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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터널링이란? 넘을 힘이 없는데 장벽 건너편에서 발견되는 이유

빗방울 2026.11.02 15:07 6분 읽기 조회 44 · 추천 2

공을 언덕 위로 굴린다고 해보자. 힘이 충분하면 넘어가고, 부족하면 중간에 멈췄다가 돌아온다. 너무 당연해서 설명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전자처럼 아주 작은 입자에게는 다른 일이 일어난다. 넘기에 에너지가 부족한 장벽인데도, 건너편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을 양자 터널링이라고 부른다.

이름은 SF 같지만 실제 장비에도 쓰이는 현상이다. 다만 사람이 벽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부터 떠올리면 오히려 이해가 어려워진다. 작은 입자를 당구공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잠깐 내려놓는 편이 낫다.

여기서 장벽은 벽돌담이 아니다

입자가 어떤 구간을 지나려면 높은 위치에너지, 즉 퍼텐셜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를 장벽이라고 부른다. 전자에게는 전기적인 환경이 이런 장벽을 만들 수 있다.

언덕 비유에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같은 식으로, 고전역학에서는 입자의 전체 에너지보다 높은 장벽을 통과할 수 없다. 양자 터널링은 이 조건에서도 유한한 장벽 건너편으로 전달될 확률이 생기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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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의 에너지보다 높은 장벽을 만나는 상황. 그림의 세로축은 에너지이며, 실제 벽의 높이나 입자가 지나간 궤적을 나타내지 않는다. 점은 입자와 검출 위치를 표시하는 기호다. 자체 제작 한글 개념도.

전자에게는 ‘어디서 발견될까’를 설명하는 파동이 있다

공은 어디에 있는지 보면서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전자는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없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상태를 파동함수로 설명하고, 여기서 어느 위치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다.

파동함수는 물결처럼 출렁이는 물질 덩어리를 뜻하지 않는다. 입자의 상태와 측정 확률을 계산하는 수학적 표현이다.

유한한 장벽을 만나면 그 안의 파동함수가 곧바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벽 내부에서 약해지면서도 건너편에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반대편에서 입자가 검출될 확률도 생긴다.

같은 조건으로 입자를 여러 번 보내면 어떤 시행에서는 돌아오고, 어떤 시행에서는 통과한 쪽에서 발견된다. 한 입자를 측정했을 때 반쪽짜리 전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계산에서 입사·반사·전달 성분을 나누는 것과 전자가 조각나는 것은 다르다.

에너지를 잠깐 빌려서 넘는 걸까?

터널링을 설명할 때 ‘잠깐 에너지를 빌려 장벽을 넘고 갚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비유는 재미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일어난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시간에 따라 바뀌지 않는 장벽을 만나는 기본적인 터널링에서는 에너지가 보존된다. 입자가 장벽보다 높은 에너지를 얻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몰래 넘어갔나’보다 ‘작은 입자의 상태는 공의 궤적과 다른 법칙으로 계산된다’고 생각해보자. 터널링이라는 이름도 실제로 벽에 터널을 판다는 뜻은 아니다.

왜 장벽의 두께가 중요할까?

장벽 안에서 파동함수가 약해진다면, 건너야 할 구간이 길수록 반대편까지 이어지는 정도도 작아질 것이다. 단순한 사각 장벽에서는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두께가 늘면 통과 확률이 매우 빠르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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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에너지·같은 높이의 단순 장벽에서 두께만 비교한 개념도. 특정 통과 확률을 계산한 그래프는 아니다. 자체 제작 한글 그림.

장벽 높이와 입자의 에너지, 질량도 중요하다. 그래서 ‘양자역학에서는 통과할 수 있다’는 말을 ‘아무 장벽이나 쉽게 통과한다’로 바꾸면 안 된다.

사람이나 축구공이 일상적인 벽을 통째로 터널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많은 입자가 얽힌 물체와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전자 하나의 문제를 그대로 크게 늘릴 수도 없다.

신기한 얘기로 끝나지 않는다: 터널링 현미경

이 현상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장비가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이다. 아주 뾰족한 탐침을 전도성 시료 표면에 극도로 가까이 가져가고, 전압을 걸어 작은 터널링 전류를 측정한다.

탐침을 표면에 꾹 눌러 긁는 방식은 아니다. 아주 좁은 틈을 사이에 둔 전자 터널링을 이용한다. 탐침과 시료 사이의 간격이 조금만 바뀌어도 전류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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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STM 시료·탐침 부근 사진. 원자 자체의 사진은 아니다. 원본 설명에 따르면 이황화몰리브데넘(MoS₂) 시료와 백금·이리듐 탐침을 사용한다. Royce Hunt (M0RHI), Wikimedia Commons, CC BY-SA 2.5. 이미지 내용 변경 없음.

탐침을 움직이며 전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높이를 조절하면, 그 변화로 표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빛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보통 현미경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영상에는 표면의 모양뿐 아니라 전자의 상태에 관한 정보도 반영된다. 원자를 작은 공처럼 그대로 촬영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전류 신호를 바탕으로 표면을 읽은 결과라고 이해하면 좋다.

터널링 현미경을 설계한 게르트 비니히와 하인리히 로러는 이 업적으로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넘을 수 없어 보이는 장벽에서 일어나는 작은 가능성’이 원자 규모의 세계를 살피는 도구가 된 셈이다.

양자 터널링을 한 문장으로 기억한다면

고전적으로는 넘을 수 없는 에너지 장벽도, 양자 입자는 일정한 확률로 통과한 쪽에서 발견될 수 있다.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조건에 달려 있다. 핵심은 전자가 힘을 더 내거나 비밀 통로를 찾아낸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한 공과 다른 방식으로 상태가 설명된다는 점이다.

작은 세계의 법칙은 직관과 다를 때가 많다. 그래도 그 법칙을 잘 계산하면 ‘이상한 현상’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표면을 측정하는 장비까지 만들 수 있다. 여러분은 터널링 이야기에서 장벽을 통과한다는 점과, 그것으로 현미경을 만든다는 점 중 어느 쪽이 더 신기한가요?


참고 자료

설명 그림은 직접 제작했다. 기본적인 단일 입자·정적인 유한 장벽을 중심으로 풀었으며, 터널링 시간이나 다체계 등 더 복잡한 문제는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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