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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는 가게와 열리는 축제 — 대구 전통시장 76곳에 35억이 풀린 이유

빗방울 2026.11.01 22:26 9분 읽기 조회 75 · 추천 2

10월 12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시장 안에는 추경호 대구시장이 '대구대박세일'을 홍보하는 자리가 잡혔다. 시장 한복판에서 시장이 직접 세일을 알리는 장면은 흔하지만, 이번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같은 시장에서 그날 산 영수증을 합쳐 3만 원이 넘으면 5천 원권, 5만 원이 넘으면 1만 원권 온누리상품권을 돌려준다. 시는 이 행사에 35억 원을 넣었고, 대상은 대구 전통시장 76곳이다. 상품권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된다는 단서도 붙었다.

숫자만 보면 이는 흔한 지자체 소비 진작책의 한 갈래다. 그러나 35억이라는 예산, 76개 시장이라는 범위, 그리고 곧이어 예고된 33곳의 골목상권 축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읽히는 것이 달라진다. 이것은 세일이 아니라, 대구가 자기 상권의 구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문서에 가깝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누구에게 먼저 닿게 설계했는지가 이 정책의 본문이다.

서문시장에서 칠성야시장까지 — 정책이 서 있는 좌표

행사의 무대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상권들이다. 전통시장 축제는 15일 칠성종합시장 안의 칠성야시장 일원에서 시작해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골목상권 축제는 23일 원대가구 명물거리, 물베기 거리, 성서 계명대 로데오 거리에서 동시에 열린다. 위치가 각각 서구 원대네거리, 남구 명덕네거리, 달서구 계명대 동문 앞 일원이다. 이후 다음 달 말까지 주말마다 상권별 특색을 살린 축제가 이어진다고 시는 밝혔다.

이 세 곳을 나란히 놓으면 대구 상권의 성격이 드러난다. 원대가구 명물거리는 이름 그대로 가구라는 단일 업종이 거리를 구성하는 곳이고, 계명대 로데오 거리는 대학가 배후 수요에 기대는 젊은 상권이며, 물베기 거리는 남구 명덕네거리 일대의 오래된 골목이다. 하나는 업종 집적, 하나는 대학 소비, 하나는 주거 배후지다. 시가 골목상권을 '하나의 유형'으로 다루지 않고 축제의 성격을 상권별로 나눠 붙인 것은 그만큼 각 상권의 수요 구조가 다르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배경을 조금 넓히면 대구는 20세기 섬유산업을 축으로 성장한 도시다.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이 있던 경상도의 행정 중심지였고, 한국전쟁 중에는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 그러다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제조업 기반이 줄었고, 인구도 오랫동안 감소 흐름을 탔다. 전통시장은 그 산업 도시의 배후 생활 상권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공장과 주거지가 함께 있던 시절의 시장은 오늘날 배후가 얇아진 상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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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운영되는 대구 서문시장의 시장 골목 — Choi2451,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왜 상품권을 '환급'으로 설계했나

이 정책에서 기술적으로 중요한 대목은 지급 방식이다. 현금을 뿌리는 대신, 이미 쓴 영수증을 근거로 상품권을 돌려준다. 구매 시점이 아니라 결제가 끝난 뒤에 혜택이 확정되는 구조다. 소비자는 '무엇을 살까'를 정하기 전에 '어디서 살까'를 먼저 정하게 되고, 그 선택의 결과가 며칠 뒤 손에 쥐는 상품권으로 나타난다.

시가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대구시 경제국장 박기환의 발언에 비교적 분명하게 나온다. 그는 지역화폐인 대구로페이는 사용처가 다양하지만, 대박세일은 전통시장 현장에서 소비가 활성화되도록 시장 상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처가 넓은 지역화폐와 달리, 혜택의 목적지를 시장 안으로 좁혀 놓은 셈이다.

이 차이는 정책 설계상 의미가 작지 않다. 지역화폐는 소비를 지역 안에 가두는 데 강하지만, 그 소비가 대형마트로 가든 시장으로 가든 정책 목표는 달성된 것으로 계산된다. 반면 영수증 기반 환급은 소비의 '지점'을 지정한다. 대구로페이가 지역이라는 울타리를 그린다면, 대박세일은 그 울타리 안의 특정 방을 지목한다.

유동인구가 줄면 남는 것은 임대료를 감당하는 업종뿐

그렇다면 왜 시장에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35억을 쓰는가. 상권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결국 유동인구와 그 인구가 지갑을 여는 빈도다. 사람이 줄면 점포의 매출이 줄고, 매출이 줄면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의 상한이 내려간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임차인은 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임대료 부담을 견디는 업종만 들어온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에서 이 과정은 세 가지 숫자로 표현된다. 보증금은 계약을 마칠 때 돌려받는 목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그리고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쌓아 온 영업권, 시설, 단골을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돈이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나가는 상인에게 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사가 잘 되는 골목일수록 권리금이 높고, 반대로 상권이 기울면 권리금이 먼저 사라진다.

공실률은 이 셋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표다. 임대료와 기대 매출이 맞지 않으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그 자리는 비어 있다. 공실이 길어지면 건물주는 임대 조건을 낮추거나,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는 업종을 찾게 된다. 상권의 업종 구성이 바뀌는 것은 대개 이 압력의 결과다.

축제라는 처방의 앞면 — 매출이 아니라 사람을 사는 정책

대구시의 접근은 이 압력에 대한 응답으로 읽을 수 있다. 임대료를 직접 낮출 수는 없고, 업종 구성도 시가 정할 수는 없다. 대신 시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방문 횟수다. 영수증 환급은 방문에 즉각적인 보상을 붙이고, 축제는 방문할 이유를 만든다. 두 수단을 묶어 시장 방문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 이 정책의 골격이다.

다만 이 처방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상품권이 소진될 때까지라는 조건이 그 첫 번째다. 예산 35억이 소진되면 환급이라는 유인도 사라진다. 축제 역시 기간이 정해져 있다. 정책이 만든 유동인구는 행사가 끝나는 시점에 함께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남는 것은 행사 전후의 매출 차이에 대한 기록뿐이다.

통념과 다른 지점 — 상권이 죽은 것이 아니라 역할이 바뀌었을 수 있다

전통시장의 쇠퇴를 두고 흔히 '상권이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폐업과 공실이라는 현상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생활 필수품의 소매 기능이 대형마트와 온라인으로 옮겨 간 것은 상권의 소멸이 아니라 기능의 이전이다. 시장이 하던 일 중 일부는 다른 채널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구가 축제에 거는 기대는 소매 기능의 복원이 아니다. 가구 거리, 대학가 거리, 먹거리 골목처럼 '가서 머무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에 가깝다. 장보기 목적의 방문은 줄어도, 체험과 식사 목적의 방문은 남을 수 있다. 업종 구성이 바뀐다는 것은 이 전환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

물론 이 해석에는 근거의 공백이 있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줄었는지는 이 기사에 수치로 제시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재해석은 통계가 아니라 구조적 추론이다. 대구시가 상권 실태를 업종별로 어떻게 집계하고 있는지, 최근 몇 년간的공실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별도의 자료가 있어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 그리고 이 기사가 보여 주지 않는 것

지자체가 전통시장 소비를 상품권으로 유인하는 방식은 대구만의 실험이 아니다.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한 환급 행사나 시장 축제는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병행해 온 수단이다. 다만 이 기사에는 다른 도시의 구체적인 사례나 대조할 수 있는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두는 것이 정확하다.

비교가 가능한 지점은 오히려 정책 수단의 차이다. 같은 예산을 현금성 지역화폐로 풀 것인지, 영수증 환급으로 풀 것인지, 아니면 축제와 인프라에 쓸 것인지에 따라 소비가 도달하는 지점이 달라진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에는 행사 전후 매출과 방문객 구성의 비교가 필요하다.

기사는 대구시의 발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산 규모와 행사 일정, 담당 국장의 설명이 핵심 재료이며, 이를 반박하거나 다른 각도에서 검증하는 취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책을 시행하는 주체의 시각이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다.

상인들의 목소리도 직접 인용되지 않는다. 35억이 시장 안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 환급 행사가 실제 매출 구조를 바꾸는지는 발표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부동산업계나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도 이 기사에서는 다뤄지지 않는다. 읽는 사람은 이 글을 정책 발표문에 가까운 사료로 다루고, 효과 판정은 유보하는 편이 낫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부르고 있나요. 영수증 환급처럼 즉각적인 보상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는지, 아니면 축제처럼 머물 이유를 만드는 쪽이 오래 간다고 보는지. 그리고 그 혜택이 실제로 장사하는 사람에게 닿고 있다고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참고 자료

· 대구,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나서 — 한국경제, 2026년 10월 13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394071

· 배경: 대구광역시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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