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평화시장 옆, 전국에서 유일하게 '닭똥집' 하나를 주제로 삼은 골목이 있다. 2000년대 초반 58곳에 달하던 닭똥집 업체는 2021년 기준 24곳까지 줄었다. 같은 골목에서 2019년부터 '명품 테마로드 조성 사업'이 진행된 뒤, 공실은 9곳에서 2곳으로, 연간 유동인구는 1,200만 명에서 1,600만 명으로 바뀌었다. 전체 업소 매출액은 연평균 12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늘었다. 이 숫자들은 골목이 '죽었다'와 '살았다' 사이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정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1972년 시장과 함께 시작된 골목
닭똥집골목은 1972년 생겨난 평화시장과 역사를 같이한다. 도계장이 가까워 얼리지 않은 닭모래주머니를 쓸 수 있었던 것이 이 골목의 원초적 경쟁력이었다. 1990년대에는 2세대 골목이 완성되며 인근 경북대학교 학생들의 아지트, 젊음의 거리로 자리 잡았다. 대구가 섬유산업을 축으로 성장한 도시이고 조선시대 경상감영 소재지였던 만큼, 시장과 골목이 도시 경제의 미세 혈관 역할을 해온 지역이기도 하다.
즉 이 골목은 처음부터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음식 골목'이었다. 그 점이 쇠락의 원인과 회복의 방법을 동시에 규정한다.
대구 칠성시장의 골목 풍경 — 대구의 시장 골목은 좁은 통로와 노천 진열대, 오래된 간판이 겹쳐진 구조다. 사진은 닭똥집골목이 아닌 칠성시장 일대지만, 같은 도시 시장 골목의 물리적 조건을 보여준다. — User:Visviva,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왜 58곳이 24곳이 되었나
원문이 짚은 쇠락의 원인은 네 가지다. 첫째, 단일 음식을 주제로 한 골목의 특성. 둘째, 오래된 시설. 셋째, 평화시장과 '똥집 명물거리' 사이에서 혼동되는 명칭. 넷째, 계획 없이 개발된 시설물과 콘텐츠 부족이다.
여기에 상권 해설의 관점을 보태면, 단일 품목 골목은 수요가 흔들릴 때 완충 장치가 없다. 업종이 하나면 다른 업종이 손님을 끌어오는 '집객 효과'가 없고, 임차인이 바뀌어도 같은 업종만 들어와야 하므로 임대차 협상에서 임차인의 대안이 좁다. 대신 대체 불가능한 맛과 장소성이 무기가 된다. 명품 테마로드가 노린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사업이 실제로 바꾼 것
사업은 네 방향으로 진행됐다. 테마거리 특화 환경 조성 — 튀김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을 바탕으로 한 골목 경관, 바닥 정비, 입체형 안내 사인, 차양 패브릭, 경관조명, 광장 무대, 포토존, 공용 화장실 정비. 문화 콘텐츠 — 대구 시티투어 팔공산 코스가 이 골목을 지나도록 노선을 조정하고, 소책자·리플릿·포스터를 만들고, MZ 세대를 겨냥한 소스 2종과 찜닭 소스 2종, 디핑소스 2종을 개발해 상인에게 보급했다. 골목 브랜드 가치 창출 — BI와 캐릭터 '칙키'와 '빠삭'을 만들고 굿즈를 제작해 상인 커뮤니티센터 수익으로 돌렸다. 상인 역량 강화 — 빈 점포를 활용한 커뮤니티센터, 외국어 메뉴판, 공동 마케팅, 서비스 교육과 노후 식당 컨설팅.
주목할 부분은 굿즈 수익이 상인회로 환류되는 구조다. 지자체 예산이 끊기면 사업도 끝나는 일반적 공모사업과 달리, 상인 조직 자체에 소액의 자체 수입을 만들어 준 것이다.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공실 9곳에서 2곳, 그 줄어든 자리에 청년 창업 6곳. 유동인구 1,200만에서 1,600만 명. 매출 12억에서 18억 원. 모두 원문에 제시된 값이다.
다만 이 수치들은 '사업 시행 전'과 '사업 후'의 비교이며, 코로나19 기간과 겹친다. 같은 기간 대구 전체 상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비교 가능한 대조군 골목이 있었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는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동인구 증가는 골목 자체의 매력인지 시티투어 노선 조정과 축제의 효과인지 분리하기 어렵고, 매출 6억 원 증가가 업소당 매출인지 골목 전체 합계인지도 문장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권리금·보증금·월세, 그리고 공실률이라는 잣대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이해하면 이 숫자의 무게가 달라진다. 상가 임대차에서는 보증금과 월세 외에 '권리금'이 오간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쌓아온 영업권·시설·거래처·단골에 대해 다음 임차인에게 받는 대가로, 법적으로 보호 범위가 제한적이며 상권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값이다. 장사가 잘되는 골목에서는 권리금이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공실이 늘면 권리금이 0에 가까워지거나 오히려 임대인이 월세를 깎아주며 세입자를 구한다.
공실률은 이 모든 것을 압축한 지표다. 점포가 비어 있다는 건 임대료를 감당할 만한 업종이 그 자리에 없다는 뜻이고, 동시에 그 자리의 권리금이 이미 소진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실이 9곳에서 2곳으로 줄었다는 것은 물리적 점포 수의 회복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가 다시 나타났다는 신호다. 청년 창업 6곳은 특히 의미가 있다. 자본이 얇은 창업자가 들어올 수 있는 임대 조건이 형성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권이 죽었다'가 아니라 '업종이 바뀌었다'
통념은 골목상권의 쇠락을 소비 침체의 문제로 본다. 그러나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수요를 붙잡는 방식이 낡았다는 쪽에 가깝다. 1990년대 젊은이들이 찾던 골목이 2000년대에 위기를 맞은 것은 닭똥집을 안 먹게 되어서가 아니라, 이름이 헷갈리고 시설이 낡고 콘텐츠가 없어서였다. 사업은 임대료를 낮추거나 업종을 갈아엎은 것이 아니라, 같은 물건에 브랜드와 동선과 이야기를 붙였다.
물론 이 해석에도 반전이 있다. 소스 개발과 캐릭터는 '상품'이지만, 골목의 진짜 자산은 도계장 근처라는 입지와 50년의 단골이다. 외부에서 주입한 요소가 골목의 정체성을 희석할 위험도 있다. 관광객이 늘면 임대료와 권리금이 오르고, 그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한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뒤따를 수 있다. 기사는 이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는 부산 지역 신문(NBN미디어·내외뉴스통신 계열)의 연재물로, 부산광역시 지역발전지원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고 명시돼 있다. 대구의 성공 사례를 부산에 적용할 교훈으로 제시하는 구도이므로, 사업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서술할 유인이 있다. 인터뷰는 상인회 회장 한 명분만 인용되었고, 실패한 점포나 사업에 비판적인 상인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지자체 제공 사진과 사업 설명이 서술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또한 기사 발행 시점은 2022년 12월이다. 이후 임대료와 공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청년 창업 6곳이 지속됐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독자에게 묻는다
여러분 동네의 골목에서, 최근 5년 사이에 없어진 가게와 새로 생긴 가게를 떠올려 보자. 사라진 것은 수요였을까, 아니면 그 수요를 붙잡는 방식이었을까. 만약 방식의 문제라면, 우리는 골목에 무엇을 더해야 할까 — 간판일까, 소스일까, 아니면 임대료일까.
참고 자료
- [지역경제 살리는 골목경제] 지자체-상인회가 만든 대구 명물거리, 상권 활성화 일등공신 — NBN미디어, 2022년 12월 27일
- 원문: https://www.nbntv.kr/news/articleView.html?idxno=295359
- 배경: 대구광역시 — 위키백과(링크)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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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04:31
58곳이 24곳이 된 걸 보니 살아난 게 아니라 남은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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