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냥 닫았습니다. 열 것은 정했는데, 꺼낼 이유를 잊었습니다.
냉장고 앞에 서서 몇 초. 그 몇 초 동안 머릿속은 아주 부지런하게 돌아갑니다. 오늘 뭐 먹지, 어제 남은 그거 먹어야 하나, 유통기한은 언제였더라.
결국 아무것도 안 꺼내고 닫고 나서야 떠올랐습니다. 찾던 건 냉장고 안에 없었습니다. 그냥 서 있을 곳이 필요했던 것뿐입니다.
사람은 가끔 냉장고를 냉장고로 쓰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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