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이야기가 나오면 꼭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알트코인'입니다.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도지코인… 이름은 많이 들어 봤는데,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헷갈리는 분이 많습니다.
알트코인(altcoin)은 '대안(alternative)'과 '코인'을 합친 말로, 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암호화폐를 모두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표적인 알트코인들을 '무엇을 하려고 만들었나'를 기준으로 묶어서, 처음 듣는 분도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이야기는 비트코인 연대기 글에 있습니다.)
이 글은 각 코인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글이며, 특정 코인을 사거나 팔라고 권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1. 왜 비트코인 말고 다른 코인이 생겼을까
2009년에 나온 비트코인은 '은행 없이 사람끼리 직접 돈을 주고받는 장부'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실현했습니다. 이 장부를 블록체인이라고 부릅니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장부를 나눠 가지고 있어서, 누군가 몰래 고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송금이 느리고, 수수료가 비쌀 때가 있고, 돈을 주고받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이라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이 부분은 다르게 해 보자'는 사람들이 각자 새로운 코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알트코인입니다.
알트코인을 목적에 따라 나눈 그림. 실제로는 여러 성격을 함께 가진 코인도 많다. (직접 작성)
2. 원조 알트코인: 라이트코인
초기 알트코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2011년에 나온 라이트코인입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찰리 리가 비트코인의 설계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 거래가 더 빨리 처리되도록 고쳐 만들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은'이라고 불렀습니다. 비트코인이 비싼 금처럼 오래 보관하는 자산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일상에서 가볍게 쓰는 돈이 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라이트코인은 이후 수많은 '비트코인 개량판'의 본보기가 됐습니다.
3. 블록체인 위에 앱을 올리다: 이더리움
알트코인의 판도를 바꾼 것은 이더리움입니다. 2013년, 당시 열아홉 살이던 비탈릭 부테린이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2015년에 실제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더리움의 핵심은 '스마트 계약'입니다. 블록체인 장부에 돈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이 조건이 맞으면 저절로 이렇게 실행된다'는 작은 프로그램을 올릴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자판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사람 없이도 음료가 나오듯, 조건이 맞으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돈을 보내거나 기록을 남깁니다.
덕분에 이더리움 위에서는 은행 없이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서비스, 디지털 그림 소유권(NFT), 새로운 코인 발행 같은 일들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더리움은 코인이라기보다 다른 서비스들이 올라가는 '땅'에 가깝습니다. 이더(ETH)는 그 땅을 쓸 때 내는 사용료 역할을 합니다. 2022년에는 장부를 지키는 방식을 바꿔 전기 사용량을 크게 줄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코인 전체의 가치)으로 비트코인 다음 2위입니다.
이더리움을 구상한 비탈릭 부테린, 2015년. (Vitalik Buterin TechCrunch London 2015.jpg, John Phillips, CC BY 2.0)
4. '더 빠른 땅'을 노린 경쟁자들: 솔라나, 트론
이더리움이 인기를 끌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람이 몰리면서 처리가 느려지고 수수료가 크게 오른 것입니다. 그래서 '더 빠르고 싼 이더리움'을 내세운 경쟁자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표가 2020년에 나온 솔라나입니다. 거래를 아주 빠르게, 아주 싼 수수료로 처리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만 초기에는 네트워크가 몇 시간씩 멈추는 사고가 여러 번 있었고, 2022년 대형 거래소 FTX가 무너졌을 때 함께 큰 타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트론도 비슷하게 빠르고 싼 수수료를 내세운 플랫폼으로, 특히 뒤에서 설명할 스테이블코인을 주고받는 데 많이 쓰입니다.
5. 국경 넘는 송금을 노린 코인: XRP(리플)
한국에서 특히 많이 거래되는 코인 중 하나가 XRP입니다. 흔히 '리플'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히는 리플이라는 회사가 만든 코인의 이름이 XRP입니다.
XRP의 목표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송금을 빠르고 싸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해외로 돈을 보내면 여러 은행을 거치느라 며칠이 걸리고 수수료도 꽤 듭니다. XRP는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코인이 되겠다는 구상입니다. 2020년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RP는 허가 없이 판매된 증권'이라며 리플을 고소해 몇 년 동안 큰 소송을 벌였는데, 이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걷혔습니다.
6.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코인: 스테이블코인
코인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 하루에도 크게 오르내린다는 것입니다. 이러면 물건값을 치르거나 돈을 잠시 맡겨 두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안정적인(stable) 코인'이라는 뜻으로, 1코인이 항상 1달러가 되도록 만든 코인입니다.
대표가 테더(USDT)와 USDC입니다. 발행 회사가 코인을 하나 만들 때마다 실제 달러나 미국 국채 같은 안전한 자산을 그만큼 쌓아 두는 방식입니다. 테더는 시가총액 3위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코인을 사고팔 때 잠시 머무는 '대기실'처럼 쓰입니다. 미국은 2025년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법(지니어스법)을 만들었고, 한국에서도 원화로 된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합니다.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안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22년, 한국인 창업자가 만든 테라USD는 달러를 쌓아 두는 대신 짝을 이루는 코인 '루나'와의 교환 구조로 1달러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가 무너지면서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며칠 만에 사실상 사라졌고, 수십조 원 규모의 돈이 증발했습니다. '1달러 고정'이라는 말도 그 뒤에 무엇이 받치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입니다.
7. 거래소 코인과 밈 코인
BNB는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가 2017년에 만든 코인입니다. 처음에는 바이낸스에서 거래 수수료를 할인받는 포인트 같은 용도였는데, 지금은 바이낸스가 만든 블록체인의 사용료로도 쓰이며 시가총액 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거래소 한 곳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위험입니다.
가장 엉뚱한 출신은 도지코인입니다. 2013년 프로그래머 두 사람이 코인 열풍을 풍자하려고 장난삼아 만들었습니다. 이름과 그림은 당시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시바견 사진 밈 'Doge'에서 따왔습니다. 그런데 이 장난이 커뮤니티의 사랑을 받고,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이 자주 언급하면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르는 코인이 됐습니다. 도지코인 이후 동물이나 유행어를 내세운 '밈 코인'이 수없이 쏟아졌습니다.
시바견. 도지코인의 이름과 그림은 시바견 사진으로 만든 인터넷 밈에서 왔다. (Shiba Inu Dog Portrait (cc).jpg, Jason Hargrove, CC BY 2.0)
8. 알아 두면 좋은 것들
지금 세상에는 수천, 수만 종의 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의 절반 넘게는 여전히 비트코인 하나가 차지하고 있고, 이름 있는 몇몇 코인을 빼면 대부분은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거래가 끊긴 코인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알트코인을 볼 때는 세 가지를 물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이 코인은 무엇을 하려고 만들었나. 둘째, 실제로 그 일에 쓰이고 있나. 셋째, 누가 이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고, 누가 규칙을 바꿀 수 있나.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코인이라면, 가격이 오르는 이유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라이트코인의 '은', 이더리움의 '땅', 스테이블코인의 '대기실', 도지코인의 '장난'처럼, 각 코인의 출발점을 알면 뉴스도 훨씬 잘 읽힙니다.
여러분이 처음 이름을 들어 본 알트코인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그 코인이 무엇을 하는 코인인지 알고 계셨나요?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소개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이 매우 크고 원금을 잃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Wikipedia, Ethereum
- Wikipedia, Litecoin
- Wikipedia, Dogecoin
- Wikipedia, Stablecoin
- StealthEX, 10 Cryptocurrencies to Watch in 2026 (CoinGecko 2026.9.16 기준 시가총액)
이미지 출처
- 알트코인 분류 그림 — 직접 작성
- Vitalik Buterin TechCrunch London 2015.jpg — John Phillips, Wikimedia Commons, CC BY 2.0
- Shiba Inu Dog Portrait (cc) (4115686100).jpg — Jason Hargrove, Wikimedia Commons, CC BY 2.0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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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08:50
땅과 은과 대기실, 이렇게 비유하니 코인이 처음엔 다 똑같아 보이던 제 눈에도 좀 다르게 보이네요.
모든 이야기1603
가벼운 안부부터 깊은 생각까지, 함께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