끼는 지진과 발생 원리부터 다르고, 그 깊이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는 것은 지구 내부의 판이 아직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번 주 가장 큰 진동은 492km 아래에서
USGS 기록상 이 지진은 깊이 492.4km, 규모 6.5였습니다. 체감 신고는 1건에 그쳤는데, 깊은 지진은 파형이 넓게 퍼지기 전에 감쇠해 지상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크다고 사람들이 놀란 것도 아니고, 이 지진은 쓰나미 플래그가 서지도 않았습니다. 이번 주 규모 5.0 이상 지진은 모두 58건, 평균 규모 5.35였고, 6.5를 넘은 것은 이 한 건뿐이었습니다. 이어 이스터섬 남동쪽 규모 6.4(깊이 10km), 바누아투 포트올리 남남동 규모 6.2(깊이 142.8km), 같은 지역 규모 6.1(깊이 116km), 일본 시마 남남동 규모 6.0(깊이 352.4km)이 뒤를 이었습니다. 규모 7 이상은 없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조용한 주처럼 보이지만, 이 주의 지구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하게 움직이는 방식이 달랐을 뿐입니다. 이번 주에는 깊이 300km를 넘는 지진이 셋(492km, 352km, 300km대) 기록되었고, 이것들은 모두 태평양판이 다른 판 아래로 파고드는 서태평양 섭입대 위에 놓여 있습니다. 얕은 지진은 판과 판이 맞닿은 경계의 미끄러짐이지만, 깊은 지진은 오래 내려간 판이 오래된 채로 남긴 흔적입니다.
지구의 지각판 경계와 활성 단층·섭입대·해령 분포도 — USGS(미국 지질조사국),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바누아투 — 한곳에 몰린 지구의 에너지
이번 주 지역별 집계에서 두드러지는 곳은 바누아투입니다. 58건 가운데 19건이 바누아투 지역에 몰렸습니다. 전체의 3분의 1입니다. 그다음이 필리핀 5건, 인도네시아 5건, 파푸아뉴기니 4건, 레이캬네스 해령 4건, 중국 3건, 일본 4건(본토 2건, 일본 지역 2건)입니다. 바누아투 19건 중에는 규모 6.2와 6.1이 포함되어 있었고, 포트올리(Port-Olry)라는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한 작은 도시의 이름이 한 주에 여러 번 나오는 일은 흔치 않으며, 그 자체가 판 경계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진의 깊이가 갈린다는 것입니다. 10월 29일 포트올리 남남동 규모 6.2는 깊이 142.8km, 10월 25일 포트올리 동북동 규모 6.1은 116km인 반면, 10월 28일 포트올리 서북서 규모 6.0과 10월 27일 규모 5.8은 깊이 10m 수준의 얕은 지진이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한 주 안에 얕은 지진과 중간 깊이 지진이 번갈아 일어나는 것은, 그 아래 수백 킬로미터 길이의 판이 한꺼번에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판 구조로 이 쏠림을 어떻게 설명하나
지도 위에 이번 주 점들을 찍어 보면 쏠림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바누아투는 호주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호상 열도(호상도)입니다. 태평양판이 호주판 아래로 파고드는 섭입대(뉴헤브리데스 섭입대)가 바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판 경계 지도에서 태평양을 둘러싼 U자 모양 선을 따라가면, 뉴질랜드 앞바다에서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불의 고리'가 보입니다. 이번 주 58건 가운데 상당수가 이 선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도면에서 다른 유형의 경계도 함께 보입니다. 아이슬란드 남서쪽의 레이캬네스 해령은 판이 벌어지는 해령이며, 이곳에서도 4건이 기록되었습니다. 해령의 지진은 판이 밀려나는 지점에서 일어나 규모는 대개 작지만 얕습니다. 반면 섭입대는 판이 파고들며 쌓인 응력이 크게 터질 수 있어 규모 6~7 수준이 드물지 않습니다. 판 구조로 보면, 이번 주의 58건은 지구 전체에 균등하게 흩어진 것이 아니라, 판이 서로 부딪히거나 벌어지는 선 위에 집중된 것입니다.
얕은 지진과 깊은 지진은 왜 다른가
지표에 가까운 지각은 차갑고 부서지기 쉽습니다. 암석이 탄성 한계를 넘으면 끊어지고, 그 순간 쌓여 있던 응력이 방출되어 우리가 아는 지진이 됩니다. 그래서 얕은 지진은 '깨진다'는 물리로 설명됩니다. 그런데 100km 아래는 온도와 압력이 높아 암석이 연성(dutile) 거동에 가까워집니다. 이론적으로는 끊어지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런데도 깊은 지진은 실제로 일어납니다. 현재 통용되는 설명은, 오래 살아남은 슬래브 내부의 차가운 코어에서 무언가가 계속 변형되며 응력이 집적된다는 것입니다. 슬래브 안의 탈수 반응, 상전이, 또는 맨틀 웨지로의 유체 이동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깊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그 깊이에 차갑고 단단한 판 조각이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점입니다. 이번 주 규모 6.5가 492km에서 터졌다면, 그 지점 아래로 내려간 판이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사이를 스치며 응력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쓰나미 플래그는 무엇을 말하나
이번 주 데이터에서 쓰나미 플래그(tsunami=1)는 1건이었습니다. 깊은 지진 중 규모 6.5가 그 플래그를 가져갔을 가능성이 크지만, 플래그는 경보의 발생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 플래그는 '이 지진이 해저에서 지진해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매개변수 조건을 충족했다'는 시스템 표시에 가깝습니다. 실제 쓰나미는 주로 얕은(대개 70km 이내) 해저 지진, 특히 해저에서 수직 변위가 큰 단층이 크게 미끄러질 때 발생합니다. 깊이 492km 지진은 지표를 밀어 올릴 수 없습니다. 이번 주 플래그 1건은 '쓰나미가 있었다'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확인할 만한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로 읽어야 합니다.
58건은 많았나, 적었나 — 기준선 없이는 답할 수 없다
규모 5.0 이상 58건이라는 숫자를 두고 많다거나 적다고 말하려면 기준선이 필요합니다. 장기 평균 통계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서 규모 5.0~5.9는 연간 약 1,500건, 6.0~6.9는 연간 약 120건 정도가 관측됩니다. 이를 주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5.0~5.9가 주당 29건, 6.0 이상이 주당 2~3건 수준입니다. 이번 주는 58건과 6.0 이상 6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산을 그대로 비교하면 오류가 생깁니다. 첫째, 이번 주의 58건은 USGS 피드의 지진을 집계한 것이며, 지진 관측망의 밀도가 낮은 지역(해양, 남극 주변)의 소규모 지진은 누락됩니다. 관측망이 개선되면 같은 지구에서 더 많은 지진이 '발견'될 뿐입니다. 둘째, 피드에 따라 규모 추정값이 다르고, 사후 재검토에서 규모가 바뀌기도 합니다. 셋째, 지구의 지진 발생은 무작위가 아니라 몰림(clustering) 경향이 있어, 한 주가 특별히 많거나 적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준선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관측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많았다'거나 '적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 목록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번 주 58건 가운데 한반도와 관련된 지진은 없습니다. 이는 한반도가 안정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단지 규모 기준이 높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규모 5.0은 상당히 큰 지진입니다. 한반도에서 규모 5.0 이상이 일어나는 일은 흔치 않으며, 그보다 작은 규모 3~4의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하지만, 이 목록의 기준점을 넘지 못하면 표시되지 않습니다.
또한 한반도는 판 내부에 위치해 판 경계처럼 큰 지진이 빈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판 경계 지진 목록만 보면 한국은 '조용한 땅'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판 내부 지진은 드물지만, 일어나면 인구 밀집지와 가까울 수 있고, 규모 대비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목록의 '없음'은 안전의 증거가 아니라, 규모 기준의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USGS Earthquake Hazards Program 피드: https://earthquake.usgs.gov/earthquakes/feed/
- USGS 이벤트 페이지(보닌 제도): https://earthquake.usgs.gov/earthquakes/eventpage/us6000u4r9
- 지구 지각판 경계 및 활성 단층 지도 — USGS,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이번 주 지구는 어디서 움직였나요? 우리가 사는 땅이 판 경계에서 이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먼 거리가 다음 지진의 준비 시간을 뜻한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번 주 어디서 '땅이 움직였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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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0:13
492km 아래에서 끊어졌는데 지상에서 느낀 사람이 한 명뿐이라는 게 신기하네요. 그렇게 깊은 곳에 차가운 판이 아직 남아 있다는 건 어떻게 확인하는 걸까요? 혹시 지진 경보 앱을 켜두시는 분들은 492km짜리에도 알림이 오나요? -
빗방울
2026.11.01 14:56
저도 예전에 규모 5짜리 지진을 겪었는데, 그때는 몇 초 느낌에 다들 웃으며 넘어갔어요. 한반도는 그렇게 넘어가는 잔진이 대부분이라는 게 다행인데, 리포트에서 말한 판 내부 지진은 규모가 작아도 인구 밀집지 가까이서 나면 훨씬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목록에 없다'를 '안전하다'로 읽지 않는 태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USGS 지진 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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