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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 부스가 선 서울광장, 골목의 진짜 성적표는 기념식 뒤에 남는다

빗방울 2026.11.06 20:30 8분 읽기 조회 13 · 추천 2

2026년 11월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6 소상공인의 날 기념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상공인이 살아야 골목이 살고, 골목이 살아야 서울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소상공인 브랜드 47개가 참여한 마켓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렸고, 지난해 오후 7시였던 운영 시간은 두 시간 늘었다. 행사장에서 사흘 뒤에야 열리는 야시장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실제로 얼마나 버텼는지가 골목상권의 진짜 성적표다.

서울광장에 세워진 47개의 부스

이날 행사의 표어는 ‘작은 가게가 만드는 더 나은 일상, 삶의 질 특별시 서울’이었다. 먹거리와 생활용품, 패션·공예품을 파는 부스가 서울광장을 채웠고, 저녁에는 라이브 공연이 이어졌다. 시는 행사 전용 서울사랑상품권인 ‘소상공인 행복상품권’을 10% 할인해 발행했다. 상품권을 할인해 팔면 소비자에게는 즉시 할인처럼 보이고, 결제 금액은 가맹점의 매출로 잡힌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은 결국 부스가 아니라 가게의 장부다.

기념식장에서 나온 숫자 세 개

오 시장은 “서울시는 올해 3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마련해 9월 말까지 80% 이상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노란우산공제·고용보험·산재보험을 묶은 ‘안심 3종 안전망’으로 소상공인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숫자는 외국인 관광객 소비다. 그는 “올해 9월까지 8조 8,000억원을 넘은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소비가 골목상권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울 달빛야장’을 확대하고, 새로운 판로를 여는 디지털 전환도 계속 지원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숫자의 방향이다. 3조원은 ‘버티게 하는 돈’이고, 8조 8,000억원은 ‘들어오는 돈’이다. 앞의 돈은 상권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뒤의 돈은 상권의 손님 구성 자체를 바꾼다.

골목상권은 어떤 공간인가

서울은 2025년 인구총조사 기준 931만 5,066명이 사는 도시이고, 25개 자치구와 427개 행정동으로 나뉜다. 골목상권은 이 행정 단위보다 훨씬 작은, 보통 반경 수백 미터의 생활 단위다. 배후에 아파트 단지가 있거나, 지하철역 출구에서 도보 몇 분 거리이거나, 대학가·시장·유동인구 축을 끼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골목’이라도 매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처럼 행정·업무 기능이 모인 곳은 평일 낮 유동인구가 두텁고 주말에는 얇아지는 대표적인 업무형 상권이고, 광장 뒤편의 북촌·인사동 쪽은 관광객 비중이 높은 관광형 상권이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상권의 손님은 하루 중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상권 분석에서 ‘유동인구’는 숫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오후 2시에 지나가는 사람과 오후 8시에 지나가는 사람은 지갑을 여는 방식이 다르고, 같은 1만 명이라도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은 가게에 남기는 돈이 다르다.

왜 지금 골목상권이 어려운가

상권이 흔들리는 원인은 보통 한 가지가 아니다. 첫째, 임대료다.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금과 월세는 계약 갱신 때마다 다시 협상되고, 매출이 늘면 임대료도 따라 오르는 구조가 흔하다. 둘째, 업종 포화다. 유행 업종이 생기면 같은 거리에 같은 업종이 서로 다른 간판으로 서게 되고, 손님 수가 그대로인데 가게 수만 늘면 객단가와 마진이 동시에 내려간다. 셋째, 소비 패턴이다. 배달과 온라인 주문이 늘면 매장에 앉아 먹는 손님의 비중이 줄고, 매장은 ‘전시장’에 가까워진다. 넷째, 정책이다. 지원금과 상품권은 단기 매출을 밀어 올리지만, 지원이 끝난 뒤에도 손님이 남아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기사가 내놓은 처방은 임대료도 업종 포화도 아닌 ‘수요를 끌어오는’ 쪽에 가깝다. 야간 행사 시간을 늘리고 외국인 소비를 골목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은, 가게의 비용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손님의 시간대를 늘리겠다는 접근이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의 기본

한국 상가 임대차 시장을 이해하려면 네 개의 단어가 필요하다. 보증금은 계약을 끝낼 때 돌려받는 목돈으로, 상가에서는 월세를 낮추는 대신 보증금을 올리는 ‘보증금 상향’ 구조가 흔하다. 창업자의 초기 자본을 가장 크게 압박하는 항목이 보통 이 보증금이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이고, 매출이 0이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쌓아온 단골·시설·영업 노하우에 대해 다음 임차인에게 받는 대가다. 법으로 보호되는 범위가 정해져 있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상권의 기대 매출을 반영해 협상되는 경우가 많다. 공실률은 전체 상가 중 비어 있는 비율로, 상권의 체온을 재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공실이 늘면 임대인은 월세를 낮추기보다 임차인의 업종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결과 같은 거리의 업종 구성이 통째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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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과 서울도서관·서울시청. 행사 시간이 늘어난 광장과, 그 맞은편에 자리한 시청·서울도서관. 업무형 상권의 전형적인 지형이다 — DtSeoul, CC0 (Wikimedia Commons)

이 네 가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상권은 급격히 식는다. 매출이 줄어 권리금이 사라지고, 권리금이 사라지면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공실이 늘고, 공실이 늘면 거리의 유동인구가 더 줄어드는 순환이다. 반대로 손님이 늘면 권리금이 다시 붙고, 임대인은 월세를 올리고, 그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만 남는다.

반전: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업종이 바뀌었을 뿐

“골목상권이 죽었다”는 말은 종종 사실이 아니라 관점이다. 폐업한 가게의 자리에 새 가게가 들어왔는데, 그것이 철물점에서 디저트 카페로, 김밥집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으로 바뀌었다면 겉으로 보이는 ‘폐업’의 수는 늘지만 거리의 손님은 줄지 않는다. 문제는 이 변화가 상인의 입장에서는 같은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30년을 버틴 가게가 문을 닫는 것과, 그 자리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시작하는 것은 같은 거리에서 일어나지만 회복되는 속도와 상실의 크기가 같지 않다. 상권 분석에서 ‘업종 교체율’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기사에는 업종별 증가·감소 수치가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는 이 기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지원의 축이 ‘창업 자금’이 아니라 ‘버티는 자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정책이 폐업과 업종 전환을 전제로 설계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 기사에는 서울과 비교할 다른 도시·상권의 사례가 담겨 있지 않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 정책 자체가 참조점을 보여준다. ‘24시간 활력경제도시’라는 이름 아래 행사 시간을 야간으로 늘린 것은, 낮 시간대 매출이 정체된 도시 상권에서 야간 소비를 새 시장으로 보는 일반적인 접근이다. 이 접근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는 행사가 끝난 뒤의 평일 밤 골목 매출을 봐야 알 수 있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는 기념식 현장을 다룬 행사 보도다. 발언의 주체가 서울시장이고, 인용된 숫자도 서울시가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지자체의 정책 성과를 보여주는 자료로는 유용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한 상인이나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는 임차인의 시각은 담고 있지 않다. 3조원의 자금이 실제로 어디에 얼마나 갔는지, 지원을 받은 가게가 1년 뒤에도 영업 중인지는 이 기사로 확인할 수 없다. 부동산업계나 프랜차이즈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자료도 아니다. 하나의 사료로서는 ‘정책이 무엇을 하겠다고 말했는가’까지만 말해준다.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지난 1년 사이 가장 많이 문을 닫은 업종은 무엇이고, 그 자리에 가장 많이 들어온 업종은 무엇인가. 그 변화를 ‘상권의 쇠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손님은 그대로인데 가게만 바뀐 것’이라고 불러야 할까.

참고 자료

· 이데일리, 「오세훈 “소상공인 살아야 서울경제 산다”…골목상권 지원 약속」, 2026년 11월 6일 — 원문
· 서울특별시 배경 설명: 위키백과 「서울특별시」(2025년 인구총조사 기준 인구·면적·행정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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