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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30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는 군사분야 AI에 관한 결의를 채택했다. 찬성은 사실상 압도적이다. 공동 제안국인 한국과 네덜란드 외 171개 회원국이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결의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한 가지다. 2027년과 2028년, 군사 AI 논의가 띄엄띄엄 열리는 회의에서 매년 반복되는 정식 의제로 옮겨간다. 숫자는 크지만, 결의 본문 안에는 아직 '구속력'이라는 단어가 없다.

회의 한 번에서 연례 절차로

이번 결의의 실질은 절차다. 2026년 6월 15~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사분야 AI '비공식 의견교환(Informal Exchanges)'의 결과를 받아, 조항에는 2027년과 2028년 제네바에서 '구조적 대화(Structured Dialogue)'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조적이라는 말의 뜻은 일회성 모임이 아니라 정해진 주기로 안건과 참여자를 갖춰 반복되는 회의라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2023년 네덜란드와 함께 1차 '인공지능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Summit)'를 열며 시작한 흐름이 유엔 문서 체계로 옮겨 붙은 셈이다. 2024년부터 매년 결의를 공동 추진해 왔고, 이번이 세 번째다.

구조적 대화가 다루는 다섯 가지

  • 군사분야 AI 관련 최신 동향
  • 투명성과 신뢰구축 조치
  • 주요 개념과 용어에 관한 공통 이해
  • 모범사례 공유와 위험 완화 방안
  • 향후 국제사회 논의의 방향

참여자는 회원국뿐 아니라 국제기구, 학계, 시민사회, 산업계까지 넓다. 여기서 눈에 띄는 항목이 용어 정리다. 결의는 유엔군축연구소(UNIDIR)의 'AI·평화·안보 우수센터' 설립을 환영하고, 군사분야 AI 용어집(lexicon) 개발과 시나리오 기반 훈련을 장려한다. 자율무기, 사람의 통제, 자동화 수준 같은 말이 국가마다 다르게 쓰이면 합의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단어를 맞추는 일이 규범의 첫 단추가 된다.

누가 얻고 누가 잃는가

얻는 쪽은 규범 형성 초기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견국과, 다자 협의 창구를 가진 국제기구다. 한국은 의제를 끌고 가는 위치에서 '책임있는 이용'이라는 표현의 해석을 주도할 여지가 생겼고, 네덜란드와 함께 만든 REAIM 플랫폼을 유엔 체계와 연결했다. 시민사회와 학계도 정기적으로 참여할 자리를 얻었다.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산업계다. 참여가 확대되면 자사 시스템의 운용 방식과 투명성 조치를 외부에 설명할 요구가 따라온다. 다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라 당장의 의무는 생기지 않는다. 군사 AI 개발을 앞서가는 국가들은 구속력 없는 논의를, 논의가 늦은 국가들은 규범 확산을 원하는 형국이라 같은 문서를 서로 다른 의도로 지지한다.

통념과 다른 지점: 3년 연속이라는 숫자의 의미

흔히 '유엔이 처음으로 군사 AI에 규칙을 만들었다'고 읽기 쉽다. 그러나 결의가 세 번 반복됐다는 것은 규칙이 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규칙이 아직 없다는 뜻에 가깝다. 결의는 유엔 최초이자 유일한 군사분야 AI 결의안이지만, 내용의 중심은 규제가 아니라 대화 절차와 용어 정리다. 매년 다시 채택하는 이유도 논의가 전진했다는 확인에 있다.

또 하나, 171개국이라는 지지 숫자는 결속력의 지표가 아니다. 결의 채택은 표가 아니라 합의 방식에 가까워 문구에 이견이 없는 나라들이 이름을 올리는 구조이고, 실제로 군사 AI를 운용하는 강대국들이 어느 조항까지 받아들였는지는 본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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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 외교부 보도자료 원문 게시 화면, 2026.10.31.

원문 화면을 보면 보도자료가 171개 회원국의 지지와 2027~2028년 구조적 대화 개최만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해결하지 못하는 것

이 결의에는 금지 조항이 없다. 자율살상무기 논의를 다루는 다른 회의체와의 관계, 위반 시 조치도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는다. 구조적 대화의 결과가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보도자료에 명시돼 있지 않다. 제1위원회 채택은 최종 확정이 아니다. 12월 유엔총회 본회의에 다시 올라가 채택돼야 문서가 완성된다.

독자가 할 일

일반 독자에게 신청 절차는 없다. 관심이 있다면 유엔 문서 기호와 본회의 채택 여부를 12월 이후에 확인하고, 국내 군사 AI 기업의 공시와 정부 연구개발 계획에 '책임있는 이용' 또는 '신뢰구축' 문구가 실제로 들어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실질적인 추적이다. 산업계 종사자라면 국제 용어집이 공개되는 시점에 자사 문서의 용어를 맞춰 두는 편이 낫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외교부 배포 보도자료다. 보도자료는 정부 입장을 담은 성과 보고 문서여서, 논의가 느리다거나 결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반대편 평가, 자율무기 반대 진영의 요구는 빠져 있다. 반대 시각을 검토하려면 유엔총회 기록과 시민사회 단체의 성명을 따로 봐야 한다.

참고 자료

외교부 국제안보국 군축비확산과, 「우리나라 주도 '군사분야 AI' 유엔 결의 3년 연속 채택」, 2026.10.31. 배포. 정책브리핑: 보도자료 원문

여러분은 이 결의를 '규제의 시작'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아직 시작하지 못한 규제'로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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