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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11월 1일, 자동차용 드라이브 샤프트 제조사 한세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2천만 원을 부과했다. 눈에 띄는 건 금액이 아니라 이유다. 이 회사가 빼앗은 것은 도면이나 설계 파일이 아니라, 협력사가 2년 넘게 열처리 시험을 반복하며 찾아낸 숫자 하나였다. 공정위는 시제품과 검사성적서를 분석해 알아낸 무형의 정보에도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지위를 인정해 처벌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세모빌리티는 수급사업자 K사에 자동차용 튜뷸러 샤프트(속이 빈 튜브 형태의 드라이브 샤프트 구성품)를 개발·제조위탁했다. K사는 2년 이상에 걸쳐 열처리를 거친 부품 샘플 1,600여 개와 열처리 검사성적서 28부를 제출하며 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K사는 ‘이 부품의 요구 강도를 가장 잘 만족시키는 심부경도(best hardness) 수치 범위’를 자체 노하우로 찾아냈고, 발주처가 요구한 기준 외에 이 수치도 성적서에 함께 기록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한편 한세모빌리티는 구매 단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사를 이원화하고 결국 거래처를 교체하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뒤, D사와도 개발 및 제조위탁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D사가 낸 샘플은 요구 강도에 계속 미달했다. 한세모빌리티는 K사 샘플과 D사 샘플을 비교·분석해 심부경도 수치가 두 회사의 강도 차이를 가르는 핵심 요인임을 파악했고, 그 값을 D사 샘플에 적용하자 단 한 번의 테스트로 강도 문제가 해결됐다. 이후 K사의 성적서와 샘플 파괴검사를 다시 검토해 그 수치 범위가 최적임을 확인한 뒤, 2020년 2월 1일 K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사실상 같은 범위의 수치를 자신의 단독 명의로 특허 출원했고 2021년 7월 2일 등록을 마쳤다.

왜 이 사안이 처벌 대상인가

하도급법(구 제12조의3 제3항, 현행 제4항)은 원사업자가 취득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여기서 기술자료의 정의(제2조 제15항, 시행령 제2조 제8항)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 방법에 관한 자료,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정보”다. 문서나 도면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판단의 출발점이다.

공정위가 본 위법성의 핵심은 ‘취득 목적의 초과’다. 품질 확인을 위해 받은 샘플과 검사성적서는 그 목적 안에서만 써야 하는데, 한세모빌리티는 이를 자기 명의 특허권 확보에 사용했다. 공정위는 한세모빌리티가 개발 기간 내내 심부경도 수치를 직접 관리하거나 K사에 준수를 요구한 사실이 없고, 발명신고서에 K사 샘플 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인용했으며, 성적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독자적으로 발견·취득했다”는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도와 강도: 왜 숫자 하나가 그렇게 중요한가

경도는 금속이 눌리거나 긁힐 때 견디는 단단함을, 강도는 힘을 받아도 파손·변형되지 않는 정도를 뜻한다. 보통 경도가 오르면 강도도 오르지만, 특정 금속에서는 경도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 오히려 강도가 떨어지는 반비례 구간이 나타난다. 그래서 자동차 부품 제조에서는 “강도를 최대로 만드는 경도 수치”를 찾는 일 자체가 별도의 기술이 된다. 열처리 온도와 냉각 속도를 조절해 그 최적점을 잡아내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곧 수급사업자의 경쟁력이다.

주목할 점은 그 최적점이 어느 문서에도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세모빌리티는 심부경도 기준을 정해 K사에 지시한 적이 없었고, K사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치를 측정·기록해 온 것이었다. 즉 이 정보는 계약서나 사양서가 아니라 실험 과정에서 축적된 암묵적 노하우의 형태로 존재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인정한 것은 바로 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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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한세모빌리티㈜의 기술자료 관련 하도급법 위반행위 제재” 화면 —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정부 공공저작물

누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수급 중소기업. 가장 큰 수혜자다. 지금까지는 원사업자가 도면을 복제하거나 설계 파일을 무단 사용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성적서와 샘플을 비교·분석해 값을 뽑아내는 행위”도 처벌 대상임이 확인됐다. 다만 보상은 과징금 부과와 재발방지명령에 그친다. K사가 특허 등록을 무효로 만들려면 별도의 특허 무효심판이나 민사소송을 직접 진행해야 한다.

원사업자(중견·대기업). 잃는 것은 ‘검사성적서를 받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관행적 전제다. 협력사 이원화나 단가 협상 과정에서 기존 협력사 자료를 참고하는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특허 출원 전에 기술의 출처를 확인하는 절차(발명신고서 검증, 협력사 협의)를 갖추지 않은 기업은 유사 리스크를 안게 된다.

소비자. 직접 얻는 것은 없다. 다만 부품 품질 기준이 한 회사의 특허로 묶이면 대체 공급처가 줄고 단가 협상력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부품 시장의 공급 다변화 여지를 넓히는 쪽으로 작용한다.

통념과 다른 지점

흔히 기술 탈취는 “파일을 빼간다”는 이미지로 이해된다. 이번 사건의 방식은 더 조용하다. 협력사를 바꾸려는 결정을 먼저 내리고, 새 협력사의 실패를 메우기 위해 옛 협력사의 성적서를 다시 꺼내 읽었으며, 결과물은 특허라는 합법적 외피를 얻었다. 특허를 내면 기술을 ‘공개’한 대가로 독점권을 받는 것이니, 겉보기에는 사회에 이바지한 행위로 보이기까지 한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특허 출원 자체가 아니라, 그 특허의 핵심 수치를 어떤 경로로 얻었는가다.

또 하나, 제재 대상이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이라는 점도 통념과 어긋난다. 기술유용 사건은 흔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도로 설명되지만, 이번에는 자산 5,300억 원대, 매출 5,000억 원 안팎의 중견기업이 상대적으로 작은 수급사업자의 노하우를 가져간 사안이었다.

한계와 남는 질문

첫째, 과징금 4억 2천만 원은 한세모빌리티의 2023년 매출(약 4,981억 원)에 견주면 작은 규모다. 억제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평가는 이번 보도자료에 담겨 있지 않다. 둘째, K사의 특허 무효화 여부와 실제 영업 피해 보상은 공정위 처분과 별개 절차로 남는다. 셋째, “무형의 정보”를 기술자료로 인정하는 기준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제품 분석 결과, 시험 데이터, 공정 조건 등 어느 수준까지 포함되는지가 다음 사건들의 쟁점이 될 것이다. 넷째,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수급사업자 관계가 아닌 경우(대등한 기업 간 거래)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남는다.

협력사 담당자가 지금 할 일

수급사업자라면 개발 단계에서부터 자사가 독자적으로 도출한 수치·조건·시험 결과를 별도 문서로 관리하고, 원사업자에게 제출하는 성적서에도 “자사 노하우에 기반한 관리 항목”임을 명시해 두는 것이 좋다. 제출 자료의 사본과 제출 일자를 남겨 두면 이후 다툼에서 출처를 입증하기 쉬워진다. 원사업자라면 협력사가 제공한 샘플·성적서를 특허 출원이나 신규 거래처 개발에 활용하려는 경우 반드시 사전 협의와 대가 지급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기술유용 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으므로, 유사 사안의 신고·제보는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를 통해 이뤄진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은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와 첨부 세부내용을 근거로 작성했다. 보도자료는 처분을 내린 기관의 입장이므로, 한세모빌리티의 반박이나 이의신청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공정위가 “독자적으로 도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만, 회사 측이 제출한 반증 자료나 심의 과정의 논쟁은 확인할 수 없다. 처분의 최종 확정 여부(이의신청·행정소송)도 이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참고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한세모빌리티㈜의 기술자료 관련 하도급법 위반행위 제재」, 2026년 11월 1일 배포(조간 11.2). 담당: 기업거래결합심사국 기술유용조사과.

· 정책브리핑(korea.kr) 보도자료 원문: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87415

· 관련 법령: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5항, 제12조의3 제4항(구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8항.

여러분 회사는 협력사가 준 검사성적서를 어디까지 “참고”해도 된다고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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