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서를 검색하면 “숫자를 여러 차원으로 늘어놓은 배열”이라는 설명을 자주 만난다. AI 코드를 읽을 때는 유용하다. 그런데 물리학 책을 펴면 갑자기 좌표변환, 응력, 시공간이 등장한다. 같은 단어가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까?
물리학에서는 숫자의 배치보다 그 숫자들이 무엇을 나타내며, 좌표를 바꿀 때 어떻게 변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텐서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숫자 상자보다 ‘같은 것을 다른 기준으로 설명하는 법’에 가깝다.
먼저, 화살표와 화살표를 적은 숫자는 다르다
책상 위에 오른쪽을 향하는 길이 4의 화살표를 그렸다고 하자. 오른쪽을 x축, 위쪽을 y축으로 정하면 성분은 (4, 0)이다. 이제 화살표를 그대로 두고 좌표축만 반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려보자.
새 x축은 위쪽, 새 y축은 왼쪽을 향한다. 화살표는 새 y축의 반대 방향이므로 성분이 (0, -4)가 된다.
두 그림의 노란 화살표는 같은 방향·같은 크기다. 달라진 것은 좌표축과 그 기준으로 적은 성분이다. 자체 제작.
숫자는 달라졌는데 실제 화살표는 그대로다. 벡터는 이처럼 특정 좌표에서 적은 숫자 목록과 구분되는 대상이다. 새로운 성분은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좌표축을 어떻게 돌렸는지에 따라 정해진 규칙으로 계산된다.
텐서는 이 생각을 확장한 것이다. 선택한 기저와 독립적인 대상을, 기저를 골라 성분으로 적는다. 기저를 바꾸면 성분도 그에 맞는 규칙으로 바뀐다. 보통의 스칼라는 0차 텐서, 벡터는 1차 텐서로 볼 수 있다.
벡터 하나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
고무줄을 양쪽으로 잡아당긴다고 생각해보자. 고무 안에서는 이웃한 부분들이 서로 힘을 전달한다. 고무줄 중간을 가상으로 잘라보면, 그 단면을 사이에 두고 힘이 작용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익숙한 고무줄에도 내부 힘과 변형이 있다. 사진은 재료 예시이며 하중을 가한 실험 사진은 아니다. Fumikas Sagisavas, Wikimedia Commons, 원본, CC0.
그런데 자르는 면을 비스듬하게 바꾸면 어떨까? 같은 지점에서도 면의 방향에 따라 그 면을 통해 전달되는 단위 면적당 힘이 달라질 수 있다. 그 힘은 면에 수직일 수도 있고, 면을 따라 미는 성분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지점의 힘은 오른쪽으로 얼마”라는 화살표 하나만으로는 모든 방향의 면을 설명하지 못한다. 면의 방향을 주면, 그 면에 작용하는 단위 면적당 힘을 알려주는 관계가 필요하다. 연속체역학의 코시 응력 텐서가 하는 일이 이것이다.
응력 텐서: ‘어느 면인가’와 ‘어느 방향의 힘인가’
면의 방향은 그 면에 수직인 단위벡터 n, 즉 법선으로 표시한다. 응력 텐서를 σ, 단위 면적당 힘인 표면력 벡터를 t라고 쓰면 관계는 짧다.
t = σ n
면의 방향 n을 넣으면 힘의 방향과 크기를 가진 벡터 t가 나온다. 여기서 σ n은 행렬로 표시한 σ와 벡터 n의 곱이다. 이 설명은 통상적인 연속체역학의 가정 아래에서 성립한다.
2차원 응력의 수치 예시. 같은 σ = [[4, 1], [1, 2]]라도 오른쪽 면의 법선 (1, 0)을 넣으면 t = (4, 1), 위쪽 면의 법선 (0, 1)을 넣으면 t = (1, 2)가 된다. 초록색은 법선, 노란색은 표면력이다. 수치는 예시 단위이며 실제 고무줄의 측정값이 아니다. 자체 제작.
3차원에서 응력 텐서의 성분은 3 × 3 표로 적는다. 이 글에서는 σ의 첫 번째 첨자를 힘의 성분 방향, 두 번째를 면의 법선 성분 방향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σxy는 y방향 법선을 가진 면에서 x방향 힘에 해당하는 성분이다. 책마다 첨자 약속이 다를 수 있다.
숫자 아홉 개가 보이지만, 일반적인 코시 연속체에서 회전 모멘트 평형 조건이 적용되면 응력 텐서는 대칭이 되어 독립 성분은 여섯 개다. ‘표에 칸이 몇 개냐’와 ‘독립적인 정보가 몇 개냐’도 같은 질문은 아니다.
텐서는 방향을 방향에 연결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응력만 특별한 예는 아니다. 어떤 결정에서는 전기가 방향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이때 전기장 E를 주었을 때 전류밀도 j가 어떻게 생기는지 전도도 텐서로 나타낼 수 있다.
가령 x방향 전도도는 1, y방향 전도도는 3인 단순한 2차원 예를 생각해보자. 전기장을 (1, 1)로 걸면 전류밀도는 (1, 3)이 된다. 같은 방향의 성분을 가진 입력이, 방향에 따라 다른 비율로 응답한 것이다.
이방성 전도도의 개념도. 초록색은 전기장, 노란색은 전류밀도다. 두 벡터는 물리 단위가 다르므로 그림의 길이끼리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방향 변화에 주목하면 된다. 수치는 설명용. 자체 제작.
이 예에서는 전류밀도가 전기장과 평행하지 않다. 전도도를 숫자 하나로만 쓰면 이런 방향별 응답을 담을 수 없다. 물론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게 반응하는 등방성 물질이라면 스칼라 전도도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이렇게 벡터를 넣어 벡터를 내놓는 선형 관계는 2차 텐서를 이해하는 좋은 입구다. 다만 모든 텐서가 반드시 이런 형태의 입력·출력 장치라는 뜻은 아니다. 더 높은 차수나 다른 종류의 텐서도 있다.
행렬이랑 뭐가 다른데?
응력이나 전도도 텐서를 특정 좌표에서 적으면 행렬이 된다. 하지만 그 행렬만 떼어놓으면 정보가 부족하다. 어떤 기저에서 적었고, 기저를 바꿀 때 성분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알아야 한다.
유클리드 공간의 직교좌표계를 회전시키는 경우를 보자. 벡터 성분을 바꾸는 행렬을 R이라 정하면 v′ = Rv다. 위와 같은 2차 텐서의 성분은 T′ = R T Rᵀ로 변한다. Rᵀ는 R의 전치행렬이다.
입력 벡터와 출력 벡터를 모두 새 기준으로 적어도 같은 관계가 유지되도록, 텐서 성분도 함께 바뀌는 것이다. 좌표를 돌렸다고 실제 재료의 성질까지 바뀌면 안 된다. 모든 좌표변환과 모든 종류의 텐서에 위의 회전 공식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예에서는 핵심을 잘 보여준다.
학생별 국어·영어 점수표도 네모난 숫자 표다. 그렇다고 그 표 자체에 공간 회전 시 응력처럼 변하는 물리적 의미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배열 모양만 보고 물리학의 텐서인지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회전에도 등장한다: 관성 텐서

바퀴를 평소 차축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것과, 바퀴 지름 방향을 축으로 뒤집듯 회전시키는 것은 다른 회전이다. 사진: Angela2109, Wikimedia Commons, 원본, 퍼블릭 도메인. 관성 텐서 측정 사진은 아니다.
같은 물체도 어느 축을 기준으로 회전시키느냐에 따라 관성모멘트가 달라진다. 특정 축을 정한 문제에서는 관성모멘트 하나를 쓰면 되지만, 여러 방향의 회전을 함께 다루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질량중심을 기준으로 한 강체의 각운동량 L과 각속도 ω 사이에는 L = Iω라는 관계가 있다. 여기서 I가 관성 텐서다. 일반적으로 L과 ω가 항상 같은 방향인 것은 아니다. 특별한 회전축인 주축을 따라 돌 때는 이 관계가 간단해진다.
‘회전하는 물체니까 숫자 하나가 더 크다’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전 방향과 질량 분포의 관계 전체를 담는 것이다.
텐서의 ‘2차’는 2차원 공간이라는 뜻이 아니다
| 대상 | 예시 | 3차원 공간에서의 성분 표현 |
|---|---|---|
| 0차 텐서 | 온도 같은 스칼라장 값 | 숫자 하나 |
| 1차 텐서 | 속도 벡터 | 성분 3개 |
| 2차 텐서 | 응력·관성 텐서 | 3 × 3 성분 |
| 4차 텐서 | 선형 탄성의 강성 텐서 | 3 × 3 × 3 × 3 성분, 대칭성에 따라 독립 성분 감소 |
위 숫자는 공간의 차원이 아니라 텐서의 차수다. 3차원 공간에도 2차·4차 텐서가 있다. 작은 변형의 선형 탄성 이론에서는 변형률과 응력이 각각 2차 텐서이고, 둘을 연결하는 강성은 4차 텐서로 나타낸다.
일반상대론에서는 시공간의 거리 구조를 나타내는 계량 텐서 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텐서를 이해하려고 처음부터 휘어진 시공간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좌표축을 돌려도 그대로인 화살표, 자르는 면에 따라 달라지는 내부 힘에서 출발해도 충분하다.
물리학에서 텐서를 만났다면 세 가지를 물어보자. 무엇을 나타내는가? 어떤 기준에서 성분을 적었는가? 기준을 바꾸면 어떻게 변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복잡한 첨자들도 같은 물리 현상을 다른 좌표에서 일관되게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보이기 시작한다.
참고 자료
- MIT, Rodolfo R. Rosales — Stress tensor short notes
- UT Austin, Richard Fitzpatrick — The physical significance of tensors
- Cambridge, David Tong — Vector Calculus: Tensors
- Cambridge, David Tong — The Motion of Rigid Bodies
- TU Graz — Electrical conductivity
수치 예제와 설명 그림은 직접 제작했다. 본문은 주로 고전 연속체역학과 유클리드 공간의 직교좌표계에서 설명하며, 일반 좌표계의 공변·반공변 성분에 대한 상세 논의는 생략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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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1 17:47
허허, 옛날에 공대 다닐 때 응력 텐서 책 펴면 첨자만 잔뜩 있어서 한숨부터 나왔지요. 지금 보니 그 아홉 칸이 어느 면에 어느 힘인지 담는 표였던 거지요. 회전 모멘트 평형에서 독립 성분이 여섯 개로 주는 대목도 새삼 반갑습니다. 아재 눈에도 좌표 돌려도 그대로인 화살표 얘기가 제일 쏙 들어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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