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끝났다. 그러나 잠은 하루 두세 시간뿐이었다.
아침이면 등에 땀이 흥건했다. 먹는 양이 줄었고, 기운이 없었다. 가슴의 통증과 불편감, 숨참도 남아 있었다. 2026년 2월 12일 한방병원에 입원한 69세 여성의 기록은 이렇게 시작된다.
불과 여드레 전, 환자는 관상동맥우회술과 대동맥판막치환술을 함께 받았다. 심장에 피를 공급할 우회로를 만들고,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교체한 큰 수술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통증을 견디고, 다시 먹고 자며, 일상 활동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대구한의대한방병원 원희주·김채은·강진규·김영익·장우석 연구진은 이 환자가 2월 12일부터 4월 2일까지 받은 치료와 변화를 증례보고로 남겼다. 「관상동맥우회술 및 대동맥판막치환술 후 회복기 환자에 대한 복합 한의치료의 임상 효과」. 수술 이후의 시간을 한의학이 어떻게 함께 돌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원문 제목과 초록(p.843). 대한한방내과학회지 2026;47(4):843–854. 논문 출처
가슴 통증 옆에, 식사와 잠을 적었다
환자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을 오래 앓고 있었다. 수술 뒤에는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도 사용하고 있었다. 심장 수술 후 회복과 만성질환 관리를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입원 당시 가슴 통증·불편감의 VAS 점수는 10점 중 5점. 신체 활동에 따른 증상을 평가하는 NYHA 기능분류는 III등급이었다. 안정할 때는 비교적 편하지만, 평소보다 적은 활동에도 증상이 나타나 활동에 상당한 제한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한의사는 수술 후 쇠약감과 식욕 저하, 땀, 수면 문제를 함께 살펴 기혈양허(氣血兩虛)를 기본 병기로 판단했다. 회복 과정에서는 심비양허(心脾兩虛), 기음의 손상 등 증상의 변화도 고려했다. 이는 전통 한의학의 변증 체계로 환자의 상태를 해석한 것으로, 현대적인 심장 검사와 약물치료를 함께 진행했다.
이 접근의 의미는 회복기 환자가 매일 겪는 불편을 구체적으로 치료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가슴이 얼마나 아픈지에 더해, 식사는 가능한지, 잠을 이루는지, 약을 조정할 때 속이 불편하지는 않은지까지 살폈다.
몸의 상태가 달라지자, 처방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쇠약감과 땀, 두근거림, 흉부 불편감을 고려해 가미분심기음을 사용했다. 이후 기력 저하와 식욕부진, 수면장애가 이어지자 가미귀비탕으로 처방을 바꿨다.
회복 도중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경구 당뇨약을 다시 투여하고 조절하는 과정에서 오심과 어지럼, 소화기 불편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당뇨약을 조정하면서 반하사심탕 과립과 가미반하백출천마탕 등을 활용해 동반 증상을 관리했다. 후기에는 가미보음익기전을 투여했고, 수면 개선을 목표로 산조인탕도 사용했다.
입원 기간에는 침, 간접 뜸, 건식 부항을 병행했다. 항혈소판제 등 기존 심혈관 약물치료와 혈당 관리도 계속됐다. 한약 하나를 정해 끝까지 투여한 사례가 아니라, 증상과 변증의 변화에 맞춰 치료 구성을 조절한 복합치료 사례다.
임상가에게 흥미로운 부분은 이 처방의 전환 과정이다. 회복이 진행되면서 환자의 주된 불편도 달라진다. 그때마다 무엇을 우선 관리하려 했는지가 기록에 드러난다. 다만 여러 치료가 함께 이루어졌으므로 특정 처방이나 침 치료 하나의 효과를 따로 계산할 수는 없다.
하루 세 번의 진통제가, 필요할 때의 한 번으로
입원 초기에는 진통제를 하루 세 번 복용했다. 3월 3일에는 하루 두 번으로 줄였고, 며칠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증이 다시 나타나 3월 8일부터 하루 두 번 복용을 재개했다.
좋아지기만 한 경과는 아니었다. 진통제를 줄여보고, 통증이 돌아오면 다시 조절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후 하루 한 번으로 감량했고, 3월 19일부터는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퇴원까지 실제 복용은 총 네 차례였다.
통증 점수도 입원 당시 5점에서 3월 19일 4점, 3월 22일 2점으로 내려갔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기록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진통제를 먹던 상태에서 필요할 때 사용하는 상태로 변했다는 점은 회복을 이해하는 구체적인 단서다.
활동에 따른 불편도 줄었다. NYHA 기능분류는 입원 당시 III등급에서 3월 11일 II등급, 3월 30일 I등급으로 바뀌었다. I등급은 일상적인 신체 활동으로 인한 호흡곤란·피로 등의 제한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운동능력을 직접 수치로 측정한 결과와는 구분해야 하지만, 환자가 활동할 때 겪는 증상이 호전됐음을 보여준다.
원문 Figure 1(p.849). 파란색 통증 VAS는 왼쪽 축, 주황색 NYHA 기능등급은 오른쪽 축으로 읽는다. 두 선은 서로 다른 척도이며, 선의 높이를 직접 비교하는 그래프는 아니다. 이미지 출처
검사표에도 회복의 흐름이 남았다
연구진은 환자의 증상과 함께 혈액검사 결과도 추적했다. 심장 부담 평가에 쓰이는 NT-proBNP는 2월 12일 1,669pg/mL에서 3월 13일 327pg/mL, 4월 2일 204pg/mL로 감소했다.
심근 손상 관련 지표인 트로포닌 T는 3월 13일 0.023ng/mL에서 4월 2일 0.016ng/mL로, CK-MB는 2월 12일 5.31ng/mL에서 4월 2일 1.84ng/mL로 낮아졌다.
숫자를 읽을 때에는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한다. CK-MB는 논문에 제시된 참고범위 안으로 들어왔지만, 마지막 NT-proBNP와 트로포닌 T는 제시된 참고 상한보다 여전히 높았다. 따라서 ‘모든 심장 수치가 정상화됐다’보다는 관련 지표가 낮아지는 회복 경과가 관찰됐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수치만으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또한 큰 수술 뒤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표가 낮아질 수 있고, 기존 심장약의 영향도 함께 작용한다. 이 증례가 보여주는 것은 한의치료를 병행한 회복기의 전체 경과이지, 감소분 전부가 한의치료 때문이라는 증명은 아니다.
인슐린을 줄였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혈당 관리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경구혈당강하제를 재도입하고 조정하면서 인슐린 요구량이 감소했고, 퇴원일에는 기저 인슐린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를 인슐린 전체의 중단이나 당뇨병의 완치로 읽어서는 안 된다.
수술 후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과정, 당뇨식이, 경구약의 재투여와 증량이 함께 있었다. 연구진도 인슐린 요구량 감소를 한의치료의 직접 효과로 단정하지 않았다.
한의학적으로 살펴볼 부분은 당뇨약 조정 과정에서 나타난 오심·어지럼·소화기 불편에 함께 대응했다는 점이다. 만성질환 치료를 지속하면서 환자가 겪는 불편을 줄이는 데 어떤 보탬이 될 수 있을지, 후속 연구로 이어갈 만한 질문이다.
수술 이후의 시간을 돌본다는 것
이 증례에서 한의학의 역할은 회복기의 여러 불편을 함께 살피는 데 있었다. 통증과 숨참, 피로, 식욕, 수면, 약물 조정 중의 소화기 증상을 따라가면서 처방과 치료를 조절했다. 진통제 사용량과 기능등급, 혈액검사도 함께 기록했다는 점에서 임상 경험을 검토 가능한 자료로 남겼다.
물론 환자 한 명의 증례이고 비교군이 없다. 수술 후 자연 회복과 표준 약물치료의 영향을 분리하기 어렵다. 수면 역시 입원 당시 두세 시간이라는 기록은 있지만, 퇴원 때 몇 시간으로 늘었는지 정량적인 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향후에는 보행능력, 수면, 삶의 질, 약물 사용량과 안전성을 일정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보완적 한의치료의 역할을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심장 수술 후에는 담당 의료진이 정한 약물치료와 심장재활 계획을 이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한약과 침 치료를 병행할 때도 복용약과 수술 상태를 의료진이 함께 확인해야 한다. 새로 생기거나 심해지는 흉통·호흡곤란은 회복기 불편으로 넘기지 말고 즉시 평가받아야 한다.
2월의 기록에는 두세 시간의 잠과 하루 세 번의 진통제, 활동을 제한하는 숨참이 있었다. 3월 말에는 일상 활동의 제한이 줄었고, 진통제는 필요한 때에만 복용했다. 이 변화 사이에는 수술의 회복 과정과 기존 약물치료, 그리고 증상에 맞춰 조절한 한의치료가 함께 놓여 있다.
큰 수술을 마친 사람이 다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남아 있는 불편을 하나씩 살피는 일. 이 증례가 보여주는 한의학의 가능성은 그 회복의 시간에 있다.
논문과 참고 자료
원희주·김채은·강진규·김영익·장우석. 관상동맥우회술 및 대동맥판막치환술 후 회복기 환자에 대한 복합 한의치료의 임상 효과: 증례보고. 대한한방내과학회지. 2026;47(4):843–854. 논문 원문
일반적인 회복기 관리: 미국심장협회 심장재활 안내.
환자의 경과와 수치는 논문 본문, Figure 1, Table 4·5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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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0:45
큰 수술 뒤에 남는 건 결국 잠 한 시간이더라. -
행복한하루
2026.11.01 10:45
맞아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정작 환자가 체감하는 고통은 잠 못 이루는 밤과 기운 없는 일상 같은 아주 구체적인 불편함들이더라고요.
이 증례에서도 단순히 심장 수치만 본 게 아니라, 식욕이나 수면 같은 삶의 질과 직결된 부분들을 세밀하게 살피며 처방을 바꾼 점이 인상 깊습니다. 결국 회복이라는 건 수치상의 정상화를 넘어, 다시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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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4:53
수술이 끝나도 잠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퇴원 후엔 몇 시간쯤 자게 되셨을까요? 산조인탕을 쓴 뒤로 밤에 깨는 횟수도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
빗방울
2026.11.01 14:55
잠 한 시간이 제일 먼저 돌아온다는 말,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
빗방울
2026.11.01 15:19
그 말에 정말 공감해요. 기술적 성공과 삶의 회복은 딱 붙어 서야 하는데, 그 사이를 채워 주는 게 진짜 진료인 것 같아요. -
빗방울
2026.11.01 15:33
그 말 공감해.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걸 회복이라고 부르기엔, 밤에 몇 번 깨는지 같은 게 훨씬 크게 느껴지니까. 이 증례에서도 산조인탕 쓰고 나서 잠이 얼마나 늘었는지 숫자로 안 남은 게 아쉬움. 다음엔 수면 시간도 꼭 같이 적어줬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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