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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사라진 뒤 개미가 지구를 차지한 비결 — 몸속 '점프 유전자'가 폭발했다

빗방울 2026.11.02 16:10 9분 읽기 조회 17 · 추천 2

약 6,600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졌습니다. 공룡은 이때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망한 건 아니었습니다. 공룡이 비운 자리를 차지하고 크게 번성한 생물들이 있었습니다. 포유류, 새, 그리고 개미입니다.

지금 지구에는 개미가 1만 5천 종 넘게 삽니다. 개미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로는 보통 '함께 일하는 사회생활'이 꼽힙니다. 그런데 2026년 9월에 나온 독일 연구팀의 논문은 전혀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개미의 몸속 유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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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잘라 나르는 잎꾼개미. 오늘날 가장 크게 번성한 개미 무리 중 하나에 속한다. (Leaf-cutter ant (Atta cephalotes) Belize 2.jpg, CC BY-SA 4.0)

1. '점프 유전자'가 뭘까

모든 생물은 몸을 만드는 설계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설계도를 유전체라고 부릅니다.

설계도라고 하면 한 번 쓰면 바뀌지 않는 문서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설계도 안에는 스스로 복사되어 여기저기 옮겨 붙는 조각들이 있습니다. 책으로 치면, 어떤 문단이 저절로 복사되어 다른 페이지 아무 데나 끼어드는 셈입니다. 이런 조각을 '점프 유전자'라고 부릅니다.

점프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과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입니다. 그는 1940년대에 옥수수 알갱이의 얼룩무늬가 이상하게 바뀌는 것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수십 년 뒤인 1983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점프 유전자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쓰레기'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물에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주는 재료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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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실험실의 바버라 매클린톡. 옥수수 연구로 점프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다.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2. 개미 163종의 설계도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개미 163종의 유전체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습니다. 개미의 큰 무리 대부분을 아우르는 규모입니다.

먼저 알게 된 건, 개미마다 점프 유전자의 양이 아주 다르다는 점입니다. 적은 개미는 설계도의 8% 정도만 점프 유전자였고, 많은 개미는 절반이 넘는 53%가 점프 유전자였습니다. 평균은 약 30%였습니다. 설계도의 거의 3분의 1이 스스로 옮겨 다니는 조각으로 채워져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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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턱개미 무리의 한 종. 연구에서 점프 유전자가 가장 많았던 개미(53%)와 같은 무리에 속한다. 사진 속 개미가 바로 그 종은 아니다. (OdontomachusWynaad.jpg, CC BY-SA 2.5)

3. 점프 유전자가 많은 무리일수록 종도 많았다

연구팀은 개미 무리별로 점프 유전자의 양과 그 무리에 속한 종의 수를 비교했습니다. 그랬더니 점프 유전자가 많은 무리일수록 종의 수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둘 다 많다'는 건 알 수 있어도,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이 많아져서 점프 유전자가 쌓인 걸까요, 점프 유전자가 많아서 종이 늘어난 걸까요? 이걸 알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봐야 했습니다.

4. 복사본의 '녹슨 정도'로 시간을 잰다

점프 유전자가 막 복사되었을 때는 원본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작은 오타가 하나둘 생깁니다. 오래된 복사본일수록 오타가 많습니다. 쇠가 오래될수록 더 많이 녹스는 것과 비슷합니다.

오타가 생기는 속도를 알면, 오타 개수를 세어서 그 복사본이 언제 생겼는지 거꾸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지난 1억 년 동안 점프 유전자가 언제 많이 늘었는지 연대표를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점프 유전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때는 약 7,500만 년 전부터 4,500만 년 전 사이였습니다. 소행성이 떨어진 6,600만 년 전을 딱 감싸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개미의 새로운 종류가 가장 많이 생겨난 때는 그보다 조금 뒤인 6,600만 년 전부터 3,500만 년 전 사이였습니다. 순서로 보면 점프 유전자가 먼저 늘고, 개미 종류가 뒤따라 늘어난 것입니다. 게다가 점프 유전자가 크게 늘었던 개미 무리일수록, 그 뒤에 더 많은 종류로 갈라져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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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수치로 직접 그린 연대표. 점프 유전자가 늘어난 시기(주황)가 개미 종류가 늘어난 시기(파랑)보다 먼저 시작된다. (직접 작성)

5. 늘어난 건 '냄새 맡는 유전자'였다

그렇다면 점프 유전자가 늘어난 게 왜 개미에게 도움이 됐을까요? 연구팀이 찾은 실마리는 냄새입니다.

개미는 거의 모든 일을 냄새로 합니다. 길을 찾을 때도, 같은 집 식구를 알아볼 때도, 일을 나눌 때도 냄새를 씁니다. 그래서 개미는 다른 곤충보다 냄새를 맡는 유전자가 훨씬 많습니다.

조사해 보니 점프 유전자가 많은 개미일수록 냄새 맡는 유전자와 맛보는 유전자도 많았습니다. 점프 유전자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냄새 유전자를 함께 복사해 붙여 놓은 흔적도 보였습니다. 냄새로 더 섬세하게 소통하게 된 개미가 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을 거라는 해석입니다.

반대로 몸의 기본 뼈대를 정하는 중요한 유전자 근처에는 점프 유전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곳에 끼어들면 개미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걸러졌을 겁니다. 점프 유전자는 '바뀌어도 괜찮은 곳'에서만 살아남은 것입니다.

6. 빨리 바뀌는 동네, 천천히 바뀌는 동네

또 하나 재미있는 발견이 있습니다. 개미의 설계도 안에는 점프 유전자가 잔뜩 몰려 있는 '동네'와 거의 없는 '동네'가 따로 있었습니다.

점프 유전자가 몰린 동네의 유전자들은 다른 곳보다 훨씬 빨리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는 냄새나 주변 환경을 느끼는 데 쓰이는 유전자가 많았습니다. 꼭 지켜야 할 핵심 부분은 그대로 두고, 바깥세상과 맞닿은 부분만 빠르게 바꿔 보는 구조인 셈입니다.

7.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

이 연구가 보여 준 건 '함께 일어났다'는 사실이지, '이것 때문에 저것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연구팀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가장 중요한 반론은 이것입니다. 소행성 충돌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점프 유전자 증가와 개미 종류 증가를 각각 따로 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도 늘고 물웅덩이도 늘지만, 우산 때문에 웅덩이가 생긴 건 아닌 것처럼요. 연구팀은 점프 유전자가 먼저 늘었다는 순서를 근거로 들지만, 이런 가능성까지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그 밖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개미만 조사했기 때문에, 이미 멸종한 개미들은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또 1억 년 전까지만 거슬러 볼 수 있었는데, 개미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조심스럽습니다. 점프 유전자는 변화의 '재료'를 준비해 두었고, 그 재료를 실제로 쓸 '기회'는 대멸종이 만들어 준 빈자리였다는 것입니다.

8. 이 이야기가 보여 주는 것

비슷한 일은 박쥐나 원숭이 무리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종류가 빠르게 늘어나던 시기에 점프 유전자도 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꽤 흥미롭습니다. 위기가 오면 빈자리가 생깁니다. 하지만 빈자리가 생겼다고 아무나 차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바뀔 준비가 된 쪽이 기회를 잡습니다. 그리고 그 준비물이, 한때 '쓰레기'라고 불리던 유전자였을지도 모릅니다. 쓸모없어 보이던 여분이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점프 유전자가 개미를 바꾼 걸까요, 아니면 소행성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일으킨 우연이었을까요?

참고 자료

이미지 출처

  • Leaf-cutter ant (Atta cephalotes) Belize 2.jpg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Barbara McClintock (1902-1992) shown in her laboratory in 1947.jpg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OdontomachusWynaad.jpg — Wikimedia Commons, CC BY-SA 2.5
  • 연대표 그림 — 논문 본문 수치로 직접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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