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1일, 수원 못골종합시장에 낯선 손님들이 들어왔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 김민철 원장과 남부총괄센터 임직원 등 30여 명이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역 농·축산물과 생활용품을 사고, 시장 안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들은 친환경 장바구니와 여름철 식품 위생관리 안내물, 기후보험 홍보자료를 시민과 상인에게 나눠주고, 이충환 못골종합시장 상인회장과 함께 시장을 돌며 고온다습한 날씨에 식재료와 조리식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보관·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사가 전한 장면은 이게 전부다. 숫자도, 상인 인터뷰도, 매출 변화도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아무 숫자도 없는 행사’가 이 시대 상권 정책의 현재 위치를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30여 명이 산 물건의 경제학
이 행사의 정식 이름은 ‘지역상권 이용의 날’이다. 임직원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직접 소비하고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역 소비를 촉진하고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실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운영된다고 경상원은 설명했다. 30명이 장을 보면 그 금액은 그날 하루, 그 시장의 일부 가게에 들어갈 뿐이다. 상권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소수점 아래일 것이다.
그러나 이 행사의 목적은 매출 자체가 아니라 결제수단의 회로를 확인하는 데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현금 대신 전통시장에서 쓰이도록 설계된 지역화폐형 상품권이다. 소비자가 이 권종을 쓰면 돈이 카드사와 플랫폼 수수료를 거치지 않고 상인에게 비교적 직접 닿는다. 문제는 ‘쓰는 사람’이 있어야 ‘쓸 곳’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정책 담당자가 자기 제도가 만든 상품권을 자기 손으로 써 보는 일은,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지 직접 확인하는 행위에 가깝다.
못골종합시장이라는 자리
못골종합시장은 수원의 오래된 재래시장 축에 속하는 종합시장이다. 경상원이 시장 매니저 제도, 전통시장 협동조합 모델, 도내 시장들의 온라인 입점 사업을 거듭 언급해 온 대상 목록에도 수원의 못골시장, 화서시장, 정자시장이 함께 올라 있다. 다시 말해 이 시장은 정책의 ‘수혜 대상’이면서 동시에 실험장이다. 위생 점검, 폭염 대응, 기후보험 홍보 같은 항목은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전통시장이 여름철에 겪는 실제 위험—냉장고 용량 부족, 진열대 온도 상승, 손님이 뜨는 오후 시간—을 겨냥한 것들이다.
왜 이런 행사가 필요해졌나
전통시장의 쇠퇴는 대개 두 가지 힘으로 설명된다. 하나는 유동인구의 이동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 소비의 동선을 바꾸면서, 시장을 ‘지나가던’ 사람이 줄었다. 다른 하나는 업종 구성의 경직성이다. 신선식품 위주의 구성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고, 젊은 층이 시장에 들를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 여기에 임대 구조가 겹친다. 시장 안 점포는 공실이 나도 임대인이 월세를 크게 낮추지 않거나, 반대로 임차인이 나가면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책 당국이 ‘직접 소비’ 캠페인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요를 한 번 만들면 그날 매출이 오르지만, 수요가 상습화되지 않으면 다음 주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캠페인은 늘 ‘이용의 날’처럼 반복 가능한 형식으로 설계된다.
수원 지동시장 입구 — De-Shao Liu (Terry850324),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상가 임대차의 세 가지 숫자
한국 상가 임대차를 이해하려면 세 숫자를 구분해야 한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돈으로, 임차인에게는 사실상 목돈의 묶임이다.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로, 매출이 없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시설·단골을 새 임차인에게 넘길 때 받는 돈이다. 시장 점포에서는 권리금이 아예 없거나 아주 낮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오래된 단골이 붙은 자리는 권리금이 붙기도 한다.
여기에 공실률이 더해진다. 점포가 비어 있는 비율이 높아지면 임대인은 조건을 낮추게 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임대인이 ‘장기 공실’보다 ‘일단 채워 두는’ 쪽을 택하거나, 반대로 임대료를 지키느라 비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실률은 상권의 건강을 재는 지표이면서 동시에 임대인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는 못골시장의 공실률이나 임대료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 그 숫자는 다른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죽은 상권”이라는 말의 함정
상권이 쇠했다는 서술은 대개 두 가지를 섞는다. 하나는 점포 수의 감소, 다른 하나는 업종의 교체다. 기존 상인이 떠난 자리에 다른 업종이 들어오면 점포 수는 같아도 상권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식당이 카페로, 카페가 편의점으로, 편의점이 무인 매장으로 바뀌는 식이다. 이때 ‘상권이 죽었다’는 판단은 매출이 아니라 누가 남아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된다. 이 기사는 그 변화를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시장 안에서 벌어진 행사만 전한다. 그 침묵 자체가 자료의 한계다.
비교할 수 없는, 그러나 견줄 수 있는
이 기사에는 다른 지역이나 다른 시장과의 비교가 없다. 못골시장의 매출이나 방문객 변화도, 다른 시장과의 대조도 확인되지 않는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쓰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구조적으로 견줄 수 있는 지점은 있다. ‘정부·공공기관이 직접 소비해 지역 상권을 돕는다’는 방식은 전국 여러 지자체가 비슷한 형식으로 반복해 온 정책 문법이다. 그만큼 효과 측정이 어렵고, 형식만 남기 쉽다는 비판도 함께 따라온다.
이 기사가 보여주지 않는 것
이 보도는 경상원이 제공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원장의 발언과 행사 취지가 중심이고, 상인의 목소리나 시장의 매출 변화, 임대 조건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시 말해 이 기사는 정책 주체의 시선으로 쓰인 사료다. 부동산업계나 프랜차이즈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글은 아니지만, 지자체·공공기관의 홍보 성격을 배제하기 어렵다. 상인들이 이 행사를 어떻게 체감했는지, 하루 장보기가 다음 달 매출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다.
독자에게
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시장은 어떤가. 마지막으로 그 시장에서 물건을 산 게 언제인가. 그리고 그 시장의 빈 점포는 ‘임대료가 비싸서’ 비어 있는 걸까, 아니면 ‘찾는 사람이 없어서’ 비어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정책 보도가 아니라 직접 걸어 보고, 사고, 물어봐야 한다.
참고 자료
· 경상원, 수원 못골시장서 지역소비 실천...골목상권 현안 청취 — 아주경제, 2026년 7월 31일
· https://www.ajunews.com/view/20260731172957073
이 글은 위 기사 원문을 확인해 작성했다. 기사에 없는 수치는 인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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