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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F 숫자는 무엇을 재는 숫자인가 — 50이 30보다 1.7배 막아준다는 착각

빗방울 2026.10.31 22:28 8분 읽기 조회 13 · 추천 2

7월 오후 2시 해수욕장, 파라솔 그늘에서 팔에 선크림을 한 번 바르고 20분 뒤 물에 들어갔다. SPF 50짜리를 발랐으니 "겨우 두 시간"은 버티겠지 하고 생각한 사람이 많다. 그런데 SPF 50은 SPF 30의 1.7배를 막아주는 숫자가 아니다. 0.3퍼센트포인트 더 막아주는 숫자다.

통념: 숫자가 크면 시간도 비례해서 길어진다

선크림을 고르는 기준은 대개 이렇게 정리된다. "SPF 15면 두 시간, 30이면 네 시간, 50이면 여섯 시간쯤." 숫자가 두 배면 버티는 시간도 두 배라는 산수는 직관적으로 자연스럽다. 마트 진열대에서 30과 50 사이에 7,000원 차이가 붙어 있어도, 시간이 두 배라면 값어치는 한다고 본다.

이 통념은 SPF가 무엇을 측정하는지에서부터 어긋난다. SPF는 "몇 시간 버티는가"를 재는 시계가 아니라, 같은 홍반(피부가 빨갛게 되는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나는가를 재는 배율이다.

어디까지 맞는가 — 배수라는 점은 맞고, 선형이라는 점이 틀린다

SPF 측정은 표준화된 조건에서 이뤄진다. 자외선B(UVB)를 일정 세기로 쬐어 최소홍반량(MED, 피부가 붉어지기 시작하는 최소 자외선량)을 잰다. 그다음 같은 사람의 다른 부위에 시험 제품을 2mg/㎠로 바르고 같은 방식으로 MED를 다시 잰다. SPF는 "바른 쪽 MED ÷ 안 바른 쪽 MED"다. 즉 사람마다, 그날의 자외선 세기에 따라 절대 시간은 달라지고, 남는 것은 배율 하나다.

이 배율을 차단율로 바꾸면 숫자가 선형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통과율은 1/SPF다. SPF 30이면 1/30 = 3.33퍼센트가 통과하고, 차단율은 96.67퍼센트. SPF 50이면 1/50 = 2퍼센트가 통과하고, 차단율 98퍼센트. 두 숫자 사이의 차이는 1.33퍼센트포인트다. SPF 50이 30보다 1.67배 "더 오래" 가는 것은 맞지만, 그 여분은 시간이 아니라 남은 3.33퍼센트 중 1.33퍼센트를 줄인 몫이다. 바른 양이 절반으로 줄면 이 미세한 차이는 곧바로 사라진다.

실제 기구 — 자외선을 흡수하거나 튕겨내는 두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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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F50+ PA++++ 표기가 함께 인쇄된 자외선차단제 포장 — 저작자 Yiting,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UVB는 파장 290~320나노미터 영역으로, 피부 표피의 DNA를 직접 흔들어 홍반을 만든다. 자외선흡수제(예: 옥시벤존, 아보벤존)는 이 파장의 광자 에너지를 흡수해 열로 바꿔 버린다. 분자 안의 전자가 잠깐 들떴다가 바닥 상태로 돌아오면서 에너지를 열로 흘리는 구조다. 반면 자외선산란제(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는 입자 표면에서 자외선을 사방으로 튕겨낸다. 물리적 차단과 화학적 흡수라는 이름이 붙지만, 둘 다 "막는다"기보다 "에너지를 다르게 처리한다"는 쪽이 정확하다.

문제는 이 처리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흡수제는 광자를 받을 때마다 분자가 변형되고, 땀과 피지, 마찰에 씻겨 나간다. 그래서 라벨의 SPF는 "바르자마자의 두꺼운 막"에서 잰 값이다. 막이 얇아지면 차단율은 SPF가 아니라 실제 남은 양이 결정한다. 차단율 98퍼센트는 2mg/㎠ 기준의 98퍼센트이고, 0.5mg/㎠로 바르면 그 4분의 1 막에서 다시 계산해야 한다.

UVA는 숫자 밖에 있다 — PA 지표를 따로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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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B에 노출된 가슴과 배의 홍반 — 저작자 QuinnHK,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자외선A(UVA)는 파장 320~400나노미터로, 홍반은 잘 만들지 않지만 진피 깊숙이 들어가 콜라겐을 흔들고 색소를 침착시킨다. SPF는 UVB 홍반만 재는 지표이므로, SPF 50이라는 숫자는 UVA 방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럽은 UVA 차단율이 UVB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UVA-PF/SPF 비율)을 두고, 일본·한국 제품에는 PA+부터 PA++++까지의 등급이 별도로 붙는다. PA 등급은 UVA 최소지속색소침착량을 기준으로 재는 별개의 배율이다.

그래서 "SPF 50 PA++++"라는 표기는 하나의 강도가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저울을 함께 적은 것이다. 하나만 보고 고르면 절반만 읽은 셈이다.

숫자 하나 — 2mg/㎠, 얼굴 한 번에 1.2그램

SPF 시험의 표준 도포량은 2mg/㎠다. 성인 얼굴 면적을 대략 600㎠로 보면 한 번에 1.2그램이 필요하다. 티스푼 하나가 물 기준 약 5그램이니, 얼굴 한 번에 티스푼 4분의 1 정도를 써야 시험 조건과 같아진다. 대부분의 사람이 실제로 쓰는 양은 이보다 적다는 것이 이 숫자의 요점이다. 절반만 바르면 SPF 50은 라벨이 주장하는 차단율을 내지 못한다.

이 설명이 틀리는 경우

SPF 배율 계산은 홍반이 기준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색소침착이나 광노화처럼 홍반 없이 진행되는 손상은 SPF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또 자외선이 매우 약한 흐린 날이나 실내 창가에서는 절대 시간이 길어져 SPF 차이가 실감나지 않고, 반대로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놀이를 하면 제품의 "내수성" 표기 여부가 SPF 숫자보다 결과를 좌우한다. 민감성 피부에서 접촉 피부염이 나는 경우처럼, 차단율이 높은 제품이 항상 더 나은 선택이라는 계산도 성립하지 않는다.

또 하나, SPF는 사람 피부에서 잰 생체 지표이지 물리적 투과율 그래프가 아니다. 같은 SPF 50이라도 파장별 흡수 곡선이 다르면 실제 방어 범위가 달라진다. 라벨의 숫자 하나로 제품을 완전히 비교할 수는 없다.

생활에 적용되는 판단 세 가지

첫째, 30과 50 사이에서 고민된다면 숫자 차이보다 바르는 양과 횟수를 먼저 점검하라. 1.33퍼센트포인트의 차이는 덧바르는 한 번으로 훨씬 크게 메워진다. 둘째, SPF 옆의 PA 등급을 함께 읽어라. UVB만 막는 제품은 햇볕 아래 오래 있을 때 색소침착과 광노화에 취약하다. 셋째, 물놀이·운동처럼 씻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내수성 표기와 덧바르는 주기를 기준으로 골라라. 라벨의 SPF는 막이 온전할 때의 값이다.

독자에게

당신은 지금까지 선크림을 고를 때 숫자와 시간을 어떻게 연결해서 생각했는가. SPF 50을 바르고 두 시간을 버텼다고 믿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 두 시간은 라벨이 보장한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그날의 자외선 세기와 바른 양이 만우연히 맞아떨어진 시간이었을까.

참고 자료

ISO 24444:2019 《Cosmetics — Sun protection test methods — In vivo determination of the sun protection factor (SPF)》. 국제표준화기구.

ISO 24443:2021 《Cosmetics — Determination of sunscreen UVA photoprotection in vitro》 및 ISO 24442:2011 《In vivo determination of sunscreen UVA protection》.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Sunscreen: How to Help Protect Your Skin from the Sun》 및 OTC 모노그래프의 SPF·UVA 표시 규정.

대한피부과학회, 『자외선 차단제 바로 알기』 안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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