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0일 금요일 아침,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실험동.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창업동아리 학생들 앞에 앉았다. 그로부터 1박 2일 동안 그는 울산, 경북 영천, 안동, 영주를 차례로 지나며 다섯 개 현장을 봤다. 이번 일정으로 중기부가 직접 바꾼 제도는 아직 없다. 그런데도 이 행보가 정책 기사로 읽히는 이유는, 정부가 다음 달부터 어디에 예산과 제도를 얹을지 고르는 자리에서 현장에서 나온 네 가지 요구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이다.
무엇이 나왔나 — 하루 반 동안의 동선
첫째 날은 울산 UNIST와 경북 영천의 한중엔시에스, 그리고 경북 안동의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였다. UNIST는 울산 지역의 딥테크(연구 성과를 제품으로 바꾸는 창업) 특화 창업중심대학이다. 둘째 날은 경북 영주 원도심 상권을 돌고, 안동에서 열린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했다.
중기부가 이 행보에 붙인 이름은 「1박 2일 현장속으로」다. 전국 권역을 돌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방식으로, 지난 충청권에 이은 두 번째 지역 방문이다. 보도자료에는 방문지마다 기업·학생·상인이 제기한 건의사항과 장관의 답변이 짧게 정리돼 있다. 제도의 변경 내용이 아니라 제도 개선의 요구 목록이 담긴 문서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배경 — 왜 지금 '현장'인가
이 행보의 배경에는 정부가 내건 두 개의 큰 산업 구상이 있다. 하나는 이 보도자료에서 장관이 직접 언급한 " + ""전기국가(Electro-state)"와 "3대 메가 프로젝트"" + "다. 전력·에너지 인프라를 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그 안에서 데이터센터 냉각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설비 산업이 핵심 부품으로 들어간다. 한중엔시에스 방문은 그 구상이 실제로 어느 공장에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른 하나는 지역 창업과 지역 상권이다. 창업중심대학, 규제자유특구, 글로컬상권은 모두 중기부가 권역별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실증은 되는데 사업화로 넘어가는 마지막 구간이 병목이라는 것이고, 이번 방문에서 나온 요구는 거의 전부 그 병목을 겨눈다.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이소영 중기부 장관, 울산 대학창업부터 영주 지역상권까지 1박 2일 경상권 현장 행보」(2026.11.2. 조간) — 정책브리핑(korea.kr) 화면 캡처
핵심 내용 — 현장에서 나온 네 가지 요구
1) 공공구매까지 이어지는 창업 지원. UNIST 창업동아리 학생들은 실증 지원에서 멈추지 말고 정부·공공기관이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고 도입하는 단계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여기에 AI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자원 등 인프라 지원 확대 요구가 붙었다. 초기 창업기업의 가장 큰 벽은 기술이 아니라 첫 고객이라는 뜻이다.
2) 기존 기업의 신산업 전환 지원. 한중엔시에스는 자동차 부품기업에서 출발해 15년간 기술을 쌓아 ESS 냉각 전문기업으로 사업 분야를 바꾼 회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사업이 창업기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기존 중소기업이 신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지원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의 문턱이 "설립 연차"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3) 헴프 특구의 법적 근거 정비. 안동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는 실증 성과 확인과 함께 마약류 관리법 개정 필요성,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 등 생산 기반 구축 방안, 사업화 지원 확대가 논의됐다. 장관은 재배·추출 기술과 전 주기 안전관리 실증 결과, 기존 규제의 필요성을 함께 살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규제체계 정비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형동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4) 상권은 사람이 만든다. 영주는 철도 교통망과 문어·사과·인삼 같은 먹거리를 바탕으로 K-미식 상권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2026년 중기부 글로컬상권에 선정됐고, 현재 영주문어1955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권 육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장관은 상권의 잠재력이 실질적 활력으로 이어지려면 지역 상인, 로컬창업가, 상권기획자 등 현장 주체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대학 창업팀은 GPU·실증 인프라와 공공구매 통로를 얻을 수 있다. 대신 초기 창업기업을 우대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성장 단계에서 지원이 끊기는 위험은 남는다. 기존 제조 중소기업은 신산업 전환 지원의 문턱이 낮아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요구를 들은 자리이고, 지원 사업의 설계를 바꾸는 데는 별도의 예산 편성과 사업 공고 수정이 필요하다.
헴프 특구 참여 기업은 규제 정비와 GMP 시설 지원이라는 가장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실증은 특구 안에서만 허용되고, 특구 밖 판매는 법이 허락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민감한 이해관계자는 식품·의약 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와, 마약류 관리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수사·단속 기관이다. 규제를 풀수록 이들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지역 상권은 관심과 행사 효과를 얻지만, 할인 행사가 끝난 뒤 남는 것은 상인의 몫이다. 반대로 대형 유통이나 온라인 채널은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소비 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
통념과 다른 지점 — 행사의 성격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은 흔히 중기부 행사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10개 부처와 대기업, 소상공인을 포함해 약 4만 개 사가 참여하는 범부처 합동 소비행사다. 기간은 10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다. 개막식에는 한성숙 국무총리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김형동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고, 행사 전에 주요 인사들이 인근 상권에서 물품을 사며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즉 이 행보의 마지막 일정은 중기부 단독 사업이 아니라 여러 부처가 소비를 함께 끌어올리는 시도의 개막이다.
또 하나, "신산업 지원"과 "기존 산업 보호"가 같은 행보 안에서 동시에 요구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헴프는 새로운 산업이지만 그 옆에는 전통 농가와 기존 규제 체계가 있고, ESS 냉각은 새 시장이지만 그 회사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15년을 버틴 기존 기업이다. 정부가 둘을 한 틀에서 다루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론과 한계 — 이 보도자료가 답하지 않은 것
첫째,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시행 일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보도자료에는 예산액, 사업 공고 일정, 법 개정 추진 시점이 명시돼 있지 않다. 둘째, 헴프 규제 정비의 구체적 방향도 확인되지 않는다. 장관의 발언은 " + ""합리적인 규제체계 정비 방향을 모색하겠다"" + "는 수준으로, 의료·식품 용도 구분이나 THC 함량 기준 같은 실제 쟁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셋째, 공공구매 확대가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도 이 문서로는 알 수 없다. 넷째, " + ""1박 2일 현장 행보"" + " 자체가 제도적 성과로 이어졌는지 검증할 지표도 제시되지 않았다.
독자가 확인할 것
대학 창업팀이라면 창업중심대학 사업의 지원 대상과 공공구매 연계 프로그램 공고를, 기존 중소 제조기업이라면 신산업 전환 지원 사업의 신청 자격(설립 연차 제한 여부)을 확인해 볼 만하다. 헴프 특구 관련 기업은 특구 실증 허가의 범위와 이후 법 개정 논의 일정을 주시해야 한다. 영주 상권 소상공인이라면 글로컬상권 사업의 참여 방식과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기간의 할인 행사 참여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실제 이득으로 이어진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중기부가 배포한 보도자료 한 건이다. 보도자료는 정부의 시각으로 작성되므로, 장관이 들었다는 현장의 요구는 기록돼 있어도 그것을 들어주지 못했을 때의 반발이나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빠져 있다. 헴프 규제나 공공구매 확대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관련 부처의 별도 자료와 국회 논의를 함께 봐야 전체 그림이 잡힌다.
참고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이소영 중기부 장관, 울산 대학창업부터 영주 지역상권까지 1박 2일 경상권 현장 행보」, 2026년 11월 2일 조간. 정책브리핑 링크: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787453
이번 현장 행보에서 나온 요구 중, 여러분이 실제로 체감한 것은 무엇인가요? 지원은 늘었는데 신청 문턱이 그대로라면 그 경험이 더 궁금합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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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2 06:54
지원 사업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설립 연차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은 공감된다. 기술은 쌓였는데 서류상 신생기업이 아니라서 밀리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모든 이야기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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