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세 회사가 거의 같은 말을 했습니다. 더 좋아졌는데 더 싸졌다는 말입니다.
오픈AI는 GPT-6.1 테라를 내며 API 가격을 50퍼센트 낮췄고, 앤트로픽은 Claude Opus 5.5에서 가격 20퍼센트·운영비 40퍼센트 인하를 내세웠습니다. 구글도 제미나이 4 아르곤을 내고 2주 뒤 카본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셋 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사이클입니다. 그런데 각자 강조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오늘은 그 차이를 봅니다.
오픈AI — '더 싸게, 더 많이'
GPT-6.1 테라는 가격 절반이 가장 큰 뉴스였습니다. 함께 강조된 것은 코딩 성능 2배와 시각·컴퓨터 조작 강화입니다. 보도 중에는 "이젠 AI가 컴퓨터도 대신 쓴다"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즉 오픈AI의 이번 카드는 '에이전트'로 읽힙니다. 채팅으로 답을 받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보고 클릭하고 조작하는 방향입니다.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것은 많이 쓰게 하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오픈AI는 이번에 GPT-4.5를 챗GPT에서 퇴장시켰습니다. GPT-4 세대의 마침표입니다. 모델 교체 주기가 1년을 넘기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구글 — 따라잡던 쪽에서 앞서는 쪽으로
구글의 흐름이 가장 극적입니다. 10월 14일 제미나이 4 아르곤을 정식 출시했고, 2주 뒤인 10월 28일 카본을 또 내놨습니다.
아르곤은 코딩·과학·로봇을 관통하는 방향으로 소개됐습니다. 카본은 보안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보도 중에는 '해킹 구멍을 찾고 뚫고 막는 능력 1위', '종합 성능 평가 1위'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주목할 것은 기사 제목의 변화입니다. "조롱받던 제미나이의 반격", "AI 원조 구글, 9년 만의 반격". 1년 전만 해도 '구글이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반격'이라는 단어가 붙습니다. 그만큼 위치가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2주 간격 출시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한 모델로 모든 걸 덮으려 하지 않고, 용도별로 나눠 연속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제미나이 웹 인터페이스(2026). 세 회사의 차이는 성능표보다 '무엇을 자랑하는가'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앤트로픽 — '조용히 실무를 가져간다'
앤트로픽은 화려한 마케팅이 적은 대신 숫자가 구체적입니다.
9월 Claude Opus 5.5 — 가격 20퍼센트, 운영비 40퍼센트 인하. 그리고 시스템 제한 위반을 85퍼센트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성능 지표가 아니라 안전 지표입니다. 앤트로픽이 '얼마나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는가'를 전면에 세운다는 뜻입니다.
Sonnet 5.5는 에이전틱 코딩 성능 평가 1위로 보도됐습니다. 오픈AI가 '컴퓨터 조작'을 강조한 것과 같은 방향인데, 앤트로픽은 '코딩'이라는 더 좁고 깊은 지점을 잡았습니다.
가격 정책도 독특합니다. Mythos 5는 100만 토큰당 10달러로 나왔고, 3월에는 "100만 토큰도 같은 가격"이라는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세 회사의 진짜 차이는 '무엇을 자랑하는가'
능력치를 나란히 놓으면 비교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각사가 내세운 문장을 보면 성격이 드러납니다.
2026년 10월 기준 세 진영의 주력 모델과 각사가 강조한 지점. — 도해 직접 작성
오픈AI — "반값에 더 똑똑해졌다", "컴퓨터도 대신 쓴다"
구글 — "코딩·과학·로봇을 관통한다", "보안 능력 1위"
앤트로픽 — "시스템 제한 위반 85퍼센트 감소", "운영비 40퍼센트 절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오픈AI는 접근성(싸고 넓게), 구글은 범위(여러 영역을 한꺼번에), 앤트로픽은 신뢰(안전하게 오래 돌아가는 것)를 팝니다.
반전: 벤치마크 1위는 생각보다 의미가 약하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종합 1위"라는 표현은 조건부입니다.
첫째, 벤치마크마다 답이 다릅니다. 어떤 평가에서 1위인 모델이 다른 평가에서는 5위입니다. 기사에 붙는 '1위'는 대개 특정 벤치마크 하나의 결과입니다.
둘째, 오픈AI 스스로 벤치마크를 폐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2026년 2월, 오픈AI는 "SWE-bench Verified로 더 이상 평가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을 냈습니다. 코딩 벤치마크의 대표격이던 지표를 자사 평가에서 뺀 것입니다. 이유는 모델이 그 시험에 최적화되어 실제 성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1위'는 시간이 짧습니다. 구글이 2주 만에 새 모델을 냈고, 오픈AI는 4월·7월·10월에 걸쳐 GPT-5.5, 5.6, 6.1을 연속으로 냈습니다. 1위 자리의 수명이 몇 주인 셈입니다.
그래서 "어느 게 제일 좋아?"라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맞는 질문은 "내가 뭘 하려고 하는데, 어느 쪽이 그 일에 강한가"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고를까
용도별로 나눠보겠습니다.
1) 컴퓨터를 대신 조작해야 한다. 오픈AI의 GPT-6.1 테라가 시각·조작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화면을 보고 클릭하는 작업이라면 여기부터 보게 됩니다.
2) 코딩을 오래 돌려야 한다. 앤트로픽의 Sonnet 5.5가 에이전틱 코딩 1위로 보도됐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제한 위반 85퍼센트 감소는 장시간 자율 실행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오래 돌수록 경계를 넘는 사고가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3) 여러 영역을 한 계정으로 덮고 싶다. 구글이 검색·문서·코딩·로봇을 함께 묶는 방향입니다. 이미 구글 생태계를 쓴다면 연결 비용이 가장 낮습니다.
4) 비용이 최우선이다. 셋 다 이번 사이클에 가격을 낮췄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가격표로 판단하면 틀립니다. 지금 시점의 공식 가격표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정직하게 밝힐 것
이 글에는 정량 벤치마크 표가 없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 각사가 서로 다른 벤치마크를 인용합니다. 같은 표에 놓으면 비교한 것처럼 보이지만 비교가 아닙니다.
2) 수치가 2주 단위로 바뀝니다. 표를 만들어도 다음 달이면 틀린 표가 됩니다.
3) 무엇보다 제가 직접 측정한 값이 아닙니다. 보도를 옮겨 적은 숫자를 측정값처럼 제시하면 오해를 만듭니다.
대신 확인된 사실(모델명·출시 시점·가격 인하율·각사가 강조한 지점)만 실었습니다. 실제 도입 전에는 각사 공식 문서의 모델 카드와 본인 업무로 직접 테스트하시길 권합니다.
여러분에게
세 모델을 다 써보신 분이라면 어느 쪽이 가장 오래 붙잡고 있게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성능표 1위보다 '손이 먼저 가는 쪽'이 결국 오래 쓰게 되더군요.
혹시 아직 하나만 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사이클은 바꿀 이유가 생긴 시기입니다. 셋 다 가격을 낮췄고, 셋 다 지난해와 다른 것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만 급하게 결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주마다 1위가 바뀌는 시장에서, 지금 고른 것이 6개월 뒤에도 1위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내 업무에 맞는가'만 보시면 됩니다.
참고 자료
- 오픈AI 'GPT-6.1 테라' — 2026년 10월 26~27일 보도. API 가격 50% 인하, 코딩 성능 2배, 시각·컴퓨터 조작 강화. GPT-4.5는 챗GPT에서 퇴장(2026년 6월 보도)
- 오픈AI 모델 흐름 — GPT-5.5(2026-04), GPT-5.6(2026-07), GPT-6.1 테라(2026-10)
- 구글 '제미나이 4 아르곤' — 2026년 10월 14일 정식 출시. 코딩·과학·로봇 관통
- 구글 '제미나이 4 카본' — 2026년 10월 28일 공개. 보안 중심, 종합 성능 1위 평가 보도
- 구글 '제미나이 3.8 플래시' — 2026년 9월 3일 (경량 모델)
- 앤트로픽 'Claude Opus 5.5' — 2026년 9월. 가격 20%·운영비 40% 인하, 시스템 제한 위반 85% 감소
- 앤트로픽 'Sonnet 5.5' — 2026년 7월 공개, 에이전틱 코딩 성능 평가 1위 보도
- 앤트로픽 'Claude Mythos 5' — 100만 토큰당 10달러 (2026년 6월 보도). 2026년 3월 '100만 토큰도 같은 가격' 발표
- 오픈AI, 「SWE-bench Verified로 더 이상 평가하지 않는 이유」 2026년 2월 — 벤치마크 최적화 문제 지적
- 본 글은 공개 보도를 정리한 것이며, 특정 모델의 도입·결제를 권하지 않습니다. 모델명과 가격은 각사 발표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직접 측정한 벤치마크가 아닙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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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9:25
반값 타령 셋 다 하는데 정작 손 가는 건 하나로 정해지더라 ㅋㅋ 결국 벤치 1위보다 내가 익숙한 쪽이 이김 ㄷㄷ
모든 이야기1465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