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설정창을 열면 꼭 한 번은 멈칫하게 된다. A4는 알겠는데 B4는 얼마나 큰 거지? B5는 작은 공책 같은데, Letter는 또 뭐고.
대충 비슷한 종이처럼 보여도 파일을 다른 규격으로 출력하면 아래쪽이 잘리거나 여백이 묘하게 달라진다. 알고 보면 이 이름들에는 꽤 잘 짜인 규칙이 있다. 다만 B4와 B5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A4·B4·B5·Letter, 한눈에 비교하면
같은 축척으로 그린 크기 비교. 위 그림의 B4·B5는 JIS 규격이다. 화면에서 보이는 크기는 실제 크기가 아니지만, 종이끼리의 크기 비율은 맞췄다. 그림: 직접 제작.
일단 자주 쓰는 것부터 보자. 아래 치수는 모두 짧은 변 × 긴 변, 단위는 mm다.
| 용지 | 크기 | 기억할 점 |
|---|---|---|
| A3 | 297 × 420 | A4 두 장을 붙인 크기 |
| A4 | 210 × 297 | 익숙한 복사용지 |
| A5 | 148 × 210 | A4를 반으로 나눈 크기 |
| B4 (JIS) | 257 × 364 | A4보다 크고 A3보다 작다 |
| B5 (JIS) | 182 × 257 | A5보다 크고 A4보다 작다 |
| Letter | 215.9 × 279.4 | A4보다 조금 넓고 짧다 |
| Legal | 215.9 × 355.6 | Letter와 폭은 같고 더 길다 |
A4와 Letter를 나란히 두면 차이가 금방 보인다. Letter는 A4보다 폭이 5.9mm 넓고, 길이는 17.6mm 짧다. 미국 쪽 문서를 받아 출력했는데 평소와 느낌이 다르다면 용지 설정부터 확인해볼 만하다.
A4의 4는 크기 순위가 아니다
A 시리즈는 숫자가 커질수록 종이가 작아진다. 출발점인 A0를 반으로 나누면 A1, 다시 반으로 나누면 A2다. 네 번 나눈 것이 A4다.
| 규격 | 크기(mm) |
|---|---|
| A0 | 841 × 1189 |
| A1 | 594 × 841 |
| A2 | 420 × 594 |
| A3 | 297 × 420 |
| A4 | 210 × 297 |
| A5 | 148 × 210 |
| A6 | 105 × 148 |
A0의 기준 면적은 1㎡다. 따라서 A4 한 장은 이론적으로 1/16㎡, 약 0.0625㎡가 된다. 실제 치수는 mm 단위로 정리하므로 계산값과 아주 조금 차이가 난다.
반으로 잘라도 왜 모양이 비슷할까?
A4의 긴 변을 반으로 나누면 A5 두 장이 된다. 조각을 돌려 세우면 원래 종이와 거의 같은 가로세로 비율이다. 표준 치수는 mm 단위로 정리되어 정확한 절반과는 작은 차이가 있다. 그림: 직접 제작.
그냥 아무 직사각형이나 반으로 자르면 길쭉해지거나 납작해진다. A 시리즈는 처음부터 이 문제를 풀어놓은 종이다. 짧은 변과 긴 변의 비율을 1 : √2, 약 1 : 1.414로 잡았다.
긴 변을 반으로 나누고 종이를 돌려도 같은 비율이 나온다. 그래서 A4 문서를 A3로 확대하거나 A5로 축소할 때 모양이 잘 맞는다. 종이를 바꿀 때마다 문서 전체를 새로 배치할 필요가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서 복사기의 익숙한 숫자도 나온다. A4 → A3는 약 141%, A3 → A4는 약 71%다. 면적이 두 배라고 확대율을 200%로 설정하면 안 된다. 복사기의 배율은 가로와 세로 길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200%는 면적이 네 배가 된다.
그런데 B5는 검색할 때마다 크기가 다르다
182 × 257이라고 적힌 곳도 있고, 176 × 250이라고 적힌 곳도 있다. 어느 한쪽이 오타인 게 아니다. ISO B 시리즈와 일본 JIS B 시리즈의 치수가 다르다.
| 규격 | ISO | JIS |
|---|---|---|
| B4 | 250 × 353mm | 257 × 364mm |
| B5 | 176 × 250mm | 182 × 257mm |
국내에서 쓰는 한/글의 용지 목록을 보면 B4는 257 × 364, B5는 182 × 257로 안내한다. 이 치수는 JIS B 규격과 같다. 반면 프린터 드라이버나 해외 제품 설명에서는 ISO B5가 따로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노트 커버나 파일을 살 때, 혹은 인쇄소에 파일을 넘길 때는 “B5예요”에서 한 발 더 가는 게 좋다. 182 × 257mm인지, 176 × 250mm인지 확인하면 애매한 대화가 끝난다. 표지·커버 상품은 대응하는 종이 크기와 제품 자체의 바깥 치수도 구분해야 한다.
B 시리즈는 A 시리즈 사이의 크기를 채운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B4는 A3와 A4 사이, B5는 A4와 A5 사이에 있다. 단, 정확한 치수는 ISO인지 JIS인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Letter는 A4의 미국 이름이 아니다
Letter는 8.5 × 11인치다. mm로 바꾸면 215.9 × 279.4. A4와 출신도 다르고 가로세로 비율도 다르다. 크기가 비슷하다고 이름만 바꿔 쓸 수 있는 규격은 아니다.
Letter 문서를 A4에 100%로 출력하면 문서의 폭이 종이보다 넓다. 반대로 A4 문서를 Letter에 출력하면 문서가 종이보다 길다. 내용이 여백 안에 들어가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가장자리까지 채운 표나 양식은 잘릴 수 있다.
PDF라면 인쇄창에서 문서 크기와 실제 넣은 종이 크기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맞춤’ 또는 ‘인쇄 가능 영역에 맞추기’를 쓴다. 다만 치수가 중요한 도면·재단용 패턴은 자동 축소하면 곤란하다. 이런 경우는 요구한 용지와 실제 크기 100% 출력을 맞춰야 한다.
워드프로세서에서 편집 용지 자체를 Letter에서 A4로 바꾸는 건 또 다른 작업이다. 문서 폭과 높이가 바뀌면서 줄바꿈, 표 위치, 페이지 수까지 달라질 수 있다. 제출용 문서는 마지막에 PDF로 확인하는 편이 속 편하다.
복사용지의 80g은 한 장 무게가 아니다
용지 크기 옆에 붙은 75g, 80g도 은근히 헷갈린다. 정확한 단위는 보통 g/㎡, 종이 1㎡의 질량이다. A4 한 장이 80g이라는 뜻은 아니다.
80g/㎡ 종이를 A4 면적으로 계산하면 한 장은 약 5g이다. 500장 한 묶음이면 종이만 약 2.5kg. 복사용지 한 묶음이 생각보다 묵직한 이유다. 같은 평량이라도 종이의 재료와 가공에 따라 두께와 촉감은 달라질 수 있다.
프린터 앞에서 당장 필요한 건 세 가지 정도다. 평소 쓰는 A4는 210 × 297mm. Letter는 그것보다 넓고 짧다. 그리고 B4·B5는 이름만 믿지 말고 치수를 한 번 더 보자.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알고 나면 인쇄창이 조금 덜 수상해 보인다.
참고 자료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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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5:38
복사기 확대율 이야기가 제일 반가웠어요. A4에서 A3로 옮길 때 늘 200%로 눌렀다가 이상하게 커져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길이 기준이라 141%라는 걸 알고 나니 그제야 납득이 갔어요. 덧붙여서, 80g 종이가 한 장 5g쯤이라는 계산도 처음 알았습니다. 500장 묶음이 2.5kg이라니 손에 쥘 때 무거울 만했네요. -
빗방울
2026.11.01 16:32
복사할 때 A4→A3는 141%인데 200%로 하면 면적이 네 배가 된다는 부분 진짜 많이들 착각해 😅 나도 처음엔 그렇게 눌렀다가 종이만 낭비했음 👍
모든 이야기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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