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픈 것과 발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40세 남성은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마다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왼쪽 다리에 힘이 빠졌고, 걸을 때는 발이 끌리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 운전하고 장시간 걸은 뒤 증상이 심해졌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신경차단술과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를 받았지만, 논문에 따르면 뚜렷한 호전은 없었다.
2024년 6월 29일, 그가 한방병원을 찾았을 때 치료해야 할 것은 통증만이 아니었다. 발끝을 다시 들어 올리는 힘도 돌아와야 했다.
이 환자의 약 14주를 기록한 증례보고가 국제학술지 Healthcare에 실렸다. 초음파 유도 약침과 동작침법을 포함한 한의 복합치료 사례다. 읽다 보면 결과만큼이나 치료 방향이 바뀌는 대목에 눈이 간다.
논문 초록. 두 페이지에 걸친 원문을 이어 붙였다. Yoon 등, Healthcare (2026), CC BY. 원문 보기
아픈 다리, 그리고 들리지 않는 발끝
족하수는 발 앞부분을 위로 들어 올리기 어려워지는 상태다. 걸을 때 발끝이 바닥에 걸리거나 발이 끌릴 수 있다. 이 환자는 MRI에서 제5요추와 제1천추 사이의 탈출된 디스크가 왼쪽 L5·S1 신경뿌리를 압박하는 소견이 확인됐다.
처음 측정한 다리 방사통은 10점 만점에 8점이었다. 발목을 위로 당기는 힘은 도수근력검사에서 3등급, 엄지발가락을 펴는 힘은 2등급이었다. 3등급은 중력을 이기고 움직일 수 있지만 검사자가 가하는 저항을 버티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2등급은 중력의 영향을 줄여줘야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 사례를 볼 때는 통증 점수 옆에 적힌 근력 수치를 같이 봐야 한다. 덜 아프게 된 것과 발을 제대로 움직이게 된 것은 같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증이 먼저 움직였다. 근력은 그대로였다
의료진은 초음파로 주변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면서 L5와 S1 신경뿌리를 표적으로 신바로2 약침을 시행했다. 통증이 퍼지는 부위와 신경 압박 위치를 연결해 치료한 것이다. 일반 침과 전침, 한약도 함께 사용했다.
초기 외래치료 뒤 허리 통증은 5점에서 3점으로, 두 부위의 방사통은 각각 8점에서 6점과 5점으로 줄었다. 그런데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근력은 여전히 3등급과 2등급이었다.
통증은 반응하고 있었지만, 발끝은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7월 26일 입원치료가 시작됐다. 8일간의 입원 기간에는 발목을 들어 올리는 데 관여하는 앞정강근을 대상으로 동작침법을 추가했다. 침 자극과 환자의 능동적인 발목 움직임, 의료진이 돕는 수동 움직임을 결합한 치료다. 추나치료도 함께 시행했다.
이 대목이 흥미롭다. 허리의 신경 압박을 치료하면서도 회복이 더딘 발의 움직임을 따로 살폈다. 저자들은 말초신경 문제가 함께 있을 가능성도 고려했다. 다만 신경전도검사를 시행하지 않았으므로, 두 곳에서 신경이 눌리는 이른바 ‘이중 압박’이 확진된 사례는 아니다.
8일 뒤의 변화, 그리고 14주 뒤의 수치
8월 2일 퇴원 당시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근력은 모두 4등급으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저항을 견디며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허리 통증은 1점, 두 부위의 방사통은 각각 3점과 1점이었다.
퇴원 후에도 외래치료와 경과 관찰이 이어졌다. 10월 7일, 치료가 마무리될 때 발목과 엄지발가락의 근력은 모두 5등급으로 기록됐다. 도수근력검사상 정상 수준이었다. 허리와 다리의 통증도 각각 1점이었다.
논문 Figure 2. 위쪽은 치료 일정, 아래쪽은 통증·근력·일상 기능의 변화다. 근력(MMT) 막대가 처음 3·2에서 마지막 5·5로 올라간다. Yoon 등, Healthcare (2026), CC BY.
일상생활의 불편을 보는 오스웨스트리 장애지수(ODI)는 입원 당시 62.22에서 퇴원 때 13.33, 치료 종료 때 6.67로 낮아졌다. 낮을수록 허리 문제로 인한 생활 제약이 적다는 뜻이다. 건강 관련 삶의 질을 평가하는 EQ-5D 지수도 0.344에서 1.0으로 높아졌다.
이 수치만으로 환자의 생활 구석구석을 알 수는 없다. 그래도 통증, 근력, 일상 기능이 같은 방향으로 좋아졌다는 점은 분명히 눈여겨볼 만하다. 이 사례에서 한의치료가 다루려 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도 보인다. 통증을 가라앉히고, 약해진 움직임을 되찾고,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일이 함께 진행됐다.
이 기록에서 더 연구해볼 만한 것
한의학의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은 이런 치료 과정이다. 초음파라는 영상 도구로 표적을 확인하고, 약침으로 신경 주변의 문제에 접근하고, 동작침법으로 움직임 회복을 도모했다. 환자의 반응을 보며 치료 구성을 바꾼 과정이 남아 있다.
임상가라면 통증과 운동기능의 회복 속도가 달랐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저자들은 동작침법을 더한 뒤 근력 변화가 나타난 시간적 흐름을 추가 연구의 단서로 제시한다. 앞으로는 비슷한 환자들을 모아 근력과 보행 기능을 일정하게 평가하고, 말초신경 검사까지 함께 한다면 어떤 환자에게 이 접근이 도움이 되는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 환자가 여러 치료를 함께 받은 기록이라 약침이나 동작침법 하나의 효과를 분리할 수는 없다. 시간에 따른 자연회복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치료 후 MRI가 없어 탈출된 디스크 자체가 얼마나 변했는지도 알 수 없다. 관찰 기간에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 시술의 안전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는 꼭 짚고 싶다. 새로 발이 처지거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은 신속한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이 사례를 보고 수술 평가를 미뤄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회음부 감각 저하나 배뇨·배변 이상까지 동반되면 응급 평가가 필요하다.
그 점을 전제로 읽으면, 이 논문은 충분히 반가운 기록이다. 발이 끌리던 환자에게서 14주 뒤 정상 등급의 근력이 확인됐다. 그 사이에 한의치료가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관찰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남았다.
평소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 동작, 발끝을 들어 다음 걸음을 내딛는 일. 이 증례의 숫자들이 가리키는 회복은 그런 움직임에 가깝다.
출처: Yoon YS, Choi J, Yoon S, Kim D. Integrative Korean Medicine Treatment Including Ultrasound-Guided Shinbaro 2 Pharmacopuncture and Motion-Style Acupuncture Treatment for Acute Lumbar Disc Herniation with Foot Drop: A Case Report. Healthcare. 2026;14:2949. DOI / 논문 전문
증상별 진료 안내 참고: NHS Scotland 척추 진료 경로, NHS 허리 통증 안내. 이 글은 증례보고를 풀어쓴 글이며 개인의 치료 선택은 진찰과 검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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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0:57
허허, 옛날 어른들 말에 '아픈 놈보다 못 쓰는 놈이 탈'이라고 했지요. 통증은 8점에서 3점으로 내려가는데 발끝은 꿈쩍 안 하던 대목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저도 젊을 적에 발목 삐고 한 달을 절었는데, 그때 생각나네요. 발끝 하나 들리는 게 참 큰일입니다. -
빗방울
2026.11.01 14:56
맞습니다. 통증이 줄어드는 것과 실제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이 사례가 명확히 보여주네요. 단순히 '안 아프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작침법 같은 능동적인 치료를 추가해 근력을 5등급까지 끌어올린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초음파로 정확한 위치를 잡고 환자의 움직임을 결합한 접근 방식이 현대적인 한의치료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발끝을 들어 올리는 그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회복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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