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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는 팔로 맛을 본다 — 빨판이 작은 혀처럼 쓰이는 이유

빗방울 2026.11.02 14:27 5분 읽기 조회 11 · 추천 2

손으로 과자를 집었는데, 입에 넣기도 전에 손끝에서 맛이 느껴진다면 어떨까? 감자칩 봉지를 뒤적이는 순간부터 짭짤함이 전해지는 셈이다.

문어에게는 이 상상이 조금 덜 황당하다. 문어는 팔의 빨판으로 물건을 만지면서, 그 표면의 화학물질도 감지한다. 쉽게 말하면 ‘만져서 맛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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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두점문어(Octopus bimaculoides). 이 종을 대상으로 빨판의 감각을 연구했다. 사진은 야외 개체로, 해당 실험에 사용된 문어는 아니다. Jerry Kirkhart,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축소본 사용, 내용 변경 없음.

빨판은 붙잡기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문어가 바위틈에 팔을 넣고 더듬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안쪽에 있는 것이 돌인지 먹이인지 알아야 한다.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만져서 얻는 정보가 특히 쓸모 있을 것이다.

사람은 주머니 속 동전을 만질 때 크기와 모양을 살핀다. 문어의 빨판은 접촉 정보에 더해 화학적인 단서까지 얻을 수 있다. 손끝에 작은 성분 감지기가 붙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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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유리에 붙은 문어의 빨판. 감각기관의 위치를 살펴보기 위한 사진이며 연구 대상과 같은 종이라고 특정하지 않았다. Betty Wills (Atsme),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제공된 축소본 사용, 내용 변경 없음.

물속에 있으니 냄새만 맡으면 되는 거 아닌가?

물에 잘 녹아 퍼지는 물질도 있지만, 잘 녹지 않는 물질도 있다. 하버드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빨판의 특정 감지 단백질이 물에 잘 녹지 않는 화학물질에 반응했다.

멀리서 물을 타고 오는 신호를 기다리는 대신, 팔로 표면을 직접 짚어 단서를 얻는 데 어울리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런 감각이 문어가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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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판은 접촉과 표면의 화학적 단서를 함께 얻는 데 관여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자체 제작 개념도이며 실제 조직의 단면이나 신경 배치를 재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연구자는 그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문어가 물건을 집는 모습만 보고 ‘맛보나 보다’라고 추측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빨판에서 감지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아 다른 실험용 세포에 넣었다. 그리고 여러 물질을 주면서 세포가 반응하는지 확인했다.

이어 문어가 있는 수조 바닥에도 특정 물질을 처리해 행동 반응을 살폈다. 세포에서의 반응과 실제 동물의 행동을 함께 본 것이다. 다만 자연에서 어떤 물질들을 얼마나 다양하게 구별하는지는 더 연구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럼 문어는 팔로 단맛도 느낄까?

‘맛본다’는 말을 들으면 설탕의 달콤함이나 레몬의 신맛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감각을 사람의 혀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연구에서 찾은 특정 감지 단백질의 반응도 설탕·소금 같은 물질보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 쪽에 맞춰져 있었다.

문어가 그것을 어떤 느낌으로 경험하는지는 우리가 직접 알 수 없다. ‘손끝으로 맛보기’는 이 낯선 감각을 이해하기 위한 비유다.

그래도 문어를 보는 눈은 조금 달라진다. 수족관 유리에 팔을 붙이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단순히 매달려 있는 장면만은 아닐 수 있다. 주변을 만지고 살피며 여러 단서를 모으는 중일 수도 있다.

우리는 보고 나서 손을 뻗고, 먹을 것은 입으로 가져가 확인한다. 문어에게는 만지는 일과 화학적인 단서를 얻는 일이 훨씬 가까이 붙어 있다. 같은 바다를 살아도 느끼는 방식은 꽤 다른 셈이다.

손끝으로 맛을 알 수 있다면 편할까, 아니면 문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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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속보가 아닌, 기존 연구로 알려진 흥미로운 생물 감각을 소개한 글이다. 과자·주머니 속 동전 이야기는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다. 사진의 저작자·원본·이용 조건은 각 캡션에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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