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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등과 LED는 같은 빛이 아니다 — 스펙트럼을 보면 답이 나온다

빗방울 2026.11.01 14:31 7분 읽기 조회 81 · 추천 2

저녁 8시, 사무실 조명을 끄지 않고 재택을 마친 사람이 식탁 위 김치찌개를 사진으로 남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반찬을 찍었는데, 형광등 아래에서는 국물이 누렇게 뜨고 LED 아래에서는 좀 더 붉게 나온다. 카메라 설정을 바꾼 것도 아닌데 두 사진의 기분이 미묘하게 다르다.

둘 다 하얗게 보이는데 왜 색이 달라 보일까

흔한 설명은 이렇다. "형광등은 하얗고 LED도 하얗다, 둘 다 흰 빛이니까 같은 빛이다." 실내 조명의 색온도를 4000K로 맞추면 기기 사양서에도 같은 숫자가 적힌다. 그런데 사양서의 숫자가 같다는 것과 눈에 들어오는 빛의 구성이 같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색온도(빛의 따뜻하고 차가운 정도를 켈빈 단위로 표시한 값)는 하얗게 보이는지만 규정한다. 그 하얀색을 어떤 파장의 조합으로 만들어 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4000K 형광등과 4000K LED가 같은 색온도인데도 물건의 색이 다르게 보이는 일이 생긴다.

형광등: 자외선을 만들고, 형광체가 색으로 바꾼다

형광등을 켜면 유리관 안의 수은 증기에 전류가 흐르면서 방전이 일어난다. 이때 나오는 빛의 상당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이다. 관 안쪽에 발라 둔 형광체(자외선을 흡수해 다른 파장으로 다시 내보내는 분말)가 이 자외선을 받아 가시광선으로 바꾼다.

ls_fluo.jpg

CD 조각을 회절 격자로 써서 담은 콤팩트 형광등의 스펙트럼. 연속된 무지개가 아니라 몇 개의 선명한 띠로 나뉜다 — Xofc,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그래서 형광등의 스펙트럼은 자연광처럼 매끈한 곡선이 아니다. 수은이 내는 특정 파장의 날카로운 선 몇 개와, 형광체가 내는 넓은 띠 몇 개가 붙어 있는 모양이다. 400nm 남짓부터 700nm까지 이어지는 스펙트럼 위에 봉우리 몇 개가 솟고 그 사이는 움푹 파인다. 빛을 받은 사과가 어느 봉우리에 걸리느냐에 따라 빨간색이 선명할 때도 있고 탁하게 죽을 때도 있다.

LED: 반도체 접합에서 바로 나오는 빛

LED(발광다이오드)는 원리가 다르다. 서로 다른 반도체를 붙인 접합(junction)에 전압을 걸면 전자와 정공이 만나 에너지를 빛으로 내놓는다. 이때 나오는 빛의 파장은 재료의 에너지 간격이 정한다. 그래서 LED 하나는 원칙적으로 아주 좁은 대역의 빛만 낸다.

문제는 흰색이다. 좁은 대역의 LED 하나로는 흰빛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흰 LED는 대부분 파란 LED 위에 노란 형광체를 입혀 만든다. 파란 빛 일부가 형광체에 흡수되어 넓은 노란 띠로 바뀌고, 남은 파란 빛과 섞이면서 흰색으로 보인다.

그림 한 장에 담긴 차이: 파란 봉우리와 넓은 언덕

이 곡선을 보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첫째, 파란 성분이 좁은 봉우리로 몰려 있다. 둘째, 빨간 쪽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내려가면서 청록색(480nm 부근)이 오히려 골짜기를 이룬다. 형광체가 모든 파장을 골고루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형광등이 선(線) 여러 개로 이뤄진 빛이라면, 흰 LED는 봉우리 하나에 언덕 하나를 얹은 빛이다.

ls_led.jpg

흰 LED(4000K)의 상대 분광 분포. 450nm 부근의 날카로운 파란 봉우리와 500~650nm에 걸친 완만한 언덕이 함께 보인다 — Lamiot·Bech,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사진에서 색이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메라는 세 가지 색 필터로 빛을 나눠 계산하는데, 빛의 구성 자체가 다르면 같은 흰색으로 맞춰도 물체 반사색을 복원하는 방식이 조금씩 틀어진다.

숫자로 보는 차이: 색온도와 연색지수

조명의 색 품질을 숫자로 비교할 때 쓰는 지표가 연색지수(CRI, 기준광 아래에서 물체 색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이는지를 100점 만점으로 나타낸 값)다. 같은 4000K라도 연색지수가 80대인 제품과 90대인 제품의 차이는 붉은 계열에서 특히 크게 드러난다. 형광등은 형광체 배합으로, LED는 형광체 종류와 파란 피크의 파장을 조정해 이 값을 올린다.

주의할 점은 연색지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자연광에 가까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지표는 시험용 색 견본 몇 개를 얼마나 잘 재현하는지만 본다. 그래서 채소처럼 특정 파장대를 많이 반사하는 물체는 지수가 같아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 설명이 틀리는 경우

첫째, 모든 형광등이 띠 모양인 것은 아니다. 형광체 배합이 좋은 삼파장·오색 형광체 제품이나 백열·할로겐은 오히려 꽤 매끈한 연속 스펙트럼을 낸다. "형광등은 띠, LED는 곡선"이라는 도식은 제품군에 따라 뒤집힌다. 둘째, 근래의 고연색 LED는 빨간 형광체를 더해 파란 봉우리와 긴 꼬리를 가진, 형광등보다 자연광에 가까운 분포를 만들기도 한다.

셋째, 눈에 보이는 차이는 스펙트럼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명의 밝기, 벽지 반사, 카메라의 자동 화이트밸런스, 심지어 사람이 그 색을 기대하는 방식까지 겹친다. 스펙트럼은 원인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생활에 적용하는 세 가지 판단

하나. 옷 색이나 페인트 색을 고르는 자리에서는 조명의 색온도보다 연색지수를 먼저 보는 편이 낫다. 특히 붉은 계열을 다룰 때는 매장 조명 아래의 색과 자연광 아래의 색을 한 번씩 비교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둘. 사진을 찍을 때는 조명 종류를 바꾸면 화이트밸런스를 다시 잡는다. 같은 4000K라도 스펙트럼이 다르면 자동 설정이 어긋날 수 있다.

셋. 형광등을 LED로 교체할 때 "밝기가 같다"는 것과 "색이 같다"는 것은 별개다. 루멘(빛의 총량)이 같아도 연색지수와 색온도가 다르면 방의 인상이 달라진다. 교체 전에 지금 쓰는 제품의 색온도와 연색지수를 확인해 두면 실망이 적다.

당신의 집은 어느 쪽인가

오늘 저녁, 부엌 조명 아래에서 손등을 한 번 보고 창가 자연광 아래에서 다시 한 번 보자. 두 빛에서 피부색이 다르게 보인다면, 그 차이는 밝기가 아니라 스펙트럼이 만든 것이다. 당신의 집 조명 중 어느 것이 그 차이를 가장 크게 만드는 것 같나요?

참고 자료

  • Wikimedia Commons, 「Narva 20W colour860 Compact fluorescent lamp home made spectrum」 (Xofc,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Spectre-led-blanche-4000k」 (Lamiot·Bech, CC BY-SA 4.0)
  • CIE, 광원의 연색성 평가(CRI) 정의 — 조명 공학 표준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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