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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가 계속 났다. 잘 먹지 못했고, 소화도 편하지 않았다. 잠을 자다가 자주 깨기도 했다.

2022년 12월 한방내과 외래를 찾은 아이는 여섯 살이었다. 그해 3월 코로나19를 앓은 뒤 반복되는 코피로 검사를 받았고, 혈소판 수치가 29,000/µL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에도 출혈이 이어졌고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ITP로 진단받았다.

혈소판은 출혈을 멈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ITP에서는 면역 반응과 관련해 혈소판이 파괴되거나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수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아이의 진료기록에는 혈소판 숫자와 함께, 얼마나 먹는지, 코피가 얼마나 자주 나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가 적혀 있었다.

그날 시작된 관찰은 2026년 3월까지 이어진다. 3년 3개월. 그사이 수치는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고, 감염을 앓았으며, 응급실에서 치료받은 때도 있었다. 한약을 복용한 기간과 중단한 기간이 모두 기록에 남았다.

대구한의대한방병원 이광명·최아영·이정헌·김승모·김경순 연구진이 발표한 「익위승양탕 가미를 통한 소아 만성 재발성 면역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의 장기 관리 및 치험 1례」다. 한 아이의 장기 경과를 따라가며, 한의학이 만성질환의 돌봄에 어떤 역할을 더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증례보고다.

소아 ITP 장기 관리 증례보고의 제목과 초록

원문 제목과 초록(p.813). 대한한방내과학회지 2026;47(4):813–822. 논문 출처

출혈을 보면서, 식사와 소화도 함께 살폈다

담당 한의사는 아이의 반복되는 코피와 식욕부진, 소화 기능 저하 등을 함께 보고, 비위기허(脾胃氣虛)에 따른 비불통섭(脾不統攝)으로 판단했다.

한의학의 언어로 풀면, 음식을 받아들이고 몸을 유지하는 기능이 약해진 상태와 출혈 양상을 함께 해석한 것이다. 여기서 ‘비’는 전통 한의학의 기능 개념이다. 현대 해부학의 비장 하나와 동일시하거나, 그 자체가 면역성 혈소판 감소의 기전을 설명한다고 읽을 필요는 없다.

이 변증에 따라 익위승양탕을 바탕으로 처방을 조절했다. 논문은 비위 기능을 보강하면서 출혈과 동반 증상을 함께 살피려는 치료 의도를 설명한다. 백모근·아교 등을 배합하고, 경과에 따라 비염과 소화 상태, 복약 순응도를 고려해 구성을 바꿨다.

초기에는 코피의 빈도와 지혈 양상이 좋아지는 경과가 관찰됐다. 2023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도 코피는 세 차례 있었지만, 전보다 멎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기록됐다. 식사량이 늘고 소화불량도 나아졌다. 3월 11일 해당 한방병원에서 직접 시행한 혈액검사에서는 혈소판이 106,000/µL로 확인됐다.

이 부분에서 한의학 진료의 관심이 드러난다. 출혈 질환을 가진 아이를 보면서 식사와 소화, 수면 같은 생활 속 증상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 수면은 관찰 항목에 포함됐지만, 논문에 구체적인 전후 개선 수치가 제시된 것은 아니다.

좋아지던 흐름에, 장염이 끼어들었다

경과는 곧 다시 꺾였다.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장염 이후, 2023년 3월 14일 혈소판이 16,000/µL까지 떨어졌다고 보호자가 전했다. 아이는 다른 병원의 응급실에서 정맥용 면역글로불린, IVIG 치료를 받았다. 3월 18일에는 226,000/µL로 회복해 퇴원했다고 기록됐다.

이 급격한 상승은 IVIG 치료 이후의 경과다. 한약 치료의 성과로 옮겨 적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 기록은 한의학적 장기 관리와 필요할 때의 혈액학적 처치가 한 환자의 치료 과정 안에서 함께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이후에도 관찰은 계속됐다. 논문 본문에는 2023년 6월 이후 약 1년 동안 혈소판이 160,000~230,000/µL 범위로 유지됐다는 보호자 전달 기록이 있다. 식사량과 배변 상태도 양호했다고 한다. 그러다 2024년 감기를 앓은 뒤 다시 88,000/µL로 낮아진 시기가 있었다.

소아 ITP 환자의 추적관찰 중 혈소판 변화, 원문 Figure 1

원문 Figure 1(p.818), 추적관찰 중 혈소판 변화. 검은 점은 해당 병원에서 직접 확인한 검사값, 빈 점은 타 의료기관 검사에 관한 보호자 전달값이다. 빈 점에 해당하는 원 검사결과지는 저자들이 확보하지 못했다. 2023년 3월의 급상승에는 IVIG 치료가 선행했다. 이 그림은 연속 측정이 아닌 일부 시점의 관찰값을 연결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약을 쉬었던 시간도, 기록에 남아 있다

증상이 안정된 뒤에는 한약을 중단하고 경과를 지켜봤다. 2025년 3월 재내원 당시, 한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혈소판은 약 100,000/µL 내외로 유지됐다고 보고됐다. 이후 한약 투여가 재개됐다.

여기서 ‘3년 3개월 치료’의 의미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매일 빠짐없이 같은 처방을 먹은 기간이라는 뜻이 아니다. 이 추적기간 동안 총 일곱 차례 처방이 있었고, 중단 기간도 포함돼 있다.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의 경과까지 남겨두었다는 점이 이 증례의 중요한 자료다.

2026년 2월에는 또 한 번 독감을 앓았다. 보호자 보고에 따르면 혈소판은 30,000/µL까지 내려갔다가, IVIG를 포함한 추가적인 ITP 특이 치료 없이 5일 뒤 160,000/µL로 올라왔다.

눈길을 끄는 변화다. 다만 이 수치는 보호자 전달 자료이고, 소아 ITP에서는 감염 뒤 자연적으로 수치가 회복되기도 한다. 따라서 ‘한약이 닷새 만에 혈소판을 회복시켰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당시 한약의 정확한 복용 시점과 감염 회복 과정, 원 검사자료를 함께 확보해 후속 연구에서 살펴볼 만한 경과다.

한의학이 더할 수 있는 돌봄의 범위

이 논문에서 반가운 점은 출혈의 빈도와 지혈 양상, 식사량과 소화 상태를 혈소판 수치 옆에 놓고 오래 관찰했다는 것이다. 재발이 반복되는 아이에게는 검사 사이의 일상도 중요하다. 잘 먹는지, 코피 때문에 생활이 불편한지, 비염 같은 동반 증상이 어떤지까지 함께 살피는 진료에는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한의학의 역할도 이러한 장기 관리에서의 보완적 치료 가능성이다. 이 사례에서는 한약을 병행한 일부 기간에 코피와 소화기 증상의 호전이 관찰됐다. 그 관찰을 출발점으로, 어떤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더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의 안전한 토대는 소아혈액 전문 진료와 필요한 검사다. 소아 ITP의 치료 여부는 혈소판 숫자만으로 정하지 않고 출혈 정도와 임상 상태를 함께 고려한다. 이 증례를 근거로 IVIG 등 필요한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해서는 안 되며, 멎지 않거나 심한 출혈이 있으면 신속히 의료기관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한약 병행 여부 역시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 함께 관리할 사항이다.

다음 연구가 이어받을 것들

임상가에게는 처방의 이름만큼 자료의 출처가 중요하다. 이 증례에서 해당 병원이 직접 확인한 혈소판 검사값은 2023년 3월 11일의 106,000/µL이며, 다른 시점들은 주로 보호자가 전한 타 기관 검사값이다. 원 검사결과지를 확보하고 출혈 빈도·지혈 시간·식사 상태를 같은 기준으로 기록하면 훨씬 단단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감염과 IVIG, 철분제 복용, 한약의 복용·중단 시점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명의 경과만으로 자연 회복과 치료의 영향을 나누기는 어렵다. 한약을 중단한 때에도 수치가 유지됐다는 기록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환자와 보호자가 보고한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지만, 간·신장 기능을 정기적으로 확인한 검사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 장기 복용의 안전성을 확정하기보다, 다음 연구에서 반드시 보완할 부분이다. 아이의 성장에 따른 처방 조정과 복약 순응도, 체계적인 안전성 평가가 함께 기록될 때 장기 관리의 의미도 더 분명해질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마지막 장면이 없다. 대신 2022년 겨울부터 2026년 봄까지, 다시 떨어지는 수치와 회복되는 과정, 코피가 줄고 식사가 나아진 시기, 약을 쉬며 지켜본 시간이 남아 있다.

한의학의 가능성을 살펴볼 출발점도 그 긴 기록 속에 있다. 반복되는 질환을 가진 아이의 몸과 일상을 함께 돌보는 일. 이 증례는 그 돌봄을 연구의 언어로 남기려 한 한 편의 기록이다.


참고 자료
이광명·최아영·이정헌·김승모·김경순. 익위승양탕 가미를 통한 소아 만성 재발성 면역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의 장기 관리 및 치험 1례. 대한한방내과학회지. 2026;47(4):813–822. 논문 원문
일반적인 소아 ITP 치료 원칙: 미국혈액학회 ITP 진료지침(2019), 소아 권고 · 캐나다소아과학회 소아 ITP 관리 지침
환자의 경과는 논문 본문과 Table 2·Figure 1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논문에 없는 대화나 감정은 추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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