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오후 5시, 수원 남문시장에서는 ‘불취무귀 야시장’이 열린다. 오후 10시까지 먹거리 야시장과 소상공인 플리마켓이 서고, 디제이 공연과 버스킹이 이어지며, 증강현실(AR) 스탬프 투어와 룰렛 이벤트가 함께 돌아간다. 귀신 분장을 하고 가면 5천원 할인쿠폰이 나온다. 같은 날 안양 귀인동먹거리촌 골목형상점가에서는 가을문화공연과 야외 영화제가 열리고, 캐리커처·키링 만들기 체험과 함께 2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경품 응모와 스크래치 복권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안양 석수본동 골목형상점가도 이날 노래자랑과 플리마켓, 야시장을 연다.
기호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10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과 연계해 도내 백년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동행축제를 개최한다. 도내에서는 수원·안양을 비롯한 6개 시, 9개 상권이 참여한다.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동행축제와 산업통상부의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부처별 소비행사를 하나로 통합한 전국 단위 할인축제다. 11월에는 구리 신토평먹자거리와 양주 덕정 골목형상점가가 6~7일 공연과 체험행사를, 화성 봉담상권이 7~8일 플리마켓과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을 연다. 구리 갈매아이&유거리와 성남 상대원1동 해피마을 골목형상점가에서는 13~14일 각각 플리마켓과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가, 수원 연무상권에서는 11월 중 구매금액에 따른 환급 행사가 준비됐다.
행사가 아니라 상권 관리 수단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
이 기사를 소비행사 안내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축제의 단위가 ‘도(道)’나 ‘시(市)’가 아니라 상권 단위이고, 참여 명단에 올라간 곳은 시장과 골목이라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공간이다. 전통시장은 건물과 골목이 하나의 물리적 공간으로 묶여 있고, 골목형상점가와 먹자거리·먹거리촌은 특정 구역 안의 점포들이 자발적으로 묶여 지자체의 지정을 받은 단위다. 정부 사업의 지원 대상이 개별 점포가 아니라 ‘구역’이라는 사실 자체가, 지금 공공정책이 상권을 하나의 집합체로 다룬다는 뜻이다.
축제 기간이 10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약 18일이다. 각 상권이 실제로 행사를 여는 날은 그중 짧게는 이틀(6~7일, 13~14일)에 불과하다. 즉 이 사업은 연중 상시 운영이 아니라, 특정 주말에 유동인구를 인위적으로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남문시장 행사가 하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인 점도 같은 맥락이다. 낮 시간대는 이미 지나갔고, 시장이 비어 있는 시간대에 인파를 밀어 넣겠다는 계산이 시각표에 그대로 드러난다.
수원 남문시장과 안양 귀인동 — 상권의 성격이 다른 두 사례
수원 남문시장은 수원의 옛 중심부에 자리한 대형 재래시장이다. 사통팔달한 도로가 시장을 둘로 가르는 형태로, 주변에 상가와 관공서가 밀집해 있다. 상권의 기반은 시장 자체의 점포보다 시장을 오가는 통행량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이런 시장에서 축제의 목적은 ‘새로 온 손님’을 만드는 것보다 ‘원래 지나가던 사람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된다. 야시장과 공연은 정확히 그 체류 시간을 늘리는 장치다.
안양 귀인동먹거리촌과 석수본동 골목형상점가는 성격이 다르다. 주택가 배후에 먹자골목과 근린상점이 붙은 형태로, 손님의 상당 부분이 그 동네 주민이다. 여기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경품 응모’나 가족 체험 프로그램은 외부 방문객 유치보다 주민의 구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쪽에 가깝다. 같은 축제라도 장소의 성격에 따라 설계가 달라져야 하고, 실제로 달라져 있다는 점이 이 명단을 흥미롭게 만든다.
왜 지금, 이런 방식인가 — 상권을 움직이는 네 가지 변수
상권의 생사를 좌우하는 변수는 대체로 네 가지다. 임대료, 유동인구, 업종 포화, 그리고 소비 패턴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와 정부가 직접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유동인구와 소비 패턴 두 가지뿐이다. 임대료는 민간 계약의 영역이고, 업종 구성은 개별 창업자의 판단이다. 그래서 상권 정책은 언제나 ‘사람을 부르고 지갑을 여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야시장, 공연, 체험, 스탬프 투어, 온누리상품권 환급은 모두 이 두 변수에 대응하는 도구다.
그런데 이 도구들의 효과는 대체로 이벤트가 끝나는 순간 사라진다. 행사일에 늘어난 사람이 다음 주에도 오게 만들려면 그 사이에 상권 자체의 매력이 바뀌어 있어야 한다. 원문 기사에는 축제 이후의 상권 변화를 측정한 지표—매출 증가율, 방문객 수 추이, 점포 수 변화—가 실려 있지 않다. 즉 이 기사만으로는 이 사업이 실제로 상권을 바꿨는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그것은 축제를 비판할 이유가 아니라, 축제가 성과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업종 구성의 변화 — 원문이 말해주지 않는 것
이 기사는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 말하지 않는다. 참여 상권 명단만으로 ‘먹거리 중심 상권이 늘고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원문에 없는 결론이다. 다만 기사가 소개한 프로그램 구성은 업종 변화의 방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먹거리 야시장과 먹자거리, 먹거리촌이라는 명칭이 반복되고, 체험·공연·플리마켓이 결합되는 방식은 상권의 수익 구조가 ‘일상 소비’에서 ‘방문 목적형 소비’로 옮겨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장을 보러 가는 곳에서, 즐기러 가는 곳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이 변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방문 목적형 소비는 객단가를 높이지만, 계절과 날씨, 유행에 민감하다. 반대로 일상 소비형 상권은 객단가가 낮은 대신 수요가 꾸준하다. 상권의 건강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두 수요가 얼마나 겹쳐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상권이 죽었다”와 “업종이 바뀌었을 뿐”
골목상권을 이야기할 때 흔히 통용되는 문장이 “상권이 죽었다”이다. 그러나 상권은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라 점포의 집합이다. 점포는 닫히고, 다른 점포가 그 자리에 들어온다. 같은 골목이 10년 전에는 철물점과 세탁소의 거리였고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의 거리라면, 그 골목은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소비를 담는 그릇으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그 그릇에 들어온 점포들이 예전보다 수익 구조가 약하다는 점이다. 음식점과 카페는 초기 투자와 임대료 부담이 크고, 경쟁이 빠르게 격화된다. 반면 동네 주민의 생활 필수재를 파는 점포는 경쟁이 느리지만 객단가가 낮다. 축제가 먹거리와 체험에 집중하는 것은, 바뀐 점포 구성을 전제로 만들어진 처방일 가능성이 높다. 그 처방이 근본 원인—임대료와 업종 포화—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이 이 사업의 구조적 한계다.
안양 남부시장 정문 — 지붕형 아케이드와 야시장 간판이 함께 걸려 있다. 골목형상점가 정책의 지원 단위인 ‘구역’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문 기사가 다룬 안양 석수본동과는 다른 시장이다. — 저작자 Jjw,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안양 남부시장 정문 — 지붕형 아케이드와 야시장 간판이 함께 걸려 있다. 골목형상점가 정책의 지원 단위인 ‘구역’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문 기사가 다룬 안양 석수본동과는 다른 시장이다. — 저작자 Jjw,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한국 상가 임대 구조 — 권리금·보증금·월세·공실률
상권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임대 구조를 알아야 한다. 한국의 상가 임대차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돈이 오간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 담보 성격의 돈이고, 월세는 매달 내는 사용료다. 그리고 권리금이 있다. 권리금은 상가의 위치, 시설, 거래처, 손님 등 ‘장사가 되는 조건’에 붙는 돈으로, 임대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보통 앞서 장사하던 임차인이 새 임차인에게 받는다. 정식 계약과 별도로, 또는 계약과 함께 지급되는 관행이다.
권리금의 존재는 상권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 장사가 잘 되는 자리일수록 권리금이 높아지고, 새로 들어온 사람은 그만큼의 초기 부담을 안고 출발해야 한다. 축제로 매출이 늘면 임대료와 권리금이 먼저 오르고, 그 상승분은 곧 다음 임차인의 부담이 된다. 상권 활성화가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설이 여기서 생긴다.
공실률은 상가에서 빈 점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정확한 수치는 조사기관과 조사 방식에 따라 다르게 집계되므로, 이 글에서는 일반적 개념으로만 소개한다. 공실률이 오르면 임대인이 임대료를 낮추는 압력을 받고, 공실이 오래 이어지면 상권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져 유동인구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공실률이 낮다고 건강한 것도 아니다. 업종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으면 임대 시장만 빡빡하고 점포는 서로 손님을 빼앗는 구조가 된다.
다른 지역과 비교 — 원문에 비교 자료는 없다
이 기사에는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와의 비교 수치가 없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시기 같은 방식의 사업은 전국 단위 축제라는 틀 안에서 여러 지역에 동시에 배포됐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지역별 성과 차이는 상권의 성격보다 행사 운영의 실행력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해외의 도심 상가 정책은 대체로 보조금·세제 감면·임대료 규제처럼 축제보다 느리지만 지속적인 수단을 병행한다. 즉 우리 방식은 ‘짧고 강한 자극’에 치우쳐 있다는 특징이 있다.
누구의 시각인가 — 사료의 한계
이 보도의 주된 취재원은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다. 기사에 인용된 차자호 소상공인과장의 발언은 “지역 상권 특성을 반영한 소비촉진 활동으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이 기사는 사업을 시행하는 쪽의 관점에서 작성됐고, 축제에 참여하지 않은 상인이나 매출 개선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점포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다. 사업의 성과를 사업 주체가 발표하는 구조에서, 독자는 긍정적 서술과 검증되지 않은 기대 사이를 스스로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축제·관광 업종과 부동산 업계는 각각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그것은 곧 기존 임차인에게는 비용이다. 누구에게 좋은 변화인지가 늘 문제다.
독자에게 — 당신의 동네 상권은 지금 어느 쪽인가
축제가 끝난 다음 주말, 같은 시장에 다시 가보면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이 남아 있는지, 아니면 간판만 남았는지다. 당신이 사는 동네의 상권은 지금 ‘손님이 줄어서’ 어려운가, 아니면 ‘손님이 바뀌어서’ 어려운가. 그 답에 따라 필요한 처방이 전혀 달라진다.
참고 자료
· 기호일보, 「경기 전통시장·골목상권 9곳서 동행축제 열린다」, 2026년 10월 28일 10:55 게시 —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9076
· 이미지: 「20230902 Anyang Southern Market 001.jpg」, 저작자 Jjw,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20230902_Anyang_Southern_Market_001.jpg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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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5:44
남문시장 얘기를 읽다가 예전에 저녁에 지나가며 '왜 이 시간에 문을 닫았지' 싶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야시장이 그 빈 시간을 노린 거였다니 시각표를 다시 보게 되네요. 축제 다음 주말에 사람이 남아 있는지 궁금한데, 혹시 가보신 분 있으면 어떤지 궁금합니다. -
빗방울
2026.11.01 05:54
권리금 이야기에서 멈칫했습니다. 축제로 사람이 늘면 다음 계약서의 숫자부터 오를 텐데, 그 부담은 결국 새로 문을 여는 사람 몫이 되겠죠. 저는 상권이 '죽었다'기보다 '바뀌었다'는 쪽에 손을 들고 싶어요. 그래도 11월 15일이 지난 다음 주말에 같은 골목을 다시 걸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빗방울
2026.11.01 08:38
축제 끝나고 다음 주 같은 시장에 갔을 때 사람이 있으면 성공인 걸까요? 아니면 축제를 안 한 골목도 평일 어느 정도 걷히는지만 봐야 하나 싶고요. 그 판단을 어디서 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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