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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9일, 이종욱 관세청장이 일본 도쿄에서 테라오카 미쓰히로(寺岡光博) 일본 재무성 관세국장과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이 회담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따로 있다. 바로 10월 29일과 30일, 이틀이다. 정례 회의인 '제34차 한-일 관세청장 회의'는 올해 4월 서울에서 열렸고 다음 정례 회의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한 청장이 그 정례 일정을 기다리지 않고 이틀짜리 일정으로 도쿄를 찾았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이번 회담이 바꾸는 것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세관 당국끼리 '정보'와 '절차'를 맞바꾸기로 했지만, 서명된 문서는 없고 양측이 서로의 제도에 접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자리다. 세 가지 의제는 서로 다른 이해를 담고 있다. K-뷰티 등 한일 브랜드의 위조상품 단속, 마약류 밀수 적발정보 교환, 그리고 일본의 해상특송 간이통관 제도를 활용한 역직구(해외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직접 사는 것) 수출 확대다.

이 세 가지를 한 묶음으로 놓은 이유가 있다. 셋 다 우리 기업과 우리 국경이 걸린 문제인데, 해결 지점은 모두 상대 나라의 법과 절차 안에 있다. 다시 말해 이 회담의 성패는 한국이 무엇을 결정하느냐가 아니라, 일본 세관이 한국 기업을 얼마나 받아 주느냐에 달려 있다.

왜 지금인가 — 정례 회의와 별도로 열린 이유

보도자료는 회담의 성격을 '정례 회의와 별도로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한다. 이 표현은 실무적으로 두 가지를 뜻한다. 첫째, 이번 만남은 조약이나 협정 체결 자리가 아니라 실무 협의의 성격이 강하다. 둘째, 양국 관세당국이 공동으로 발표할 성과물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이나 양해각서(MOU)가 보도자료에 언급되지 않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시점이 급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K-뷰티를 비롯한 국내 소비재의 대일 수출이 커지면서 국경에서 걸리는 문제의 성격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산품 위조상품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화장품·패션 같은 브랜드 상품의 모조품이 빠르게 온라인 주문과 소량 특송 경로를 탄다. 대량 컨테이너로 오던 시절의 단속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는 구조다.

반대 방향의 흐름도 있다. 한국 소비자가 일본 쇼핑몰에서 직접 사는 역직구 수출, 즉 우리 기업이 일본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거래가 늘었는데, 소액 해상 특송 화물의 통관 절차가 복잡해 물류비와 시간이 붙는다. 두 문제 모두 '작고 잦은 화물'이라는 같은 특징에서 나온다. 그래서 세관 사이의 정보 교환과 절차 간소화가 동시에 필요해졌다.

세 가지 의제를 뜯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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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 관세청 보도자료 '한-일 관세청장 회담 개최' (2026.10.30. 배포)

첫째, 위조상품 단속 협력. 한국 관세청은 한일 세관의 위조상품 단속 협력을 제안하고, 우리 기업이 일본 세관의 '지식재산권 침해물품 수출입차단 신청제도'를 원활히 쓸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이 제도는 권리자가 지재권 정보를 세관에 미리 제출하면 국경 단계에서 위조상품의 수출입을 막아 주는 것으로, 한국의 '지재권 권리보호신고'와 같은 성격이다. 핵심은 우리 기업이 일본 세관의 시스템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대신 막아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둘째, 마약류 밀수 적발정보 교환. 양국 모두 국제 마약 조직의 밀수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데 공감하고, 한국 측이 적발 기법과 엑스레이(X-ray) 검색 이미지 등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또 여행자를 통한 밀수를 막기 위해 승객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보도자료에는 '의견을 나누었다' 수준으로만 적혀 있어, 실제 정보 교환의 범위와 절차, 개인정보 처리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셋째, 해상특송 간이통관. 일본은 '해상특송화물 간이통관 제도'를 운영한다. 온라인 주문, 총 과세가격 1만 엔 이하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상 화물에 대해 HS부호 같은 주요 신고항목을 생략하고 간단히 수입·납세신고를 허용하는 절차다. 관세청은 우리 기업이 이 제도의 간이통관업자로 등록·활용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서도 결정권은 일본에 있다.

누가 무엇을 얻고, 누가 무엇을 잃는가

먼저 얻는 쪽이다. K-뷰티와 패션 브랜드를 가진 국내 기업은 일본 국경에서 자사 상표를 지킬 수단이 넓어진다. 역직구로 일본에 파는 중소 셀러는 간이통관을 쓰면 물류 절차가 줄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소비자는 위조품이 국경에서 걸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배송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관세청 입장에서는 정례 회의 사이의 현안을 빠르게 처리하는 창구를 하나 더 확보한 셈이다.

부담이 늘어나는 쪽도 분명하다. 국내 수입업자와 통관 대행사는 상대국 세관과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신고 자료를 더 자세히 요구받을 수 있다. 엑스레이 이미지와 승객 정보를 공유하는 절차가 구체화되면 여행자와 화주 입장에서는 개인정보와 영업정보가 어디까지 오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소규모 수입업자나 간이통관업자에게는 한국 기업의 진입이 경쟁 심화로 체감될 수 있다. 그리고 위조상품 유통 경로에 있는 사람들은 단속 위험이 커진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지점은 명확하다. 이 회담의 이득은 대부분 수출하는 쪽에, 비용은 통관 절차에 자료를 내는 쪽에 배분된다. 보도자료는 이 배분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통념과 다른 지점 — 협력은 조약이 아니라 요청이다

이런 회담 보도를 읽을 때 흔히 '한일이 합의했다'로 이해한다. 하지만 원문을 보면 표현이 조심스럽다. '협의하였다', '제안하였다', '요청하였다', '의견을 나누었다'. 합의를 뜻하는 표현은 찾기 어렵다. 세 가지 의제 가운데 두 가지는 한국이 일본에 요청한 사안이고, 일본이 무엇을 요청했는지는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는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회담의 상당 부분이 '정보'를 다룬다는 것이다. 지재권 정보, 밀수 적발 정보, 승객 정보. 세관의 권한은 본래 물건을 검사하고 세금을 매기는 데서 나오는데, 이번 의제는 정보를 누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넘기느냐의 문제로 옮겨 가 있다. 단속의 성과를 좌우하는 것이 현장 검사 인력보다 데이터의 속도와 정확성이 되는 흐름을 보여 준다.

관세청장이 회담 다음 날 세계관세기구(WCO) 아시아·태평양 지역정보연락사무소(RILO AP)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RILO AP는 한국 관세청이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2년간 유치·운영한 기구다. 정보 교환의 거점을 우리가 한때 운영했다는 경험이, 지금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신뢰의 근거로 쓰이는 셈이다.

해결하지 못하는 것 — 확인되지 않음의 목록

이번 발표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짚어 두자. 첫째, 마약 밀수 정보 교환의 구체적 범위와 형식,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승객 정보 활용은 특히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과의 관계를 따져야 하는데, 보도자료에는 이 부분이 확인되지 않는다. 둘째, 간이통관의 요건인 '총 과세가격 1만 엔 이하'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우리 기업에 적용될지, 등록 절차와 소요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는다. 1만 엔은 환율에 따라 원화 환산액이 달라지는 기준이다.

셋째, 위조상품 단속 협력은 권리자가 신청해야 작동하는 구조다. 중소 브랜드가 일본에 지재권을 출원하고 세관에 정보를 제출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실효성을 가른다. 이 비용 문제는 원문에서 다루지 않는다. 넷째, 이번 회담의 후속 조치 일정과 담당 창구가 명시되지 않았다. 회담 자체가 '신속한 논의·해결'을 목적으로 열린 만큼, 다음 단계의 시한이 없으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독자가 실제로 할 일

일본에 팔거나 일본에서 사는 사업자라면 세 가지를 챙길 만하다. 하나, 일본에 수출하는 자사 브랜드의 상표권이 일본에 등록돼 있는지 확인한다. 등록이 없으면 세관에 정보를 제출할 권리 자체가 없다. 둘, 일본 세관의 지식재산권 침해물품 수출입차단 신청 절차와 필요 서류를 미리 확인하고, 위조품 발견 시 통보 경로를 정해 둔다. 셋, 해상특송 간이통관 대상이 되는 화물의 요건(온라인 주문, 총 과세가격 1만 엔 이하)을 자사 물량에 대입해 보고, 해당된다면 관세청 해외통관지원팀에 등록 절차를 문의한다. 담당 부서는 국제관세협력국 해외통관지원팀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제한적이다. 다만 해외 직구나 역직구를 자주 이용한다면, 정보 공유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개인정보 처리 방침이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볼 이유는 있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관세청이 배포한 보도자료 한 건이다. 보도자료는 정부 기관의 입장을 정리한 문서이므로, 회담에서 일본 측이 어떤 조건을 달았는지, 어떤 요청을 거절했는지는 담기지 않는다. 협력의 성과를 강조하는 서술 방식도 정부 문서의 일반적 특징이다. 일본 재무성이나 일본 세관이 같은 회담을 어떻게 설명했는지와 대조하지 않으면, 이번 회담의 실제 합의 수준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후속 보도와 양국 발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참고 자료

관세청, 「한-일 관세청장 회담 개최…'마약 밀수정보 교환, K-브랜드 등 한일 브랜드의 짝퉁 단속협력, 역직구 확대 위한 해상특송 특례 운영' 등 3대 협력체계 구축 협의」, 2026년 10월 30일 배포. 담당: 국제관세협력국 해외통관지원팀(042-481-7970, 042-481-7976).
원문: 정책브리핑(korea.kr) 보도자료

여러분은 이런 세관 협력이 실제로 체감되는 순간이 언제라고 보나? 일본에 물건을 보내 본 경험이 있다면, 통관에서 가장 답답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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