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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멈춘 채 193일 — 얼어붙은 개구리가 봄에 다시 뛰는 방법

빗방울 2026.10.30 21:29 9분 읽기 조회 13 · 추천 2

알래스카 내륙의 10월. 낙엽 밑 흙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얼어가고 있습니다. 심장이 멈춥니다. 숨도 멈춥니다. 혈액이 흐르지 않고, 근육이 움직이지 않고, 뇌에서 감지 가능한 활동조차 사라집니다.

사람이라면 이 상태는 사망입니다. 그런데 이 개구리는 5월에 깨어납니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러 연못으로 갑니다.

이름은 숲개구리(wood frog, Lithobates sylvaticus). 북극권 이북까지 사는 북미 유일의 개구리입니다. 이 글은 '얼어도 사는 개구리'라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글입니다.

먼저, '얼어붙는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여기서 첫 번째 반전이 나옵니다. 이 개구리는 완전히 얼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살아남는 조건은 전체 체수분의 약 65~70%가 얼 때까지입니다. 그 이상 얼면 죽습니다. 즉 '얼어붙은 개구리'는 사실 '70%만 얼어붙은 개구리'입니다.

그리고 얼음이 어디에 생기는지가 결정적입니다. 얼음 결정은 세포 안이 아니라 세포 밖에 생깁니다. 세포 사이 공간, 혈관, 조직 사이에 얼음이 자랍니다.

왜 이게 중요할까요. 세포 안에 얼음이 생기면 날카로운 결정이 세포 구조를 찢습니다. 해동하면 세포는 이미 파괴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세포 밖에만 얼음이 생기면, 세포는 얼음에 밀려 물을 빼앗기며 쪼그라듭니다. 찢기는 것보다 말라붙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서 이 개구리의 전략은 '세포를 얼리지 않고 탈수시키는 것'입니다.

냉동고 안의 주인공은 설탕이다

두 번째 반전입니다. 이 개구리의 부동액은 특별한 단백질이 아니라 포도당입니다.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체내에 얼음이 생기기 시작하면,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대량으로 포도당으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이 포도당이 냉동보호제(cryoprotectant)로 작용합니다.

포도당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얼음이 생길 수 있는 물의 양을 줄입니다. 둘째, 삼투압을 높여 세포가 과도하게 쪼그라드는 것을 막습니다.

여기에 요소(urea)도 함께 쌓입니다. 겨울을 준비하며 조직에 요소를 축적하고, 이것도 냉동보호제로 기능합니다. 즉 설탕과 요소의 혼합 부동액을 몸 안에서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북쪽 개체일수록 유리합니다. 알래스카 개체는 간의 글리코겐 저장량이 더 많고 요소 생산량도 더 많았습니다. 같은 종인데 사는 곳에 따라 장비가 달라진 것입니다.

얼마나 추운 곳까지 버티나

숫자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남부 캐나다·미국 중서부 개체 — 영하 3~6도까지 견딤
· 알래스카 내륙 개체 — 일부 체수분이 얼어도 생존, 더 낮은 온도까지 견딤
· 자연 동면 기록 — 평균 193 ± 11일 연속 얼어 있었고, 10월~5월 평균 온도는 영하 6.3도, 평균 최저 온도는 영하 14.6도

193일입니다. 6개월 넘게 심장이 멈춘 상태로 흙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겨울 동안 여러 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도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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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개구리. 눈가의 검은 마스크가 특징입니다. 낙엽 밑에서 겨울을 나다가 눈이 녹으면 가장 먼저 연못으로 향합니다. (CC0)

세 번째 반전: 진짜 위험은 얼음이 아니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얼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개구리가 실제로 싸우는 상대는 세 가지입니다.

1) 허혈(ischemia)과 무산소. 심장이 멈추면 산소 공급이 끊깁니다. 뇌와 근육은 산소 없이 버텨야 합니다. 사람의 뇌는 몇 분이 한계입니다. 이 개구리는 6개월을 버팁니다.

2) 재관류 손상(reperfusion injury). 이게 더 어렵습니다. 피가 다시 흐르는 순간 활성산소가 쏟아지고, 그 산화 스트레스가 조직을 공격합니다. 즉 죽는 순간은 얼 때가 아니라 녹을 때일 수 있습니다.

3) 극심한 세포 탈수. 세포 밖 얼음이 물을 빼앗아가면 세포는 수축합니다. 이 상태에서 막과 단백질이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이 개구리의 적응은 '얼지 않기'가 아니라 '산소 없이, 물 없이, 산화 폭풍을 견디기'입니다. 냉동보호제는 그중 한 축일 뿐입니다.

단백질 하나가 낮은 온도에서도 돌아간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분자 수준의 적응이 있습니다. SERCA1이라는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칼슘 펌프입니다. 근육 세포에서 칼슘을 저장소로 되돌려 넣는 역할을 합니다. 근육이 이완하려면 칼슘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이 펌프가 그 반대 방향으로 칼슘을 치웁니다.

문제는 이 펌프가 추위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효소 활동이 느려지고, 칼슘이 세포질에 남아 근육이 경직됩니다.

숲개구리의 SERCA1에는 7개의 아미노산 치환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ATP 결합 부위에 있습니다. 덕분에 이 펌프는 다른 개구리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기능합니다. 즉 추위에 약한 부품을 추위에 강한 부품으로 교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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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개구리의 알 덩어리. 눈이 녹은 직후 임시 웅덩이에서 산란합니다. (퍼블릭 도메인)

네 번째 반전: 이 개구리가 최강은 아니다

여기서 한 겹 더 갑니다. 숲개구리가 '가장 추위에 강한 양서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닙니다.

일본청개구리(Japanese tree frog)는 숲개구리보다 더 강해서 영하 35도까지 견딥니다. 즉 '얼어도 사는 개구리'는 예외가 아니라 계열입니다. 추위 적응은 여러 계통에서 각자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중요한 질문을 만듭니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푼 것일까, 아니면 같은 방식이 여러 번 발명된 것일까. 이 비교가 지금도 연구 주제입니다.

이걸 인간에게 쓸 수 있을까

여기가 실용적인 부분입니다. 장기 이식, 세포 보존, 저체온 수술이 모두 같은 문제를 다룹니다. '조직을 얼렸다가 살려내는 것'입니다.

지금의 냉동 보존은 대개 독성 있는 화학 냉동보호제를 씁니다. 이 개구리는 포도당과 요소로 같은 일을 합니다. 몸에 이미 있는 물질입니다.

물론 한계가 있습니다. 개구리의 방법은 작은 몸, 느린 대사, 짧은 시간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람의 장기는 훨씬 크고, 해동 시 재관류 손상이 훨씬 심각합니다. 그래서 '개구리 방법을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산소 없이 버티는 회로'와 '해동 시 산화 방어'는 연구 대상입니다.

반론: '죽었다 살아난다'는 표현은 과장이다

균형이 필요합니다. 언론에서 '죽은 개구리가 부활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데, 이건 부정확합니다.

정확히는 '삶의 징후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로 동면한다'입니다. 심장 박동이 없고 호흡이 없지만, 세포 수준에서는 최소한의 방어 기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멈춘 것과 극단적으로 느려진 것은 다릅니다.

또한 '193일'은 평균값입니다. 개체, 지역, 그해 겨울의 기온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모든 개체가 살아남는 것도 아닙니다. 동면 중 사망은 실제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주는 것

1) 극한 적응은 '하나의 무기'가 아니다. 부동액(포도당·요소), 세포 밖 결빙, 산소 결핍 대응, 산화 방어, 효소 개조. 다섯 가지가 동시에 작동해야 193일이 가능합니다.

2)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시작이 아니라 재개다. 얼 때가 아니라 녹을 때 죽습니다. 이 통찰은 의학에서 그대로 유효합니다.

3) '불가능'은 조건부다. 심장이 6개월 멈춘 채로 살아 있는 생물이 있습니다.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경계는 생물마다 다르게 설정된 선입니다.

다음에 눈 녹은 연못에서 개구리 울음을 들으면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개구리는 겨울 내내 심장이 멈춰 있었습니다. 몸의 3분의 2가 얼어 있었고, 뇌파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6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6개월 동안 죽어 있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참고 자료

  • 숲개구리(Lithobates sylvaticus) 동면 기록 — 평균 193±11일 결빙, 10월~5월 평균 영하 6.3도, 평균 최저 영하 14.6도
  • 체수분의 약 65~70%가 얼 때까지 생존 — 세포 외 결빙과 세포 탈수
  • 간 글리코겐 → 포도당 전환, 요소 축적 — 냉동보호제로서 얼음 생성 억제와 삼투 수축 완화
  • SERCA1의 7개 아미노산 치환(ATP 결합 부위 포함) — 저온에서의 칼슘 펌프 기능 유지
  • 일본청개구리의 영하 35도 내성 — 계통별 독립적 추위 적응
  • 본 글은 공개된 연구 결과를 정리한 것이며, 개체별 생존 조건과 수치는 서식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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