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탄산수 한 병을 사서 들고 걷다가, 손가락으로 뚜껑을 튕겼다. 그 순간 「츠크」 하는 건조한 마찰음과 함께, 뚜껑 가장자리에서 흰 안개가 1~2초 피어올랐다. 냉장고에서 4도로 식어 있던 병이었는데도 손끝에 닿는 뚜껑은 차갑기보다 서늘했다.
대부분은 이렇게 설명한다. 압력이 확 빠지면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거품으로 튀어나오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소리가 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설명대로라면 왜 뚜껑을 천천히 돌려 딸 때는 거의 조용하고, 손잡이를 쥐고 단숨에 비틀 때만 크게 나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도 거품의 양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거품 수백 개는 소리가 되기엔 너무 조용하다
탄산음료 한 500mL 병에는 상온 기준으로 부피비 3~4배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이는 1기압에서 기체로 환산하면 대략 3.3~4.4L, 질량으로는 용액 1L당 6~8g 남짓이다(몰 0.13~0.18). 적지 않은 양이다. 하지만 이 전부가 눈에 보이는 기포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액체 위 공간으로 분자 단위로 스며 빠져나가는 기체가 절대다수이고, 보이는 기포는 그중 일부다.
거품이 소리의 근원이라면, 물속에서 기포가 터질 때 나는 음향은 1kHz 안팎의 「뽀글」 소리다. 그것도 터지는 순간에 국소적으로만 들린다. 그런데 뚜껑에 귀를 붙여 들으면 「츠크」 소리는 훨씬 높고 마른, 공기와 금속판이 스치는 소리에 가깝다. 여기서 앞의 설명이 한 걸음 모자란다는 게 드러난다. 거품은 소리의 주인공이 아니라 소리를 내지 않는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병을 세게 흔든 뒤 딸면 「츠크」보다 「펑」에 가까운 둔탁한 폭음이 난다. 흔들기는 액체와 기체의 접촉 면적을 폭발적으로 늘려, 순식간에 기포가 대량 생성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변화 하나만으로 소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 원래의 「츠크」가 다른 곳에서 온다는 좋은 단서다.
정체는 기포가 아니라, 순식간의 감압이 만든 응축
헨리 법칙(Henry's law)은 일정 온도에서 액체에 녹는 기체의 양이 액체 위 기체의 분압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1803년 윌리엄 헨리가 실험으로 정리했다. 병 안에서는 공간이 거의 순수한 이산화탄소로 채워져 압력이 대기압보다 높다. 뚜껑이 열리는 찰나, 그 공간의 압력이 대기압으로 떨어지고, 상평형을 지키려던 용존 이산화탄소는 「용해도가 낮아진 상태」, 즉 과포화 상태로 남는다.
이때 병목 안쪽 좁은 통로로 기체가 빠져나간다. 기체가 팽창하며 스스로 일을 하고, 그 일의 대가로 온도가 떨어진다(단열 팽창). 그리고 떨어진 온도와 급격히 오른 상대습도가 만나, 통로 안 수증기가 아주 작은 물방울로 응축된다. 이것이 앞서 본 흰 안개다. 응결은 열을 내놓지만 기체의 팽창으로 잃은 열이 더 많아, 결과는 서늘한 공기다.
소리는 이 과정에서 나는 「찢어지는」 소리다. 고압 기체가 좁은 틈을 빠져나갈 때 흐름이 불안정해져(난류), 압력파가 생기고 금속 뚜껑이 함께 떨린다. 관 안에서 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소리인 셈이다. 그래서 뚜껑을 아주 조금씩 돌리면 틈이 계속 넓어지며 압력이 서서히 빠져 소리가 가늘어지고, 단숨에 열면 압력차가 한꺼번에 방출되어 소리가 크고 짧아진다.
잔 벽과 잔 바닥에 붙은 기포 핵(옆면에 점선처럼 줄지어 붙은 기포들) — Tony Webster, CC BY 2.0 (Wikimedia Commons)
기포는 어디서 시작되나
과포화된 액체에서 기포가 저절로 생기려면 작은 기포 하나가 표면장력과 주변 압력을 견뎌야 한다. 물속에서 이 임계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이고, 우연히 그 크기의 기포가 생길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그래서 기포는 대부분 액체 안이 아니라 유리·플라스틱 벽의 흠집, 스크래치, 미세한 공기 주머니 같은 「기포 핵 생성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 대목은 1999년 리제르-벨레르 등이 실제로 측정했다. 샴페인 한 잔을 따르고 3분 뒤, 기포가 생겨나는 빈도를 세어 보니 곳에 따라 초당 1회 미만에서 최대 25회까지 차이가 났다(Am. J. Enol. Vitic. 50:317-323). 잔 바닥의 작은 흠집 하나가 초당 25개, 분당 1,500개를 쏟아내는 셈이다. 잔을 닦아 새로 들면 기포가 사라지는 까닭이 여기 있다.
같은 연구에서 올라가는 기포의 반지름은 일정한 속도로 커졌고, 그 증가율은 초당 120~240마이크로미터였다. 액체를 올라오는 동안 주변의 과포화 이산화탄소가 기포 안으로 계속 확산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지름이 두 배가 되면 표면적은 네 배가 된다. 기포가 위로 갈수록 커지고, 잔 표면에 닿은 뒤에야 터지는 이유다.
냉장고에서 꺼낸 병이 더 쎄게 나는 이유
헨리 법칙은 온도에도 민감하다. 차가운 물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녹여 둘 수 있어, 같은 압력으로 탄산을 넣으면 더 높은 부피비를 얻는다. 제조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충전하기 직전 물을 어는점 바로 위까지 식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뜻한 병은 애초에 같은 압력으로 탄산을 덜 채울 수 있다.
열었을 때도 방향은 같다. 액체가 따뜻하면 과포화 상태에서 기체가 빠져나가려는 힘(과압)이 더 크고, 확산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미지근한 콜라가 더 빨리 김빠진다. 정해진 값이 아니라 경향이지만, 「차게 차릴수록 탄산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은 헨리 법칙과 확산 kinetics 두 곳에서 동시에 지지된다.
실무 숫자 하나. 업계 자료에 따르면 탄산음료는 최대 부피비 5배까지 탄산을 넣을 수 있고, 그 경우 섭씨 4도(화씨 40도)에서 약 38.9psi(약 2.7기압)의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맥주는 종류에 따라 1.5~4.5배, 전형적인 압력은 10~20psi 부근이다. 즉 병 안이 열리는 순간, 그 2~3기압이 대기압까지 떨어진다.
이 설명이 틀리는 경우
첫째, 뚜껑이 아니라 병 입구의 나사산이 맷돌처럼 돌 때 나는 소리는 감압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병을 뚜껑 없이 열어도,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동안 「쉭」 소리가 나지만 음색은 훨씬 부드럽다. 우리가 뚜껑 소리로 기억하는 높고 마른 「츠크」의 상당 부분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링이 진동하며 내는 소리다.
둘째, 캔은 다르다. 알루미늄 탭을 당길 때는 구멍 가장자리의 금속 파단음이 압도적으로 커서 감압음이 묻힌다. 「펑」 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는 거품이 아니라 판금의 탄성 진동인 경우가 많다.
셋째, 탄산이 거의 빠진 병에서는 감압이 미미해 소리도 작다. 같은 손동작인데도 소리가 다르다면, 그 차이는 뚜껑 기술이 아니라 병 안에 남은 압력차의 크기다. 이 지점이 앞의 거품 설명과 이 글의 설명을 구분하는 가장 실용적인 검사법이기도 하다.
생활에 적용되는 판단 세 가지
하나, 병을 흔들었다면 바로 열지 말고 몇 분 세워 두는 편이 낫다. 흔들기가 만든 큰 기포를 액체가 다시 흡수할 시간을 주면, 열었을 때 넘치는 양이 줄고 감압도 덜 급격해진다. 둘, 잔에 따를 때는 잔을 비스듬히 기울여 벽을 따라 붓는 편이 기포 보존에 유리하다. 잔 벽을 타고 흐르면 기포 핵 생성 자리와 부딪히는 횟수가 줄어든다.
셋, 남은 음료는 최대한 식은 상태로, 뚜껑을 조금 덜 조여 두는 편이 다음 날 탄산이 덜 날아간다. 꽉 조여도 압력차가 있으면 뚜껑 틈으로 조금씩 새고, 그때 탄산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개를 완전히 풀어 두면 과포화가 서서히 풀리며 탄산을 잃는다.
끝으로, 뚜껑을 딴 직후 피어오르는 흰 안개는 연기가 아니라 물방울이다. 따뜻한 음료보다 차가운 음료에서 오히려 잘 보이는 이유도, 주변 공기가 차면 수증기 응축이 쉬워지는 조건과 맞물린다.
독자에게
여러분은 지금까지 「탄산이 튀어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가, 아니면 「압력이 빠지는 소리」라고 생각했는가? 다음에 병을 열 때 뚜껑을 아주 살짝만 돌려 보자. 소리가 가늘어지는 순간, 거품이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듣고 있다는 게 확인될 것이다.
참고 자료
- William Henry, 실험 결과 정리, 1803년. 헨리 법칙의 정식화. (Wikipedia, Henry's law 항목에서 원문 인용 확인)
- G. Liger-Belair, R. Marchal, B. Robillard, M. Vignes-Adler, A. Maujean, P. Jeandet, 「Study of Effervescence in a Glass of Champagne: Frequencies of Bubble Formation, Growth Rates, and Velocities of Rising Bubbles」, Am. J. Enol. Vitic. 50(3):317-323, 1999. DOI: 10.5344/ajev.1999.50.3.317
- Wikipedia, 「Carbonated water」 항목(헨리 법칙, 탄산 수치의 pH 5~6, 제조 시 냉각 이유)
- Wikipedia, 「Cornelius keg」 항목(탄산 부피비 5배, 38.9psi, 맥주 1.5~4.5배)
- Wikipedia, 「Effervescence」 항목(이산화탄소 방출로서의 기포 현상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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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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