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요르카 섬 동북부의 소도시 산타 마르갈리다. 마을 이름을 그대로 딴 성당의 창 12개를 한 장에 담았다. 위 줄은 북쪽 벽의 창 6개를 서쪽(왼쪽)에서 동쪽(오른쪽)으로, 아래 줄은 남쪽 벽의 창 6개를 같은 방향으로 찍어 붙인 것이고, 원본 파일은 가로 7,000픽셀 세로 7,824픽셀이다.
찍은 사람과 찍는 방식
사진은 독일 출신 사진가 H. Zell이 직접 촬영해 올린 자작물(Own work)이며 CC BY-SA 3.0으로 배포된다. 창 하나하나를 마주 보고 정면에서 찍은 뒤 12장을 격자로 이어 붙인 합성 이미지다. 성당 안에서 이 각도로 12개의 창이 한 프레임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자리는 없다. 양쪽 벽의 창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어서다.
창마다 아래쪽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위 줄에는 성 요한, 성모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같은 인물이, 아래 줄에는 그리스도와 베드로 계열의 장면이 보인다. 3층 구조도 규칙적이다. 꼭대기 아치에는 기하학적 격자, 가운데에는 인물, 맨 아래에는 이름 띠가 온다.
빛을 만들지 않고 거르는 재료
산타 마르갈리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12개 — H. Zell,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은 염료로 칠한 막이 아니라 유리 자체에 들어간 금속 산화물에서 온다. 코발트는 파랑을, 구리는 초록과 청록을, 금(콜로이드 상태)은 루비색 빨강을, 안티모니와 은 계열은 노랑을 낸다. 중세 장인은 유리를 불리면서 금속을 넣고, 식힌 뒤 판을 깎고 자르고 납 띠로 이어 붙였다. 창을 마주 보는 사람이 보는 것은 물체가 내뿜는 빛이 아니라 바깥 햇빛에서 나머지 파장을 뺀 나머지다.
이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납 띠의 두께다. 인물의 윤곽과 옷 주름을 따라 검은 선이 촘촘히 지나간다. 이 선은 그림을 그린 선이 아니라 유리 조각과 조각을 물리적으로 붙잡는 구조물이다. 7세기 아랍 금속공예에서 온 그리자유 기법은 금속 가루를 유리에 입혀 굽고 긁어내 무늬를 남기는데, 사진 속 여러 창의 장식 격자에서 그 질감이 보인다.
통념과 다른 지점
스테인드글라스는 흔히 ‘어두운 성당에서 빛나는 신비’로 소개된다. 그러나 방향은 반대다. 창을 통과하는 빛은 밝고, 창 주변의 벽은 어둡다. 사진 속 12개 창이 하나같이 검은 배경 위에 떠 있는 것은 그 대비를 그대로 보여준다. 밤이나 흐린 날에는 색이 거의 사라지고, 납 띠만 남은 검은 격자가 된다.
또 하나. 12라는 숫자는 흔히 사도를 가리킨다고 읽지만, 이 성당의 경우 설명문은 “북쪽 6창과 남쪽 6창”이라는 건축적 배치만 말한다. 벽마다 6개라는 배치는 창 크기와 벽 길이의 제약이 만든 결과다.
사진이 보여주지 않는 것
이 격자에는 성당의 공간이 없다. 천장 높이, 창 사이 거리, 바닥 돌의 반사, 그리고 창을 통과해 바닥에 드리우는 색 그림자 — 스테인드글라스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이 사진에서 모두 빠져 있다. 창 하나하나의 실제 크기도 알 수 없고, 12개가 같은 날 같은 빛에서 찍혔는지도 설명문에 없다.
합성 여부는 분명히 밝혀 둘 만하다. 이 사진은 한 번의 셔터로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라 12장을 이어 붙인 결과다. 그래서 “마요르카의 성당에 들어서면 이렇게 보인다”고 읽으면 안 된다.
질문
성당에 들어가 본 기억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시선이 머문 것은 색이었나, 인물이었나, 아니면 납 띠가 만든 검은 격자였나?
참고 자료
원본 파일: Wikimedia Commons
라이선스: CC BY-SA 3.0 (저작자 H. Zell)
설명 출처: Wikimedia Commons 파일 설명문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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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08:18
창을 12장이나 이어 붙이면 그 합치는 수작업이 오히려 더 궁금해지네요. 같은 날 같은 빛에서 다 찍은 걸까요? 그리고 성당에 실제로 들어가면 색이 바닥에 드리우는 그림자부터 눈에 들어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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