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던 ‘서울시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 예산 17억 9,700만 원 가운데 4개 사업 16억 9,200만 원이 다시 살아나 확정됐다. 되살아난 항목은 구체적이다. 야간경제 활성화 상품권 발행 10억 5,700만 원, 지역별 야장 조성 및 관리체계 구축 1억 4,500만 원, 서울나이트슈퍼패스 2억 9,000만 원, 서울미식야행 2억 원. 심사를 이끈 최종부 서울시의원은 “2026년 상반기 자영업 폐업 신고가 64만 4천 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마저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고 예결위에서 말했다.
이 숫자는 상가 주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문제는 폐업한 자리만큼 매출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의 소비가 총량으로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임대료를 조금 내리는 것만으로는 점포가 채워지지 않는다. 이번 예산 복원 소식이 상권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밤이 사라진 도시라는 진단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의 논리는 단순한 지원금과 다르다. 최 의원은 “야간경제 활성화는 단순히 밤에 축제나 행사를 하나 더 여는 관광사업이 아니”라며 “대규모 현금성 지원 없이도 도시의 소비 시간을 밤까지 확장해 시민과 관광객이 상권에 더 오래 머물고, 음식점·카페·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에서 직접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효율적인 민생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상권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다. 점포의 매출은 방문객 수 × 체류 시간 × 구매 전환으로 대략 나뉜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고정비에 가깝기 때문에, 방문객 수가 정체된 상태에서 손님이 머무는 시간을 한 시간 늘리는 것은 새 점포를 유치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야장, 야간 상품권, 야간 문화 프로그램은 모두 이 세 번째 변수를 건드리는 정책이다.
삭감됐다가 되살아난 목록이 말해주는 것
주목할 것은 무엇이 먼저 잘렸는가다. 상임위 단계에서 야간경제 활성화 상품권 발행은 전액, 지역별 야장 조성은 전액,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 주야간 문화행사 5,500만 원도 전액 삭감됐다. 서울나이트슈퍼패스(2억 9,000만 원)와 서울미식야행(2억 원) 역시 전액 삭감 대상이었다. 반면 서울영화센터 야간 시네마&미식 프로그램은 5,000만 원만 깎였다.
상품권과 야장처럼 ‘현장에서 즉시 손님을 부르는’ 사업이 우선 잘리고, 실내 시설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덜 잘린 구도다. 예산 심사의 통상적인 기준, 곧 집행의 측정 가능성과 시설 유지비 논리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그런데 상권 입장에서는 반대다. 손님이 실제로 걸어 다니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소비가 임대료를 지탱한다.
자영업자의 숫자가 말하는 상가 수요
최 의원이 인용한 두 수치는 상권 해설에서 특히 중요하다. 2026년 상반기 자영업 폐업 신고 64만 4천 건은 역대 최대치이고,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사상 처음 20% 아래로 떨어졌다. 자영업 대출 연체율 역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왔다.
자영업자 비율 하락 자체는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고용이 임금노동자 쪽으로 이동하는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폐업 신고가 동시에 최대치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 이동이 자발적인 전직이 아니라 밀려나는 형태로 일어났다는 뜻이다. 상가 임대 시장에서 이는 곧 신규 창업 수요의 감소로 나타난다. 점포를 얻으려는 사람이 줄면 공실이 늘고, 공실이 늘면 임대료가 조정된다. 문제는 조정이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들어올 업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왜 그런 변화가 생겼나 — 임대료·유동인구·업종 포화
골목상권의 침체 요인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첫째, 임대료다. 상가 임대는 주거 임대와 계약 구조가 다르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돈이지만 그동안 묶여 있어 창업자의 현금 흐름을 압박한다. 월세는 매출과 무관하게 나가는 고정비여서 손님이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준다. 여기에 권리금이 더해진다. 권리금은 기존 점포의 영업권·시설·단골에 대한 대가로 새 임차인이 이전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건물주에게 가는 보증금·월세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권리금은 매출이 기대되고 그 자리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을 때만 형성된다.
둘째, 유동인구다. 상권의 매출은 결국 그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수와 체류 시간에 비례한다. 유동인구가 줄면 업종 구성이 먼저 가벼운 쪽으로 바뀐다. 점심 한 끼와 커피처럼 회전이 빠르고 객단가가 낮은 업종이 늘고, 저녁 술자리나 장시간 체류형 업종이 빠진다.
셋째, 업종 포화다. 카페나 디저트처럼 진입 장벽이 낮고 표준화된 운영이 가능한 업종은 짧은 기간에 한 거리에 몰린다. 같은 수요를 더 많은 점포가 나눠 가지면 개별 매출은 구조적으로 낮아진다.
넷째, 소비 패턴이다. 배달과 온라인 주문이 늘면 매장은 전시·시식·대기의 장소가 되고, 좌석 수보다 회전이 중요해진다. 다섯째는 정책이다. 이번 예산 복원처럼 지자체의 시간대 확장 정책은 방문객의 체류를 늘려 위의 변수들을 동시에 밀어 올리려는 시도다.
업종 구성이 바뀌는 방식
기사에 업종별 증감 통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확인되는 것은 예산 항목이 겨냥한 업종군이다. 음식점·카페·전통시장이 야간 소비의 주된 접점으로 지목됐고, 야장 조성은 도로 공간을 매장 앞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음식점의 좌석 수를 늘린다. 나이트슈퍼패스와 미식야행은 프로그램형 사업으로 특정 날짜에 방문을 유도한다.
업종 구성 변화의 구체적인 수치가 이 기사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둬야 한다. 다만 정책의 설계 방향은 드러난다. 점포 수 자체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있는 점포가 더 오래, 더 자주 손님을 만나게 하는 정책이다.
반전 — “상권이 죽었다”는 말의 함정
“폐업 64만 건, 상권 붕괴”라는 문장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이를 곧바로 “그 거리는 끝났다”로 읽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폐업은 상권의 소멸이 아니라 재편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같은 거리에서도 낮 시간대는 비고 밤 시간대는 붐비는 식의 시간 분화, 음식점이 편의점으로, 음식점이 무인 매장으로 바뀌는 업종의 교체는 매출 구조가 달라졌다는 신호이지 거리의 종말은 아니다.
이번 예산 복원의 논리도 같은 지점에 서 있다. 최 의원은 “단순히 지원금을 나눠주거나 버티라고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자영업자에게 실제로 장사할 기회를 주고, 손님을 만날 시간을 늘려주며,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는 것이 행정의 본령”이라고 했다. 지원금이 아니라 영업 시간과 손님 접점을 지원한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신촌 일대 거리 풍경 — 'Korea-Seoul-View of Sinchon-01', by kayakorea (Brandon Butler),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시간 연장은 이미 그 상권에서 영업 중인 점포의 매출을 시간대별로 나눠 갖는 효과에 그칠 수 있고, 주거지역 인접 골목에서는 소음·민원이라는 비용을 낳는다. 16억 9,200만 원이라는 규모도 서울 전체 상권의 임대료 구조를 바꾸기에는 작다. 반전은 “그래서 괜찮다”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쪽에 있다.
다른 지역과 비교
이 기사가 비교 사례로 다른 도시나 지역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았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정책 계열의 사업을 참고할 수는 있다. 상품권 발행은 지역화폐의 한 형태로, 소비를 지역 내로 묶어 두는 효과와 할인 재정 부담이라는 양면을 동시에 갖는다. 야장은 유럽 도시들이 오랫동안 운영해 온 거리 영업 허가 제도의 축소판이고, 시장 야시장은 지자체 단위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사업 형식이다. 세 사업 모두 ‘소비 시간과 공간을 넓힌다’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효과의 측정 방식과 비용 구조는 각각 다르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가 된 서대문은평방송 기사는 서울시의회 의정 활동을 다루는 기사로, 예산 복원을 이끈 의원의 발언과 평가가 본문의 중심을 이룬다. 따라서 독자로서는 다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폐업 건수·자영업자 비율·연체율 수치는 의원의 예결위 질의 발언에서 인용된 것으로, 해당 통계의 원출처와 산정 기준은 기사에 표기되지 않았다. 둘째, 사업의 효과, 곧 매출 확대 기대는 복원을 주장한 쪽의 전망이며 사후 성과 검증 자료는 아니다. 셋째, 지역 언론의 의정 기사는 특정 정당·의원의 활동을 조명하는 구도가 강하다. 예산 심사에서 삭감을 주장한 쪽의 근거는 같은 기사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상권 해석의 관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업계는 임대료와 권리금 흐름으로, 지자체는 방문객 수와 매출로, 프랜차이즈는 신규 출점 가능성으로 같은 거리를 서로 다르게 본다. 이 글이 인용한 수치 중 상가 공실률이나 권리금 시세처럼 업계별로 집계 기준이 갈리는 항목은 원출처를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하지 않았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자주 가는 골목은 낮에 붐비는가, 밤에 붐비는가. 같은 거리라면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을까. 그리고 그 거리에 새로 들어오는 업종은 예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상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묻기 전에, 누가 어느 시간에 그 거리에서 돈을 쓰는지부터 세어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참고 자료
· 최종부 서울시의원 골목상권 살릴 야간경제 예산 대거 복원, 소상공인 매출 확대 기대 — 서대문은평방송(서대문신문), 2026년 10월 19일 등록(본회의 의결 10월 11일)
https://www.sdmsinmun.com/news/article.html?no=9668
· 배경 참고: 서울특별시 — 위키백과 (도시 규모·자치구 구조 일반 정보)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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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8:32
동네 골목 보면 밤에 더 붐비는 데가 확실히 있음. 낮엔 조용한데 저녁 8시 넘으면 자리 없는 가게들. 근데 그게 그 가게 매출로 이어지냐는 또 다른 문제라, 야장이랑 상품권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 있었는지는 나중에 숫자로 봐야 알 듯. 16억 쓰고 '분위기 좋아졌네'로 끝나면 좀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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