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9일, 이데일리는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인용해 서울 상권의 두 장면을 나란히 놓았다. 강남대로는 조사 표본에서 공실률 0%를 기록했고, 홍대·합정은 14.9%로 전 분기보다 1.9%포인트 올랐다. 같은 서울, 같은 소규모 상가 시장인데 한쪽은 빈 점포가 없고 한쪽은 일곱 칸 중 한 칸이 비어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줄이다. 홍대·합정의 1층 임대료는 ㎡당 월 6만 3,600원으로, 서울 평균 5만 2,800원보다 오히려 높았다. 비어 있는 곳이 더 비싼 역설이다. 기사는 이 지점에서 건물주들이 ‘기다리는 임대’를 포기하고 ‘운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공실률 0%와 14.9%가 같은 분기에 나온 이유
기사의 숫자를 그대로 늘어놓으면 이렇다. 서울 소규모 상가 전체 공실률은 6.4%로 전 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그 평균 안에서 강남대로 0%, 홍대·합정 14.9%, 뚝섬 1.3%(2.1%포인트 하락), 서울대입구역 2.9%, 천호 8.6%가 갈린다. 평균 하나로는 어떤 상권도 설명되지 않는 분포다.
임대료도 같은 방식으로 어긋난다. 서울 소규모 상가 1층 기준 임대료는 ㎡당 월 5만 2,800원이고 임대가격지수는 전 분기 대비 0.45% 올랐다. 전체가 조금씩 오르는 사이, 공실률이 두 자릿수인 상권이 평균보다 비싼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홍대·합정이라는 동네 — 젊음의 거리와 그 이면
홍대·합정은 서울 마포구의 서쪽 끝, 홍익대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이다. 클럽과 공연장, 독립 서점과 소규모 편집숍, 그리고 수많은 카페가 골목마다 겹쳐 있다. 합정역 쪽으로 넘어가면 양화로를 따라 오래된 건물과 신축 소규모 빌딩이 섞여 들어선다. 유동인구는 주말 밤에 몰리고 평일 낮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간대 편차가 큰 상권이기도 하다.
홍대 걷고싶은거리의 밤 풍경 — lumoplank, CC0 (Wikimedia Commons)
이런 상권은 원래 ‘임대료가 싼 대신 유행이 빨리 바뀌는’ 곳으로 분류됐다. 새 브랜드가 먼저 실험하고, 뜨면 다른 동네로 확장하고, 안 뜨면 짧게 접는다. 임차인의 회전이 빠르다는 것은 곧 공실이 자주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14.9%라는 숫자는 그 회전의 속도가 임차 수요의 속도보다 빨라졌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왜 하필 지금, 홍대에서 점포가 비는가
기사가 직접 제시하는 원인은 ‘상권별 임차 수요의 차이’다. 같은 상권 안에서도 업종마다 원하는 면적과 입지,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가 다르다. 그런데 임대료는 상권의 인지도와 과거의 성과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인지도가 높은 홍대의 1층은 여전히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그 가격을 지불할 만한 업종은 줄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국면에서는 세 가지가 겹친다. 첫째, 외식·카페 같은 업종의 포화다. 같은 골목에 비슷한 콘셉트의 점포가 서너 개씩 들어서면 신규 진입자는 매출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둘째, 배달과 온라인 채널의 확산으로 1층 대로변의 입지 프리미엄이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게 된 점이다. 셋째,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총비용의 천장이다. 임대료가 조금만 더 올라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업종이 늘어난다. 다만 이 세 가지는 이 기사에 명시된 수치가 아니라 상권 일반론이므로, 홍대의 개별 사례로 단정하지는 말아야 한다.
성수동에서 드러난 ‘업종 지도’의 힘
기사에서 가장 구체적인 장면은 성수다. 신영에셋컨설팅이 2026년 6월 성수동 1층 프라임 리테일 619개를 조사한 결과, 연무장길은 패션이 32.0%인 반면 남성수 이면과 아뜰리에길은 카페가 각각 43.1%, 38.6%를 차지했다. 같은 ‘성수’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거리마다 업종 구성이 전혀 다르다.
이 차이는 임대 전략의 차이로 이어진다. 연무장길에서는 단기 팝업을, 북성수에서는 대형 플래그십과 F&B 통임대를, 남성수 이면과 아뜰리에길에서는 F&B와 소규모 패션 쇼룸을 함께 유치하는 식이다. 건물주가 ‘누구에게 빌려줄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합이 이 거리에서 작동하는지’를 설계하는 쪽으로 넘어간 셈이다.
용적률 완화가 바꾼 산수 — 219평이 407평이 될 때
기사는 운영 전략의 배경으로 서울시의 용적률 한시 완화를 든다. 2028년 5월까지 제2·3종 일반주거지역 내 소규모 건축물의 용적률을 각각 200%에서 250%, 250%에서 300%로 올려준다는 내용이다. 같은 대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연면적이 늘어나면,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동선을 어떻게 짤지 선택지가 넓어진다.
사례로 나온 두 곳이 흥미롭다. 패스트파이브가 참여하는 서울대입구역 인근 빌딩은 1층 동선과 지하 공간을 재구성해 연면적을 약 219평에서 407평으로 늘릴 계획이고, 천호역 인근 빌딩은 계단을 외부로 옮겨 내부 임대면적을 확보하면서 약 72평에서 180평으로 확대한다. 사업계획상 준공 후 월 임대료는 두 곳 모두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기사의 설명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두 배 이상’은 준공 후의 계획값이지, 지금의 실제 수익이 아니다.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임대 가능한 면적도 늘어나므로, 총임대료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산수다. 문제는 늘어난 면적을 채울 임차인이 있느냐다. 기사에서 업계 관계자가 “용적률 완화는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출발점일 뿐”이라며 “늘어난 공간을 어떤 임차인으로 채우고 안정적으로 운영할지가 자산가치를 좌우한다”고 말한 대목이 이 지점을 정확히 찌른다.
권리금·보증금·월세 — 숫자가 세 개인 이유
한국 상가 임대차를 이해하려면 돈이 세 층으로 나뉜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맡겨두는 돈으로, 나중에 돌려받는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비용이다. 권리금은 상가를 빌릴 때 앞선 임차인에게 따로 주는 돈으로, 그 자리의 영업권·시설·단골을 사는 값이다. 법으로 보호되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협상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 구조에서는 ‘임대료가 얼마인가’라는 질문 하나로는 수익성을 판단할 수 없다. 보증금이 높으면 초기 자금 부담이 커지고, 권리금이 붙으면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비용이 추가된다. 공실률은 이런 세 층의 합계를 감당할 임차인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홍대에서 공실이 늘면서도 1층 임대료가 평균보다 높다는 것은, 임대인이 보증금과 월세의 조합을 쉽게 낮추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통념과 다른 지점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조합’이 어긋났다
공실률 14.9%라는 숫자만 보면 홍대가 쇠락했다고 읽기 쉽다. 하지만 기사의 논지는 다르다. 강남대로의 0%는 그 상권이 건강하다는 뜻이라기보다, 그 자리를 원하는 임차인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홍대의 14.9%는 그 거리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의 면적과 가격과 업종 조합에 맞는 임차인이 줄었다는 뜻에 가깝다.
같은 논리가 성수에도 적용된다. 성수가 활발한 것은 임대료가 싸서가 아니라, 거리마다 다른 업종 구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공간을 나눴기 때문이다. 상권의 생사는 ‘얼마나 비었나’가 아니라 ‘빈 자리를 어떤 용도로 다시 채우느냐’에서 갈린다. 이 기사는 그 판단을 건물주 개인의 감이 아니라 조사와 데이터로 옮기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비교의 한계 — 다른 지역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에는 서울 외 지역이나 해외 사례와의 직접 비교가 담겨 있지 않다. 서울 내 상권 간 비교가 전부다. 다른 도시의 유사 사례와 나란히 놓고 보려면 별도의 통계가 필요하며, 이 글에서는 비교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둔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시선으로 쓰인 기사인가
이 기사의 주된 취재 대상은 건물주와 개발업계, 그리고 컨설팅 회사다. 본문에 등장하는 신영에셋컨설팅의 조사, 패스트파이브의 사업계획, 업계 관계자의 코멘트는 모두 임대인·개발자 측의 관점이다. 임차인의 부담,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가 느끼는 임대료 압박에 대한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운영이 사업성을 가른다’는 결론은 개발 여력이 있는 건물에는 잘 맞지만, 재건축이 어렵고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건물주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처방일 수 있다. 임대동향조사 역시 표본 조사이므로 개별 건물의 사정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숫자를 읽을 때는 누가 조사했고 누구의 이해관계가 담겼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독자에게 — 당신 동네의 빈 점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집 앞 골목에 오래 비어 있는 점포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그 자리가 안 채워지는 이유는 임대료가 비싸서일까, 아니면 그 가격을 낼 만한 업종이 이 거리에서 사라져서일까. 다음에 그 앞을 지날 때, 유리창에 붙은 임대 문의 현수막과 옆 가게의 업종을 한 번 겹쳐 보면 이 기사의 숫자가 조금 다르게 읽힐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이다원, 「서울 상권 공실률 천차만별…빌딩 ‘운영’이 사업성 가른다」, 이데일리, 2026년 9월 9일. edaily.co.kr (원문 확인: 다음뉴스 경유, 기사 표기일 2026. 9. 9. 16:19)
한국부동산원, ‘2026년 2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기사 인용).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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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12:27
홍대 1층이 평균보다 비싼데도 14.9% 비어 있다는 게 제일 이상함ㅋㅋ 가격표는 인지도로 매기고 임차인은 매출로 계산하니까 어긋날 수밖에. 성수처럼 거리마다 업종 조합 나눠서 보는 쪽이 현실적이더라. 근데 그거 하려면 자본 있는 건물주 얘기라는 한계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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