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에 건포도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그냥 바닥에 가라앉을 것 같지만, 조건이 맞으면 잠시 뒤 위로 올라온다. 수면에 도착한 건포도는 몸을 뒤집더니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또 올라온다.
누가 실로 당기는 것도 아닌데 작은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움직인다. 이 장난 같은 현상을 실험과 수학으로 살펴본 논문이 있다.
실제로 탄산수 속 건포도에 붙은 거품들. 원 논문 Figure 1, Spagnolie·Christianson·Grote (2024), Nature Communications 15, 3910. 출처 · CC BY 4.0. 이미지 내용 변경 없음.
오늘의 논문: 춤추는 건포도의 물리학
Levitation and dynamics of bodies in supersaturated fluids
저자: Saverio E. Spagnolie, Samuel Christianson, Carsen Grote
arXiv 최초 공개: 2023년 8월 24일
학술지 출판: Nature Communications, 2024년 5월 9일
arXiv 논문 · arXiv 본문
이번에는 최신 미심사 원고가 아니라, arXiv에서 읽을 수 있고 이후 동료심사를 거쳐 출판된 연구를 골랐다. 논문은 건포도에서 출발하지만, 탄산수 속 물체에 붙는 거품과 그 움직임을 더 넓게 다룬다.
거품이 작은 구명조끼가 된다
탄산수에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다. 병이나 캔을 열어 압력이 낮아지면, 녹아 있던 기체가 거품으로 빠져나오기 쉬워진다. 건포도의 주름과 표면은 거품이 생기고 자라기 좋은 자리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가라앉던 건포도에도 거품이 충분히 붙으면 변화가 생긴다. 건포도와 거품을 한 덩어리로 봤을 때, 무게는 조금 늘지만 물을 밀어내는 부피는 크게 늘어난다. 그러면 위로 밀어주는 부력이 전체 무게를 이길 수 있다.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을 떠올리면 쉽다. 조끼는 사람의 무게를 없애지 않는다. 물속에서 차지하는 부피를 늘려 뜨도록 돕는다. 건포도에는 붙어 있는 거품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거품이 아래로 분사되며 로켓처럼 밀어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가라앉기 → 거품이 붙어 떠오르기 → 수면에서 거품 빠지기 → 다시 가라앉기. 원리를 단순화한 자체 제작 그림이며 실제 크기·시간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위에 도착하면 왜 다시 내려갈까?
수면에서는 붙어 있던 거품이 터지거나 떨어질 수 있다. 작은 구명조끼를 하나씩 잃는 셈이다. 충분한 거품을 잃으면 건포도는 다시 가라앉고, 물속에서 새 거품이 자라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그래서 건포도의 왕복은 누군가 계속 젓고 있어서 생기는 움직임이 아니다. 거품이 붙고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 운동을 만든다. 단,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액체에 녹아 있는 기체가 충분해야 새 거품이 계속 자랄 수 있다.
연구에서 눈여겨본 것은 ‘뒤집히는 순간’
그냥 “거품 때문에 뜬다”로 끝내면 과학 실험 시간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연구는 물체를 고정했을 때 생기는 힘도 측정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때의 운동도 관찰했다. 거품을 개별적으로 다루거나 표면 전체의 효과로 다루는 수학 모델과 계산도 사용했다.
특히 큰 물체의 반복적인 오르내림에서는 수면에서의 회전이 중요했다. 위로 올라왔다고 거품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체가 몸을 돌리면 아직 물속에 있던 면도 수면에 드러나면서 거품을 더 잃을 수 있다. 떠오르는 것뿐 아니라, 다시 내려갈 조건을 만드는 움직임도 중요했던 것이다.
집에서도 볼 수 있을까?
투명한 잔에 갓 연 탄산수를 붓고 건포도 몇 알을 넣어 관찰할 수 있다. 바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표면에 거품이 붙는지 먼저 보자. 모든 건포도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거나 반드시 왕복하는 것은 아니다. 크기와 밀도, 표면 상태, 탄산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보통 물을 담은 잔과 나란히 놓으면 비교하기 좋다. 또 건포도가 올라오는 장면만 보지 말고, 수면에서 어떻게 돌고 어떤 면의 거품이 떨어지는지 보면 이 논문이 주목한 질문이 더 잘 보인다.
작은 장난이 논문이 되는 순간
이 연구가 건포도의 부상을 처음 발견했다는 뜻은 아니다. 익숙한 현상에서 출발해 힘을 재고, 조건을 바꾸고, 계산과 비교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품이 붙어서 뜬다”는 설명을 알고 나면 질문은 끝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다음이 있다. 얼마나 붙어야 뜰까? 왜 어떤 물체는 수면에 머물고 어떤 것은 다시 내려갈까? 탄산이 줄어들면 움직임은 어떻게 바뀔까?
건포도 하나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과학자는 꽤 많은 질문을 만들어낸다. 커다란 장비를 보기 전에 투명한 잔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 셈이다.
연구 내용은 arXiv:2308.12927v5 및 출판본을 참고해 쉽게 풀었다. 건포도를 구명조끼에 비유한 부분과 가정 관찰 안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다. 원 논문 사진은 출판본의 CC BY 4.0 이용 조건에 따라 저자·출처·라이선스를 표시했다.
댓글1
-
빗방울
2026.11.01 17:33
"거품이 붙어서 뜬다"는 설명은 한 줄로 정리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면 건포도마다 움직임이 제각각이다. 주름의 깊이라든지 표면에 남은 기름기 같은 사소한 차이가 거품이 자리 잡는 조건을 바꾸는 듯하다. 집에서 같은 잔에 건포도를 넣고 관찰해 보면, 크기가 비슷한 건포도끼리도 시작 시점이 몇 초씩 어긋난다. 이 차이는 탄산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각 건포도의 표면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이야기1439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