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긴자(긴자)의 프라임 상권 임대료는 츠보(약 3.3㎡)당 월 29만 8000엔,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는 25만 2000엔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 값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숫자는 임대료가 아니라 옆에 붙은 공실률이다. CBRE 코리아가 2026년 9월 15일 공개한 ‘리테일 인사이트 노트 Vol.2 도쿄’에 따르면 도쿄 주요 리테일 권역의 점포 공실률은 0.0~0.1%다. CBRE 일본의 올해 2분기 자료에서도 신주쿠 프라임 상권은 0.0%, 오모테산도·하라주쿠는 0.1%였다. 조사한 4개 상권 모두 가두점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이 숫자를 한국식으로 읽으면 위험하다. 우리는 보통 “공실률이 낮다 = 장사가 잘된다”고 등식을 세운다. 도쿄의 0%대는 그 등식의 반대편 증거에 가깝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고르는 시장이지, 임차인이 점포를 고르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임대료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
비에 젖은 도쿄 긴자 주오도리 — Gary,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보고서가 꼽은 도쿄 5대 상권은 시부야,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긴자, 신주쿠다. CBRE 코리아는 이 다섯 곳을 서울의 특정 상권에 하나씩 대응시켜 설명했다. 시부야는 명동의 유동인구에 성수(성수)의 화제성을 더한 곳, 하라주쿠는 홍대의 젊은 문화와 성수의 팝업 매장 생태계가 겹친 곳이다. 오모테산도는 한남과 도산의 하이엔드·플래그십 상권, 긴자는 청담의 럭셔리 기능과 도산의 플래그십 성격이 겹치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신주쿠는 강남처럼 광역 교통망과 대형 상업시설을 기반으로 대규모 유동인구를 매출로 연결하는 곳이다.
이 분류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상권마다 임차인의 성격이 다르다는 말이고, 임차인의 성격이 다르면 같은 공실률 0.1%가 서로 다른 뜻이 된다. 긴자의 점포가 팔지 못하는 것은 브랜드의 가격대이고, 하라주쿠의 점포가 팔지 못하는 것은 유행의 속도다. 임대료가 비슷한 구간에 형성되어 있어도 어떤 매출 구조를 감당해야 하는지가 전혀 다르다.
임대료를 밀어 올린 것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의 부재다
임대료와 공실률은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 공실이 늘면 임대인은 값을 내리고, 공실이 줄면 값을 올린다. 지금 도쿄의 숫자는 후자의 극단이다. 점포 수요는 유지되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 — CBRE 일본이 올해 1분기 긴자와 오모테산도·하라주쿠, 시부야의 평균 임대료가 조사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다고 집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 가로변에서 이면도로로, 그리고 건물 매입으로
공급이 막히면 시장은 옆으로 움직인다. 보고서는 핵심 가로변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출점 수요가 이면도로와 재건축 예정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건물을 직접 사들이는 사례까지 확인됐다는 부분이다. 임대차 시장에서 소유 시장으로 넘어가는 신호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야간 풍경 — Syced, CC0 (Wikimedia Commons)
건물주가 되면 월세 부담은 사라지지만 대신 자본이 묶이고, 재건축 예정 건물이라면 투자 회수 기간이 건물 수명과 맞물린다. 임차인의 판단 기준이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가”에서 “이 땅을 언제까지 쓸 수 있는가”로 바뀐다는 뜻이다. 유동인구가 매출을 만드는 상권에서 이런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동인구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임대차 협상의 전제조건이 되면서, 자리 자체를 소유하려는 수요가 생겨난다.
관광객 4268만 명이 임대료를 떠받드는 구조
임대료를 밀어 올리는 배경에는 소비의 출처 변화가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을 찾은 외래객은 4268만 3600명으로 전년보다 15.8% 늘어 연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 방향의 흐름도 있다. CBRE 코리아는 최근 1년 서울 7개 주요 리테일 권역에서 일본인 소비자의 추정 소비액이 약 61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소비의 12.7%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사람이 양방향으로 오가면서 양쪽 상권의 임대 수요가 함께 자극받는 구도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관광 소비가 상권의 기반을 얼마나 좁히는가다. 외래객 소비에 기대는 상권은 내국인 소비의 변동에 둔감해 보이지만, 반대로 환율과 항공편, 여행 정책 하나에 통째로 흔들린다. 공실률 0%는 그 흔들림을 지금 당장은 감춰 주는 숫자다.
K-브랜드에게 0%대 공실률이 뜻하는 것
임대료 상승은 신규 진입자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준다. 기존 임차인은 갱신 협상에서 버티거나 일부를 포기할 수 있지만, 새로 들어오는 브랜드는 초기 투자와 고정비를 처음부터 감당해야 한다. 보고서가 제시한 진출 전략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브랜드 목표에 맞는 상권·입지 선정, 임대인 심사에 대응하기 위한 브랜드 경쟁력과 신용도 입증, 비공개 매물 발굴과 계약 위험 관리, 그리고 원상복구 조건 같은 현지 임대차 관행까지 계약 전에 검토하라는 조언이다.
임대인의 심사가 붙는다는 것은 임대료 외에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이 있다는 뜻이다. 돈을 낼 수 있어도 들어갈 수 없는 시장에서는 자본보다 신용과 브랜드 이력이 먼저 요구된다.
한국 상가 임대 구조와 무엇이 다른가
한국에서 점포를 구할 때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보증금, 월세, 그리고 권리금이다. 보증금은 계약 종료 시 돌려받는 담보 성격의 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고정비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장사하던 자리와 시설·단골을 넘겨받는 대가로 새 임차인이 따로 지불하는 돈이다.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보호받지만, 상권이 뜨거울수록 이 액수가 협상의 핵심이 된다.
공실률은 이 구조에서 임대인의 협상력을 보여 주는 지표다. 공실이 많으면 임대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낮추고 권리금도 일부 양보하지만, 일본처럼 공실이 사실상 0이면 임대인이 조건을 정한다. 도쿄 사례에서 임대료가 츠보 단위로 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당 또는 ㎡당으로 환산해 비교해야 한국의 임대료와 나란히 놓을 수 있다.
공실률 0%는 건강의 지표가 아니다
통념과 다른 지점이 여기 있다. 공실률이 낮다는 것은 시장이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새 사업자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리가 없으면 업종 구성은 굳는다. 기존에 자리를 잡은 업종이 유지되고, 새로운 업종은 이면도로나 재건축 예정 건물로 밀려난다. 거리의 얼굴은 그대로인데 그 뒤편에서 업종 교체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도쿄 상권이 뜨겁다”와 “도쿄 상권이 굳었다”는 같은 사실의 두 얼굴이다. 임대료가 최고치라는 뉴스는 임차인에게는 진입 비용의 최고치라는 뉴스이기도 하다.
비교할 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기사와 보고서에는 도쿄 이외 상권과 직접 견줄 수 있는 수치가 담겨 있지 않다. 한국 상권의 공실률이나 임대료와 나란히 놓는 작업은 이 글에서 배경 설명으로만 다뤘다. 서울의 특정 상권에 대응시킨 CBRE 코리아의 분류는 성격 비교이지 수치 비교가 아니다.
사료의 한계
이 글의 근거는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가 발간한 보고서와 이를 보도한 기사다. 임대료와 공실률은 상권의 건강을 보는 한 가지 시각이며, 특히 건물 매입 사례나 이면도로 수요 확산 같은 판단은 시장 참여자의 관찰에 기반한다. 상인 개개인의 매출이나 폐업률 같은 현장 지표는 이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독자에게 묻는다
만약 우리 동네 상권의 공실률이 0%에 가까워진다면, 그것을 반길 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사라진 시장으로 볼 것인가. 임대료가 오르는 거리에서 우리가 실제로 지켜야 할 것은 임대인의 수익인가, 아니면 거리에 남는 업종의 다양성인가.
참고 자료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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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16:29
옛날 서울 종로 골목에 점포 하나 내려면 권리금부터 챙겼는데, 허허, 요즘 도쿄는 그 권리금 자리를 임대인 심사가 대신 앉아 있는 셈이구먼. 츠보당 29만 8000엔이면 월세만 보면 감이 안 오지만, 들어갈 자리가 없으니 돈 있는 사람보다 이력 있는 브랜드가 먼저라는 거지. 예전엔 자리만 잡으면 장사였다면 이제는 심사 통과가 장사의 시작이라니, 세월 참 변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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