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가 악역이 세상 돌아가는 꼴을 지적하는데 그 대목만큼은 반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주인공보다 문제를 정확히 짚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바로 다음에 내놓는 해결책이 너무 끔찍해서 ‘잠깐, 거기까지 동의한 건 아닌데’가 된다.
이런 악역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불만에 공감하는 것, 설명에 납득하는 것, 행동을 지지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걸 관객한테 떠넘겨 놓으니까.
떠오르는 작품이 있으면 어느 주장까지는 납득됐고 어디서 선을 넘었다고 느꼈는지 얘기해 보면 좋겠다. 그냥 ‘멋있는 악역’ 말고,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걸렸던 쪽으로.
댓글 첫 줄에는 작품명과 스포일러 여부를 적어 주세요. 반전의 주인공을 이름부터 적어 버리면 아직 안 본 사람은 도망갈 틈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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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스포일러 없음)
조커가 현대 사회의 도덕성과 위선을 꼬집으며 "질서라는 건 생각보다 취약하다"고 말할 때는 묘하게 설득력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그리고 겉으로 내세우는 정의가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파고드는 통찰력만큼은 정말 날카롭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증명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도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순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 제기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해결책이 파괴와 살육이라는 점에서 오는 괴리감이 이 캐릭터를 더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