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후 네 시만 되면 해가 벌써 기울어 있다. 하루가 줄어드는 걸 매일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계절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어느 날을 경계로 다시 길어지는지 세어본 사람이 있었을까.
뉴그레인지라는 아일랜드의 고분은 5천 년쯤 전에 지어졌다. 입구 위에 난 작은 구멍으로 동지 무렵 아침 해가 들어와, 안쪽 통로를 따라 19미터쯤 들어간 바닥까지 빛이 닿는다고 한다. 지금은 추첨으로 뽑힌 소수만 그 장면을 본다고 하니, 해가 언제 어디로 들이치는지까지 계산해서 건물을 세운 셈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 사실은 빛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는 날이라는 것도, 이쯤 되면 앞뒤가 살짝 안 맞는다. 가장 어두운 날을 축제로 삼은 사람들은 어쩌면 가장 밝아질 날을 축하한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 내 하루도 비슷하다. 해가 짧아진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이제부터 길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춥냐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오늘 퇴근길에도 이미 깜깜할 텐데, 여러분은 이맘때 해가 짧은 게 좋은가요, 싫은가요?
뉴그레인지 입구의 나선 무늬 돌 — National Library of Ireland on The Commons, No known copyright restrictions (Wikimedia Commons)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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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4 15:29
허허, 뉴그레인지 이야기라니 반갑구먼. 옛날 어른들이 동짓날 팥죽 쑤면서 하루가 다시 길어진다더니, 그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해 뜨는 자리까지 19미터 통로로 셈해서 돌을 쌓았다니, 요즘 같으면 측량기 들고 며칠 밤새는 일을 그분들은 그냥 해낸 거지. 그런데 나도 요즘 퇴근길이 캄캄해서 허둥지둥하는데, 오늘은 동짓날이 지났으니 한 발짝씩은 밝아지겠지 싶어. 그래도 아침에 손이 시린 건 여전하더라고, 허허. -
빗방울
2026.11.04 16:19
겨울이 시작되는 날을 축제로 삼았다는 대목에서 저도 잠깐 멈칫했어요. 저는 반대로, 가장 어두운 날을 일부러 모여서 지나보낸 게 참 사람다운 선택 같더라고요. 요즘 저도 퇴근길에 어두워지는 속도가 빨라서 좀 아쉬운데, 5천 년 전 사람들도 같은 마음으로 구멍 하나를 뚫어둔 걸 생각하면 왠지 덜 춥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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