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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변수 네 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논리적 조합의 수는 65,536가지다. 이것은 고전 명제논리의 자유 불 대수, 즉 변수 네 개짜리 불 대수 가운데 어떤 항등식도 강요받지 않는 가장 일반적인 것의 크기다. 그런데 같은 변수 네 개에 진리값을 딱 하나 더 끼워 넣으면, 그 수는 781,253,724,434,352,747,138이 된다. 약 21자리, 7.8×10²⁰이다. 2026년 11월 5일 arXiv에 올라온 수리논리 논문 하나가 정확히 이 숫자를 계산해 내고, 그 옆 칸에 45자리와 61자리 숫자를 나란히 놓는다.

네 개의 변수, 65,536에서 21자리로

후안 마누엘 코르네호, 안드레스 가야르도, 파울라 헬트, 루이스 몬테이루, 이그나시오 비글리쪼 — 아르헨티나 바이아블랑카 국립대학 남부 수학연구소(INMABB)의 다섯 저자가 쓴 논문 〈Free T_n-Heyting algebras〉의 목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유한 개의 자유 생성자를 가진 자유 T_n-헤이팅 대수의 구조와 원소 개수를 임의의 n≥2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다. 자유 대수란 변수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를 최소한만 강요한 대수다. 그래서 그 크기는 그 논리가 얼마나 많은 구별을 허용하는지를 재는 자가 된다.

논문 5장 끝의 표가 이 글의 출발점이다. n=2일 때 생성자 1·2·3·4개에 대한 크기는 4, 16, 256, 65,536이다. 모두 2의 거듭제곱이고, 4개는 2^(2^4)과 정확히 일치한다 — 고전 논리의 자유 불 대수다. n=3으로 올리면 6, 162, 5,078,214, 781,253,724,434,352,747,138이 된다. n=4에서 생성자 넷은 45자리, n=5에서 생성자 넷은 61자리다. 진리값 사다리를 한 칸 올릴 때마다 자릿수가 5 → 21 → 45 → 61로 뛴다. 논문은 이 폭발을 유도하는 재귀식을 제시하고, 그 식이 표의 모든 값을 만들어낸다고 밝힌다.

직관주의 논리, 배중률을 빼앗다

헤이팅 대수는 1930년 아런트 헤이팅이 직관주의 논리에 대수적 의미론을 주려고 도입한 대상이다. 불 대수에서 배중률, 즉 x∨¬x=1을 빼면 남는 구조가 헤이팅 대수이고, 부정은 ¬x = x⇒0으로 새로 정의된다. 논문 2장은 이 구조를 여섯 개의 항등식 (H0)~(H5)로 다시 적는다. 흥미로운 것은 그 귀결이다. 헤이팅 대수는 그냥 보면 순서 구조일 뿐인데, x≤y를 x = x∧y로 정의하면 모든 헤이팅 대수가 부분순서집합이 된다. 논리학의 대상이 격자 기하학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논문이 쓰는 표준 모형은 유한 사슬 C_n이다. 원소는 0, 1/(n-1), 2/(n-1), …, 1로 이루어진 n개짜리 사슬이고, 함의는 x≤y면 1, x>y면 y로 정의된다. 이 단순한 정의가 왜 중요한가. 논문 3장은 n=2일 때 이 체계가 피어스 법칙으로 되돌아가고, 그 다양체가 불 대수 전체와 겹친다는 것을 보인다. 진리값 두 개짜리 세계가 고전 논리인 셈이다. 그러면 n=3은 삼값 논리, n=4는 사값 논리가 되고, n을 늘리는 일은 곧 애매함을 몇 단계까지 구별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된다.

필터 사슬의 길이가 n-1을 넘지 않는다

논문이 T_n-헤이팅 대수를 정의하는 방식은 순서 구조 쪽에 있다. 소수 필터(prime filter)들의 사슬 길이가 n-1을 넘지 않는 헤이팅 대수, 이것이 정의다. 필터는 논리학에서 이미 증명된 것들의 집합에 해당하고, 소수 필터는 그 집합이 또는으로 갈라지지 않는 지점에 해당한다. 사슬 길이에 상한을 두는 것은 정보가 확정되는 단계 수에 상한을 두는 것과 같다. 저자들은 이 정의가 이보 토마스가 1962년에 제시한 공리 T_n과 같은 것임을 밝히고, 그 공리를 대수적 항등식 T_n=1로 다시 쓴다.

4장의 핵심은 정리 4.1과 4.2의 맞물림이다. 정리 4.1은 T_n-대수에서 완전기약필터 C를 포함하는 필터 집합 S(C)의 원소가 최대 n개임을 보인다. 정리 4.2는 그 역을 증명한다. 어떤 소수 필터를 포함하는 필터 집합이 항상 사슬이고 크기가 n 이하이면, 그 대수는 반드시 T_n-대수다. 두 방향이 붙으면서 공리를 만족한다와 필터 기하학이 이렇게 생겼다가 같은 말이 된다(따름정리 4.6). 이 동치는 이후 모든 계산의 발판이 된다. 대수적 조건을 격자의 모양으로 번역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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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자 하나짜리 자유 헤이팅 대수(리거-니시무라 사다리)는 위로 무한히 자란다. 이번 논문이 다루는 T_n-대수는 필터 사슬 길이에 상한을 두어 이 무한을 유한으로 잘라낸다 — EmilJ,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이 그림이 이 논문의 문제 설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자유 헤이팅 대수는 생성자가 하나뿐이어도 무한하다. 조건을 하나도 걸지 않으면 논리는 무한히 많은 구별을 허용한다. T_n은 여기에 사슬 길이 n-1이라는 상한을 걸고, 그 대가로 무한을 유한한 표로 바꾼다. 논문이 하는 일은 그 유한이 정확히 얼마인지 세는 것이다.

사슬 하나가 다양체 전체를 만든다

정리 4.10은 논문에서 가장 야심 찬 진술이다. 모든 n≥2에 대해 T_n-대수들의 다양체는 사슬 C_n 하나가 생성하는 다양체와 정확히 같다. 기호로는 V(T_n) = V(C_n) = HSP(C_n)이다. 증명의 뼈대는 이렇다. 임의의 T_n-대수 H를 잡고, 각 소수 필터 P에 대한 몫대수 H/P를 모두 곱한 것에 H를 매장한다. 정리 4.7이 그 각각의 몫이 C_n의 부분대수, 즉 작은 사슬 C_n(j)와 동형임을 보장한다. 결과적으로 H는 C_n의 부분대수들의 곱의 부분대수가 되고, 버크호프 정리에 의해 C_n 하나로 모든 것이 생성된다.

이 정리에는 날카로움이 하나 붙어 있다. 논문 3장의 주석은 C_n이 T_n-대수이면서 T_(n-1)-대수는 아니라는 것을 계산으로 확인한다. 즉 사슬을 하나 줄이면 조건이 깨지고, 늘리면 조건이 느슨해진다. n이라는 숫자가 장식이 아니라 경계선이라는 뜻이다. 하나의 유한한 사슬이 무한히 많은 대수를 낳는다는 이 구조는, 뒤집어 말하면 그 무한한 대수들이 모두 같은 유한한 뼈대 위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전: 생성자가 적으면 n을 올려도 소리는 없다

여기서 논문은 예상 밖의 결론을 던진다. 정리 5.33과 따름정리 5.35에 따르면, r+2 ≤ n이면 자유 T_n-대수 FT_n(r)은 자유 선형 헤이팅 대수 FL(r)과 동형이고, 나아가 n≤m인 모든 m에 대해 FT_n(r) ≅ FT_m(r)이다. 생성자 수 r이 정해지면, n이 r+2를 넘는 순간 자유 대수의 모양은 n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 표에서 생성자 1개 열이 n=3, 4, 5 모두 6인 이유가 이것이다.

직관적으로는 진리값을 더 세밀하게 쪼갤수록 더 많은 구별이 가능해져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자유 대수의 크기는 구별의 총량이 아니라 생성자 사이에 강요되는 관계의 구조가 결정한다. 변수가 하나뿐이면 그 구조는 금세 포화되고, 사다리를 더 쌓아도 새로 구별할 것이 남지 않는다. 논문은 이 포화점을 정확히 r+2라는 부등식으로 못 박는다. n을 키우는 일은 어느 지점부터 잉여가 된다 — 이것이 이 논문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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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자 세 개짜리 자유 분배격자. 생성자 수가 구조를 정하고, 구조가 크기를 정한다 — Jochen Burghardt,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논문이 실제로 계산한 예도 흥미롭다. n=4, r=3일 때 FT_4(3)은 2×3²×(1⊕(3²×2))³×(1⊕((1⊕2³)×3²×2))로 분해된다(예 5.28). 거대한 수가 몇 개의 작은 격자의 곱과 직합으로 쪼개진다는 것, 그것이 이 논문의 방법론이다. 크기를 세는 일이 곧 구조를 그리는 일이 된다.

세 개의 공리, 하나의 정리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공리가 여러 개 있으면, 그것들이 정말 같은 것을 가리키는지 증명해야 한다. 논문 3장은 세 공리의 동치를 보인다. 헤히트와 카트리냐크가 1972년 브라우어 대수 맥락에서 제시한 (E_n), 시리카가 2026년에 제시한 (S_n), 그리고 토마스의 (T_n)이다. 정리 3.5는 n≥2에서 이 셋이 헤이팅 대수 안에서 서로 동치임을 보인다. n=2에서는 (S_n)이 x∨¬x=1로 되돌아가고, 이것이 불 대수를 특징짓는다는 것도 논문이 짚는다.

여기에 논문 스스로 밝힌 흥미로운 사실이 붙는다. (E_n)이 (S_n)을 함의하고 (S_n)이 (T_n)을 함의한다는 두 방향은 저자들이 직접 증명했지만, (T_n)이 (E_n)을 함의한다는 방향의 증명은 대형언어모델 Claude Sonnet 4.6이 찾았다고 논문은 명시한다. 저자들은 결과 자체는 이미 자신들이 추측해 둔 것이었고, AI가 낸 논증을 검증하고 다듬어 수록했으며, 정확성의 책임은 저자들에게 있다고 적는다. 같은 절에서 논문은 정리 4.1이 시리카의 2026년 논문 정리 4.3.11과 같은 결과이며, 증명 전략도 같고 사용한 공리만 다르다고 밝힌다. 독립적 재발견이 같은 해에 두 번 일어난 셈이다.

논문이 스스로 인정한 한계

논문이 제시하는 것은 닫힌 공식이 아니라 재귀식이다. FT_n(r)의 크기는 생성자 수 k에 대한 곱과, n을 한 단계 낮춘 항들의 곱으로 표현된다(따름정리 5.31). 그래서 값을 얻으려면 매번 재귀를 풀어야 하고, 산출물은 표의 형태로 주어진다. n=5, r=4가 61자리인 것을 보면 r을 하나 더 늘리는 일이 곧 계산 불가능을 뜻한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논문은 이 폭발을 피할 일반 공식을 제시하지 않는다.

방법론의 한계도 분명하다. 저자들은 유한 개의 생성자를 가진 경우만 다루고, 무한 생성자에 대한 자유 대수는 범위 밖에 둔다. 또 하나, 논문이 스스로 적은 AI 사용 고지다. 두 증명에 LLM 도구가 쓰였고, 저자들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수학 논문이 도구의 기여를 각주가 아니라 별도 절로 밝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 자체가 이 논문의 또 다른 읽을거리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가 더 정밀한 논리를 원할 때 실제로 늘어나는 것은 구별의 수일까, 아니면 구별을 강요하는 구조일까. 이 논문의 표는 생성자가 적으면 후자가 먼저 포화된다고 말한다. 당신이 매일 쓰는 애매함은 몇 개의 진리값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가.

참고 자료

Juan Manuel Cornejo, Andrés Gallardo, Paula Helt, Luiz Monteiro, Ignacio Viglizzo, <Free T_n-Heyting algebras>, arXiv:2611.07915v1 [math.LO], 2026년 11월 5일. https://arxiv.org/abs/2611.07915v1

논문이 인용한 주요 선행 연구: A. Heyting (1930) 직관주의 논리의 형식 규칙, I. Thomas (1962) T_n 공리, T. Hecht·T. Katriňák (1972) 상대 스톤 대수의 항등류, L. Monteiro (1972) 자유 삼값 헤이팅 대수, M. Abad·L. Monteiro (1987) 자유 L-대수, Scirica (2026) n값 헤이팅 대수의 특징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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