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COMMUNITY모든 이야기

바닥에 발뒤꿈치를 붙이고 벽을 등지고 선다. 벽까지 거리는 발 길이로 두 발 반 남짓. 그대로 허리를 굽혀 머리를 벽에 대고, 뒤에 놓인 의자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린 다음, 그 자세에서 일어나 보라는 것이 이른바 ‘의자 챌린지(chair challenge)’다. 온라인에 도는 영상들은 거의 같은 결론을 말한다. 여자는 대개 일어나고 남자는 대개 못 일어난다. 이유로 붙는 설명도 늘 비슷하다. “여성은 무게중심이 낮아서”, 혹은 “남성은 발이 커서”다.

2026년 10월 arXiv에 올라온 논문 하나가 이 장면을 그대로 계산 문제로 바꿔 놓았다. 저자는 Ronald M. Aarts와 Kees Schouhamer Immink, 제목은 『The chair challenge: can mechanics really tell men from women?』이다. 결론을 미리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이 동작은 정역학 교과서에 넣을 만한 좋은 예제이고, 성별을 가려내는 도구로는 형편없다. 논문은 그 두 가지를 같은 계산으로 보여 준다.

몸을 여섯 개의 막대로 바꾸면

논문의 방법은 의외로 소박하다. 사람을 평면 위에 놓인 강체(rigid) 구간들의 사슬로 모델링한다. 발, 정강이, 넓적다리, 몸통, 머리 같은 표준 생체역학 매개변수를 붙이고, 규칙이 허용하는 모든 자세를 훑는다. 규칙은 두 가지다. 머리가 벽에 닿아 있어야 하고, 두 발은 바닥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자세들 가운데 몸과 의자를 합친 전체 무게중심을 가장 뒤쪽에 두는 자세를 찾는다. 그 자세가 가능한 최대 발끝-벽 거리가 곧 “이 사람이 일어설 수 있는 한계”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최적화 문제에 손으로 쓸 수 있는 어림 공식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대 발끝-벽 거리는 대략 (몸통+머리 길이) − (엉덩이에서 무게중심까지 거리)로 근사된다. 긴 몸통은 벽 쪽으로 더 많이 기울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엉덩이에서 무게중심이 멀수록 그 여유를 깎아 먹는다. 두 항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보고 성별을 짐작하면 틀리기 쉽다.

chair_s.jpg

챌린지에 쓰이는 것과 같은 형태의 목재 의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 사진 — 저작자 미상, CC0 (Wikimedia Commons, Met Open Access)

2.36과 2.49, 그리고 관습적인 2.5

논문이 표준 남성·여성 기준 모델로 계산한 값은 이렇다. 천천히, 정지 상태에서 일어나는 조건에서 한계 발끝-벽 거리는 남성 모델이 발 길이의 2.36배, 여성 모델이 2.49배다. 사람들이 실제로 서 보는 거리인 ‘두 발 반(2.5배)’보다 둘 다 살짝 짧다. 즉 이 과제는 아슬아슬하게 설계되어 있다. 기준선 바로 아래에 한계가 걸려 있으니, 발 크기가 조금 다르거나 신발을 신었거나 몸을 살짝 젖히는 것만으로 결과가 뒤집힌다.

여기서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한계값이 2.5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성별이든 무엇이든 결과를 결정하는 요인이 하나로 고정된다. 한계가 2.5 바로 아래에 붙어 있으면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를 가른다. 뒤에 나오는 ‘성별 예측 정확도 54~68%’라는 숫자는 이 아슬아슬함의 직접적인 결과다.

반전: 무게중심 높이가 아니라 몸통 길이

대중적 설명은 여성의 무게중심이 낮다는 데 기댄다. 그런데 논문의 계산은 다른 곳을 가리킨다. 한계를 결정하는 주된 변수는 무게중심의 높이가 아니라, 발 길이에 대한 몸통+머리 길이의 비율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몸통이 긴 쪽이 벽 쪽으로 더 접힐 수 있어 유리하다. 그리고 센티미터 단위로 환산하면, 오히려 남성 모델이 더 많은 여유를 갖는다. 발이 크기 때문에 발 길이 단위로 나눌 때 손해를 보는 것이지, 실제 거리로는 남자가 불리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대목이 이 논문의 진짜 반전이다. ‘여자는 무게중심이 낮아서 된다’는 설명은 무게중심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를 갖다 붙였을 뿐, 단위를 바꾸는 순간 뒤집힌다. 발 길이로 재면 여성이 유리하고, 센티미터로 재면 남성이 유리하다. 같은 계산에서 단위 선택만으로 결론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은, 이 현상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척도의 문제에 가깝다는 신호다.

com_s.jpg

흔히 인용되는 남녀 무게중심 위치 도해. 대중적 설명의 근거로 쓰이지만, 논문은 이 차이가 한계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아니라고 계산한다 — Karel Frydrýšek(Fry72),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6,068명의 인체측정 자료를 넣으면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2년 미 육군 인체측정 조사(ANSUR) 참가자 6,068명의 실제 신체 비율을 모델에 넣는다. 표준 남성·여성 모델에서 0.13발 길이였던 성별 격차는 이렇게 하면 0.03~0.05발 길이로 줄어든다. 유럽 신발 사이즈로 반 호에서 한 호 정도다. 사람마다 몸통과 발의 비율이 제각각이라, ‘평균적인 남성’과 ‘평균적인 여성’이라는 두 모델이 만들어 내던 차이가 실제 분포에서는 대부분 지워진다.

개인 단위로 보면 더 분명해진다. 정지 상태에서 통과할 사람은 남성의 13%, 여성의 22%다. 다수는 남녀 모두 실패한다. 그리고 이 결과만 보고 성별을 맞히는 정확도는, 남녀가 같은 수로 섞여 있을 때 54~68%다. 동전 던지기가 50%, 줄자 하나로 잰 값이 83%다. 논문은 이 비교를 직접 제시한다. 의자를 들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줄자로 몸을 재는 편이 성별을 더 잘 맞힌다는 것이다.

경쟁 가설: 큰 발, 신발, 나이, 그리고 관성

논문은 경쟁 설명들도 정면으로 다룬다. “남성은 발이 커서 불리하다”는 가설은 절반만 맞다. 발 길이는 단위를 정하는 기준이므로 발이 크면 같은 실제 거리도 더 짧게 읽히지만, 그 효과는 몸통 길이 비율과 섞여 있어 단독으로 성별을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들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변수는 신발, 나이, 그리고 운동량(momentum)이다. 신발은 발 길이와 마찰, 발목 각도를 동시에 바꾸고, 나이는 자세 유연성과 근력에 영향을 준다.

특히 운동량은 ‘천천히 일어나기’라는 가정 자체를 흔든다. 논문의 계산은 정지 상태의 정역학적 한계를 다룬다. 그런데 실제 영상 속 사람들은 몸을 한 번 젖혔다가 반동으로 일어선다. 그 순간에는 정역학이 아니라 역진자(inverted pendulum)에 가까운 동역학이 작동하고, 한계값 자체가 달라진다. 저자들은 이 점을 대학 1학년 역학 과정에 맞는 역진자 어림으로 언급한다. 즉 “될 사람과 안 될 사람”을 가르는 것은 성별 잔차보다 이런 실행상의 변수일 수 있다.

논문이 스스로 인정한 한계

저자들이 명시한 한계는 분명하다. 첫째, 모델은 평면(2차원) 위의 강체 사슬이다. 몸을 비트는 동작, 좌우로 체중을 옮기는 동작, 팔을 벌려 균형을 잡는 동작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둘째, 계산은 느린 정적 상승을 전제한다. 반동을 쓰는 실제 수행과는 조건이 다르다. 셋째, 인체측정 자료가 2012년 미 육군 표본이라 젊은 성인 위주이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또 하나 짚어 둘 것은 논문의 주장 범위다. 이 글에서 ‘한계값 2.36/2.49’는 논문이 계산한 모델의 결과이며, 실제 사람을 세워 놓고 측정한 값이 아니다. ‘13%와 22%’ 역시 인체측정 분포에 모델을 적용한 추정치다. 논문은 이 숫자들을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았고, 그렇게 주장하지도 않는다. 독자가 인용할 때는 “논문은 주장한다”는 단서를 붙이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서 이 장면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

이 논문이 재미있는 이유는 결론이 ‘성별 차이는 없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별 차이는 있다. 다만 그 크기가 신발 한 켤레, 나이 몇 살, 반동 한 번보다 작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를 ‘무게중심이 낮아서’라는 그럴듯한 문장으로 설명하려는 순간, 단위를 바꾸면 부호가 뒤집힌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이 과제는 ‘정역학의 훌륭한 시연이자 형편없는 성별 예측기’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만약 누군가가 이 동작을 못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몸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신발 사이즈 반 호만큼이라면, 우리가 일상에서 ‘이 정도면 남자지’, ‘여자는 원래 그래’라고 말할 때 실제로 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판단의 정확도는 동전보다 나은가, 줄자보다 나은가.

참고 자료

Ronald M. Aarts, Kees Schouhamer Immink, “The chair challenge: can mechanics really tell men from women? A centre-of-mass analysis of a viral party trick”, arXiv:2610.25187v1 [physics.pop-ph], 2026-10-18. https://arxiv.org/abs/2610.25187v1

이미지: (1) 목재 의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Open Access, CC0, Wikimedia Commons. (2) 남녀 무게중심 도해, Karel Frydrýšek(Fry72),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모든 이야기1447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

글쓰기
총 1447개의 이야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