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오전 11시 15분, 서울시가 한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은 이랬다. "청년 AI팀, 골목상권 매출 살린다".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서울시가 서울AI재단,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2026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소상공인 매출 증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만 19~39세 청년 2~4명으로 구성된 팀 100곳과 서울에서 영업 중인 소상공인 100명을 1대1로 매칭한다는 것이었다. 진행 기간은 8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우수 10개 팀에는 총 3천만 원 규모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진다. 신청 접수는 다음 날인 6월 18일부터 7월 8일까지 서울AI재단 홈페이지에서 받았다.
이 사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매칭 단위에 있다. "상권"이 아니라 "점포"를 단위로 삼는다. 청년들은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마케팅 교육, 전문가 멘토링을 받은 뒤 점포를 직접 방문해 고객 특성, 상권 환경, 온라인 홍보 현황을 분석하고, 실행 가능한 맞춤형 계획까지 만든다. 이 단위 설정 하나가 이 사업이 무엇을 고칠 수 있고 무엇은 건드리지 못하는지를 사실상 결정한다. 그래서 이번 글은 사업 소개가 아니라, 이런 처방이 골목상권의 구조 어디에 닿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읽어 보려 한다.
서울의 골목은 어떤 곳인가
서울은 한강을 경계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고, 행정 구역은 25개 자치구와 427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진다. 면적은 605.25㎢로 국토의 0.61%에 지나지 않지만, 2025년 인구총조사 기준 인구는 931만 5,066명으로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인구는 1992년 1,097만 명을 정점으로 교외화와 출산율 저하 속에 줄어드는 중이다. 이 숫자는 골목상권에 그대로 번역된다. 손님의 총량이 고정되었거나 줄어드는 시장에서, 점포는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골목상권이라는 말은 보통 간선도로에서 한두 블록 안쪽, 유동인구가 거리 단위로 끊기는 보행 구간을 가리킨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점포, 층고가 낮고 면적이 작은 자리, 주거지와 상업지가 섞인 필지가 많다. 이 조건은 임대차 계약의 형태를 정한다. 매출이 급격히 흔들리고, 점포 회전이 빠르고, 그만큼 계약에서 분쟁이 잦다.
매출 처방은 무엇을 바꿀 수 있나
이 사업이 다루는 층은 운영이다. 상권 환경을 읽고, 고객 특성을 정리하고, 온라인 홍보 현황을 점검해 마케팅 전략과 실행계획을 만드는 일. 같은 점포, 같은 자리, 같은 월세에서 매출 구성만 바꾸는 접근이다. 메뉴 구성, 가격대, 영업시간, 배달과 예약 채널, 리뷰 관리, 사진과 문구 — 실제로 매출에 영향을 주는 항목이 여기 있다.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 강옥현은 "AI 기술이 골목상권의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질 때 시민이 체감하는 혁신이 된다"고 말했다. 이 문장은 사업의 성공 기준을 스스로 정한 셈이다. 교육 이수나 리포트 제출이 아니라 ‘매출 증가’가 기준이라면, 석 달짜리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가 곧 질문이 된다. 다만 이 사업은 시작 단계의 모집 공고이며,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 수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성과발표회에서 나올 숫자를 봐야 이 처방의 유효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임대료라는 고정 비용
상가 임대차는 대개 세 가지 돈으로 이루어진다.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맡겨 두는 목돈,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쌓은 영업적 가치(단골, 시설, 상권 내 위치)를 다음 임차인에게 넘기며 받는 돈이다. 여기에 건물주가 요구하는 관리비와, 매출의 일정 비율을 월세에 얹는 준(準)월세 구조가 더해지기도 한다. 공실률은 같은 거리에서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로, 임대인의 협상력과 임차인의 선택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다.
을지로 인쇄골목의 코팅 업체 작업장 — 작은 점포가 한 작업장 안에 장비와 인력, 재고를 모두 넣고 돌아가는 서울 골목상권의 전형. 사진: Aaaatu,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중요한 것은 이 비용들의 성질이다. 마케팅으로 매출이 10% 늘어도 월세는 그대로다. 반대로 매출이 10% 줄어도 월세는 그대로다. 운영 개선의 성과가 임차인에게 먼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계약 갱신 시점에 임대인이 상권의 회복세를 보고 월세를 올리면, 몇 달의 매출 개선은 비용으로 흡수된다. 권리금도 마찬가지다. 거리 전체가 활기를 되찾으면 신규 진입자가 늘고, 그만큼 권리금이 오른다. 지원사업이 만든 매출이 점주의 몫이 되는지, 임대인의 몫이 되는지는 계약 조항이 결정한다.
왜 점포 지원이 임대 구조와 부딪히는가
점포 단위 지원의 구조적 한계는 경쟁 관계에 있다. 사업 대상 100곳은 상권 전체가 아니라 선정된 개별 점포다. 같은 골목에서 한 집이 마케팅을 개선하면, 손님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옆집의 손님이 줄어드는 압력이 생긴다. 상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 않는 운영 개선은 상대적 순위를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 이것이 지자체 지원사업이 늘 "점포"가 아니라 "상권"을 단위로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개별 점포 신청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정 기준이 개별 점포일 수밖에 없는데 성과는 상권 단위로 말해야 하는 구조적 어색함이 남는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도 읽어볼 만하다. 보증재단은 신용이 약한 소상공인의 대출을 보증하는 기관이다. 운영 개선 계획이 자금 조달과 연결될 때 실행력이 생긴다는 판단으로 보이지만, 이번 보도자료에는 자금 지원 규모나 연계 방식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상금 3천만 원, 팀 100곳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운영 개선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알 수 없다.
통념과의 반전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계약이 바뀌었다
골목상권의 위기를 "사람이 안 온다"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같은 거리에서 어떤 점포는 줄을 서고 어떤 점포는 문을 닫는다. 유동인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는다. 그 남는 부분에 임대 조건, 점포 면적, 층, 접근 동선, 업종 포화도가 있다. AI 분석이 유동인구와 고객 특성을 정교하게 읽어도, 임대 조건은 계약서에 적힌 별개의 변수다.
그래서 이 사업의 진짜 시험대는 데이터의 정교함이 아니라 실행 후 계약 협상에 있다. 매출이 올랐을 때 주인이 그 성과를 지킬 수 있는 조항이 있는지, 갱신 시 월세 인상 폭을 협상할 여지가 있는지, 권리금을 돌려받고 나갈 수 있는지. 처방전이 아무리 정확해도 약값이 매달 오르면 치료는 반복된다.
다른 지역의 비교와 사료의 한계
원문에는 다른 국가나 다른 지역의 유사 사례, 대조 사례가 제시되지 않았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는 것이 정확하다. 이 글의 1차 사료는 서울시 발표를 전한 보도자료다. 보도자료는 사업의 취지와 모집 요건, 상금 규모를 알려주지만, 예산의 총액, 선정 기준의 구체적 배점, 기존 유사 사업의 성과, 실패 사례는 담지 않는다. 지자체 발표는 정책의 의도를 홍보하는 문서이고, 프랜차이즈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이 끼어들 여지도 있다.
이 글은 그 문서에 적힌 값만 인용했고, 성과에 대한 평가는 유보한다. 또 하나 남는 공백은 업종 구성이다.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에 대한 수치는 원문에 없어, 지원사업이 겨냥하는 점포군을 자격 조건(서울에서 정상 영업 중)으로만 짐작했다. 폐업한 점포는 지원 대상에서 빠지므로, 지원사업의 성과와 상권의 실제 생존율은 서로 다른 것을 센다.
독자에게 묻는다
참고 자료
- 뉴스1, "청년 AI팀, 골목상권 매출 살린다…서울 소상공인 100곳 맞춤 분석", 2026-06-17. https://www.news1.kr/press/press-release/6199581
- 연합뉴스, "청년 AI 분석가, 서울 소상공인 매출 살린다…서울시 프로젝트", 2026-06-17 11:15. https://www.yna.co.kr/view/AKR20260617049800004
- 배경: 위키백과 "서울특별시" (인구·면적·행정동 수). https://ko.wikipedia.org/wiki/서울특별시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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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3:32
이 대목 읽으면서 제가 살던 동네 반찬가게가 떠올랐습니다. 배달앱에 올리고 사진 예쁘게 바꿔서 손님이 확 늘었는데, 두 달 뒤 건물주가 "요즘 장사 잘되시죠" 하면서 월세를 올렸더군요. 결국 가게는 그해 겨울에 접었고요. 매출이 늘어나는 순간이 오히려 임대료 인상의 근거가 되는 구조라면, 석 달짜리 사업의 성과는 누구의 성과인지 궁금해집니다. 혹시 재계약 때 임대료 상한을 두는 조항을 같이 안내하는 사업은 없을까요? -
빗방울
2026.11.01 04:36
월세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이라는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저는 매출이 늘면 가게가 조금은 숨통 트이는 줄 알았는데, 갱신 때 그만큼 다시 걷어가면 몇 달의 노력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집니다. 매출이 오른 가게 중에 계약서에서 그 성과를 지켜낸 사례가 실제로 있을까요? -
빗방울
2026.11.01 05:40
마케팅으로 매출이 늘어도 월세는 그대로라는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저는 골목상권이 죽는 이유를 주로 유동인구 감소로만 생각했는데, 같은 거리에서 어떤 집은 줄을 서고 어떤 집은 문을 닫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계약 조건 쪽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혹시 매출이 오른 점포가 갱신 때 월세 인상을 받은 사례도 수치로 남아 있을까요? 그 부분이 있으면 이 사업의 성과를 훨씬 입체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빗방울
2026.11.01 06:36
월세 얘기에서 멈칫했습니다. 저는 골목상권 문제가 손님이 없어서인 줄만 알았는데, 같은 거리에서 줄 서는 집과 문 닫는 집이 갈리는 건 계약서 쪽 변수라는 대목이 오래 남네요. 혹시 재개발이나 상권 활성화 기대감으로 갱신 때 월세를 크게 올린 사례도 있을까요? -
빗방울
2026.11.01 06:46
월세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동네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손님이 확 늘어도 주인은 갱신 때 조마조마하고, 옆집은 손님이 줄어 속상해하는. 혹시 매출이 오른 점포를 계약 갱신 때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갱신요구권 같은 장치가 실제로 얼마나 힘을 발휘하는지 궁금합니다. -
빗방울
2026.11.01 07:28
매출이 늘어도 월세는 그대로라는 대목이 오래 남는다. 운영을 고치는 일과 계약을 고치는 일은 서로 다른 층의 문제이며, 지원사업이 후자에 닿지 못하면 성과는 갱신 시점에 비용으로 흡수되기 쉽다. 100곳의 처방보다 임차인이 계약에서 가질 수 있는 협상의 여지가 더 결정적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이야기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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