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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 시내 서쪽, 기차역과 카지노 사이를 잇는 약 1km 남짓의 거리 힌들리 스트리트(Hindley Street). 2024년 6월 이 거리의 빈 점포 비율은 거의 20%로, 코로나19 이후 이 거리에서 기록된 최악의 수치였다. 1년 뒤인 2025년 1분기, 부동산 컨설팅 회사 JLL의 '애들레이드 하이스트리트 개요'는 이 거리의 공실률을 15.1%로 집계했다. 2024년 3분기 17.8%에서 두 번 연속으로 내려간 것이다. 그런데 이 반등을 이끈 주역으로 JLL 리서치 디렉터 릭 워너(Rick Warner)가 지목한 것은 카페도, 패션 브랜드도 아닌 편의점이었다. 그는 이 거리에 편의점이 '밀려들었다(influx)'고 표현했다.

빈 점포 20%에서 15.1%로, 그러나 여전히 1등

숫자를 차분히 읽을 필요가 있다. 15.1%는 개선이지만 동시에 JLL이 조사한 애들레이드 주요 상업 거리 가운데 가장 높은 공실률이기도 하다. 워너는 "그러나 여전히 추적 대상 하이스트리트 중 공실률이 가장 높은 구역"이라고 말했다. 즉 이 거리는 '살아났다'기보다 '가장 깊은 구멍에서 조금 올라왔다'에 가깝다. 같은 보고서에서 애들레이드 전체의 혼합 공실률은 7.9%로, 2024년 3분기 7.7%에서 오히려 소폭 올랐다. 거리 하나의 개선이 도시 전체의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11개 편의점, 전체 점포의 7.5%

JLL에 따르면 힌들리 스트리트의 편의점은 현재 11곳으로, 직전 분기보다 두 곳 늘었다. 이는 거리 전체 점포 구성(tenancy mix)의 7.5%에 해당한다. 편의점이 거리의 10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계산이다. 함께 새로 들어온 점포로는 188 힌들리 스트리트의 스템(Stem) 자리에 들어선 캐노피 바(Canopy Bar), 레반트 이터리(Levant Eatery) 자리에 문을 연 유쿠도(Yuku dō), 그리고 뱅크 스트리트 버거(Bank Street Burger)가 꼽혔다. 폐업한 자리에 술집과 음식점이 들어오고, 그 옆 빈 칸을 편의점이 메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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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애들레이드 힌들리 스트리트(2026년 7월) — 저작자 Pangalau,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호주의 상가 임대 제도 — 한국의 권리금·전세와 무엇이 다른가

한국 독자에게 가장 낯선 부분은 아마 '빈 점포를 메운다'는 말의 구조일 것이다. 호주의 상업용 부동산은 대부분 리스홀드(leasehold, 건물 소유권과 분리된 임차권)가 아니라 프리홀드(freehold, 토지와 건물의 완전 소유)로 거래되며, 임차인은 보통 수년 단위의 상업 리스 계약을 맺는다. 오스트레일리아 각 주는 소매 점포 임대에 관한 별도의 법(예: 남호주의 소매 및 상업 임대차법)을 두고 있으며, 통상 연 단위 임대료와 보증금(bank guarantee 등)이 계약의 중심이고, 한국식 전세나 권리금이라는 관행은 상업 임대의 표준 장치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이 기사는 힌들리 스트리트의 임대 조건, 임대료 수준, 계약 기간, 보증금 구조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위 설명은 제도 일반에 대한 배경이며, 이 거리에 적용되는 구체적 조건은 확인되지 않음으로 밝혀 둔다. 다만 계약의 성격상, 임대료를 오래 비워 두는 비용이 임대인에게 직접 부과되고, 임차인이 나가면 '권리금'을 받아 넘기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빈 칸을 빠르게 채우려는 유인이 한국과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은 짚을 만하다.

왜 편의점인가 — 유동인구와 낮은 진입 장벽

기사는 편의점이 왜 늘었는지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단서는 있다. 워너는 시내 북서쪽 모퉁이에 계획 중인 여러 학생 기숙사 사업이 "낮 시간대 보행 유동인구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애들레이드 시내는 대학과 병원, 카지노, 기차역이 모여 있어 짧은 시간에 물건을 사는 수요가 꾸준하다. 야간 유흥가로 알려진 이 거리에서 편의점은 늦은 시간대와 낮 시간대 모두를 붙잡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자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업종이다. 남호주 소매 매출 증가율은 2024년 11월 전년 대비 1.9%로 순환적 저점을 찍은 뒤 회복 중이고, 카페·음식점·케이터링 매출은 전년 대비 4.4% 늘어 전체 시장을 앞섰다.

반전 — 공실을 줄인 것은 '상권의 부활'이 아니라 '용도의 교체'

여기서 통념을 뒤집을 지점이 있다. 공실률 하락은 흔히 '소비가 돌아왔다'로 읽힌다. 그러나 11개 점포가 편의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거리의 기능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패션과 서비스 점포가 빠진 자리를, 체류 시간이 짧고 객단가가 낮은 업종이 채우는 것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애들레이드 시내 런들 스트리트(Rundle Street)의 패션 점포 비중은 2022년 중반 이후 최저인 30.6%로 떨어졌고, 대신 요거트 가게와 음식점이 늘었다. 공실을 메우는 편의점이 곧 '거리의 질'을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편의점의 그늘 — 런들 스트리트의 28일 영업정지

기사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그 다음이다. 런들 스트리트에서도 편의점이 두 곳 늘었지만, 그중 런들 이스트 컨비니언스(Rundle East Convenience), 런들 시티 컨비니언스(Rundle City Convenience), 디 얼티밋 컨비니언스(The Ultimate Convenience)는 남호주 소비자·기업서비스부의 불법 담배 단속팀 급습 이후, 소비자·기업담당 장관이 내린 28일 영업정지 처분으로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 니코틴 파우치가 압수됐다. 편의점이 공실률을 낮추는 가장 빠른 수단인 동시에, 규제 리스크가 가장 큰 업종이라는 양면을 이 문단이 그대로 보여준다. 거리 통계가 개선되는 동안 거리 안에서 벌어진 일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한국과 비교 — 신촌과 성수, 그리고 '계약의 크기'

한국에도 비슷한 처지의 거리가 있다. 대학가와 역세권에서 임대료와 권리금 부담이 커지자, 상가를 채우는 업종이 프랜차이즈 편의점과 저가 음식점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서울 신촌에서도 관찰됐다. 같음은 '빈 칸을 빠르게 채우는 저진입 업종이 공실 통계를 낮춘다'는 구조다. 다름은 제도 쪽에 있다. 한국은 보증금과 권리금이라는 선불 비용이 커서 점포 교체의 마찰이 크고, 임차인이 나간 자리를 새 임차인이 비싼 프리미엄을 주고 받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호주는 그런 이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아, 점포 교체 자체는 빠르지만 업종의 질이 낮아지는 속도도 빠르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는 JLL이라는 상업용 부동산 중개·컨설팅 회사의 반기 보고서와 그 연구 책임자의 발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공실률을 낮춘 '편의점 유입'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시각은, 빈 점포를 빨리 임대해 임대인의 수익을 회복시키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쪽의 언어라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한다. 편의점 점주나 주민의 목소리, 임대료의 실제 수준, 점포당 매출은 이 기사에 없다. 또한 보고서 구간이 2025년 3월까지여서, 이후의 변화는 반영되지 않았다.

독자에게

빈 점포가 편의점으로 채워져 공실률이 내려간 거리를, 우리는 '회복된 상권'이라 불러야 할까. 아니면 '다른 종류의 거리로 바뀌는 중'이라고 불러야 할까. 여러분 동네에서 가장 최근에 새로 문을 연 가게는 무엇이었나.

참고 자료

InDaily South Australia, “Convenience store ‘influx’ improves Hindley Street retail vacancy rate”, 2025년 6월 27일. 원문 링크
사진: Hindley Street in Adelaide, July 2026 — Pangalau,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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