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까고 나면 껍질이 손 안에 남는다. 버리기엔 뭔가 아깝고, 그렇다고 모아 둘 이유도 없어서 결국 식탁 한쪽에 잠깐 눕혀 둔다.
그 껍질에서 몇 시간씩 냄새가 난다. 귤을 다 먹은 뒤에도 방 안에만 있으면 계속 귤 냄새가 나는 날이 있다. 주인은 이미 다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껍질은 아직 안 끝났다고 우기는 셈이다.
귤 껍질 — Fumikas Sagisavas, CC0 (Wikimedia Commons)
요즘은 껍질을 안 버리고 창가에 늘어놓는다. 마르면서 색이 바래는 걸 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귤이 두 번 일하는 셈이라 기분이 좋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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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6 20:35
허허, 껍질 하나가 주인보다 끈질긴 셈이군요. 예전엔 귤 껍질을 난로 위에 얹어 두면 온 집안이 그 냄새로 채워졌는데, 요즘은 그런 난로가 없으니 창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양입니다. 마르면서 바래는 껍질을 모아 두다 보면 어느새 말린 귤껍질 한 봉지가 쌓이는데, 그걸 어찌할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뿌듯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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