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4와 규모 5. 숫자만 보면 조금 커진 것 같다. 4에서 5니까 25% 정도?
지진에서는 그렇게 계산하면 한참 빗나간다. 규모가 1 커지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대략 32배가 된다. 규모 6과 규모 4의 차이는 약 1,000배다.
그런데 여기서 더 헷갈리는 일이 생긴다. 규모가 더 큰 지진인데도, 내가 있는 곳에서는 오히려 덜 흔들릴 수 있다. 지진 뉴스에 나오는 숫자를 하나씩 풀어보자.
숫자를 한 칸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규모는 로그 척도다. 작은 지진부터 거대한 지진까지 차이가 워낙 커서, 같은 간격으로 숫자가 늘어날 때 실제 크기는 배수로 커지도록 표시한다.
| 규모 차이 | 방출 에너지의 대략적인 비율 |
|---|---|
| 0.2 | 약 2배 |
| 0.5 | 약 5.6배 |
| 1.0 | 약 32배 |
| 2.0 | 약 1,000배 |
흔히 사용하는 근사 관계인 에너지 비율 ≈ 10^(1.5 × 규모 차이)로 계산했다. 지진별 에너지 방출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피해나 체감 흔들림의 배율을 뜻하지 않는다.
‘규모가 1 커지면 10배’라는 설명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리히터 규모에서 거리 등을 보정한 지진파 기록의 진폭을 설명하는 관계다. 에너지의 약 32배와는 기준이 다르다. 어느 쪽도 내 방이 무조건 10배나 32배 더 흔들린다는 뜻은 아니다.
규모는 지진의 크기, 진도는 그 장소의 흔들림
규모는 지진 자체의 크기를 나타낸다. 진도는 특정 장소에서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나타낸다. 그래서 하나의 지진에도 지역마다 진도가 다르다.
비유하자면 같은 공연장 스피커라도 바로 앞과 건물 밖에서 듣는 느낌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다만 지진파는 땅속 구조와 지반의 영향을 받으므로 거리 하나만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멀리 있는 사람의 ‘별로 안 흔들렸는데?’와 가까이 있는 사람의 ‘서 있기 힘들었다’는 말은 둘 다 사실일 수 있다. 지진 기사에서 규모만 읽지 말고 내 지역의 진도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같은 지진의 규모가 기관이나 발표 시점에 따라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관측 자료와 분석 방식이 다르거나 추가 자료로 추정치를 수정하기 때문이다. 지진이 뒤늦게 커졌다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지도 위의 거리만 보면 놓치는 것
지진이 시작된 땅속 지점을 진원, 그 바로 위 지표 지점을 진앙이라고 한다. 지도에 찍힌 별표가 가까워 보여도 실제 진원은 훨씬 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얕은 지진은 진원 가까운 지표에 강한 흔들림을 줄 수 있다. 깊은 지진은 지표까지 지진파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더 길다. 그렇다고 깊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발밑의 지반도 중요하다. 부드러운 퇴적층에서는 특정 주기의 흔들림이 증폭될 수 있다. 건물의 구조와 흔들림의 주기·지속시간까지 더해지면, 비슷한 거리에 있는 두 동네의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규모 몇이면 건물이 무너진다’는 식의 고정된 경계선을 긋기는 어렵다. 규모, 깊이, 거리, 지반, 건물 상태를 함께 봐야 한다.
재난문자는 지진을 미리 예언한 것일까?
조기경보는 이미 시작된 지진을 빠르게 감지해서, 강한 흔들림이 도착하기 전에 정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더 먼저 도착하는 지진파를 관측하고 통신으로 경고를 전달한다.
즉, 지진 발생 자체를 며칠 전에 맞히는 예측과는 다르다. 진원에 가까우면 경고보다 흔들림이 먼저 오거나, 대응 시간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현재 특정 지진의 날짜·장소·규모를 미리 정확하게 맞히는 신뢰할 만한 방법은 없다. 장기적인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연구와 ‘내일 몇 시에 대지진이 온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막상 흔들리면, 숫자 검색보다 몸부터
기상청 행동요령에 따르면 실내에서는 탁자 아래 등으로 들어가 몸을 보호하고, 흔들림이 멈춘 뒤 계단을 이용해 대피한다. 흔들리는 중에 급히 밖으로 뛰어나가다 유리나 간판 같은 낙하물에 다칠 수 있다.
- 실내: 튼튼한 탁자 아래에서 머리와 몸을 보호한다. 흔들림이 멈추면 안전을 확인하며 대피하고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는다.
- 실외: 건물·담장·전봇대에서 떨어져 머리를 보호하고,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넓은 공간으로 이동한다.
- 엘리베이터 안: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린 뒤 계단으로 대피한다.
실제 상황에서는 현장의 위험과 기상청·지자체 안내를 함께 따라야 한다. 경보를 못 받았더라도 강한 흔들림이 느껴지면 몸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에 지진 뉴스를 보면 ‘규모 몇’ 다음에 붙은 깊이와 지역별 진도도 한번 읽어보자. 같은 숫자의 지진인데 왜 피해가 달랐는지 이해하는 실마리가 거기에 있다.
여러분은 지진을 직접 느껴본 적 있나요? 처음에는 지진인 줄 알았나요, 아니면 다른 진동이라고 생각했나요?
출처: USGS: 규모·에너지·진도 · USGS: 규모와 진도, 분석값의 차이 · USGS: 진원 깊이의 의미 · 캘리포니아 지진 조기경보 원리 · USGS: 지진 예측 · 기상청: 장소별 행동요령.
특정 지진의 발생 속보가 아닌 지진 정보 해설입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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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1:09
규모 1 차이가 32배라는 거 처음 알았을 때 좀 놀랐음. 근데 막상 체감은 그것보다 훨씬 덜하지. 결국 내 방이 흔들린 정도는 진도로 봐야 되는 거고. 예전에 밤에 침대가 살짝 흔들려서 세탁기 돌아가는 줄 알았던 적 있는데, 아침에 뉴스 보고 아 그거였구나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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