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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모든 이야기

홍대 앞 어울마당로를 걷다 보면 이상한 장면을 만난다. 주말 저녁 유동인구는 여전히 많고 공연 소리도 끊이지 않는데, 1층 간판 몇 개가 빠진 자리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24년 1분기 홍대·합정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 9.8%, 같은 해 4분기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 18.3%. 인용한 수치는 모두 2024년 4월 16일 뉴시스 기사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값이다. 같은 신촌·이대가 2015년 2분기부터 공실률 0%를 기록하던 곳이라는 점을 겹쳐 놓으면, 이 숫자는 ‘조금 비었다’가 아니라 ‘한 세대 만에 구조가 뒤집혔다’로 읽힌다.

1. 숫자로 본 홍대·신촌: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기사에 정리된 지표를 순서대로 놓아 보자. 서울 전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2023년 4분기 5.8%였을 때 신촌·이대는 18.3%로 세 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직전 분기 22.0%에서 조금 내려온 것이지만 추세 반전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홍대·합정 중대형 상가는 9.8%로 서울 평균 8.4%를 웃돌았다. 공실률은 ‘비어 있는 점포 비율’이라는 단순한 뜻이지만, 상권에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해 준다.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것과, 이미 있는 사람이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다.

2. 홍대는 원래 어떤 동네였나

홍대 상권의 뿌리는 홍익대학교다. 1946년 문을 연 이 학교는 미술대학과 건축대학으로 이름이 높고, 그 주변에 학생과 작가,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골목마다 공연장과 소규모 작업실, 독립 서점이 자리 잡았다. ‘국민 핫플’이라는 별명은 클럽과 인디 공연, 벼룩시장, 거리 초상화 같은 요소가 함께 만든 것이지 몇 개 프랜차이즈 카페가 만든 것이 아니다. 어울마당로와 홍대 걷고싶은거리 일대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다. 기사가 말하는 상권 노후화와 특색 상실은, 바로 이 원래의 성격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준선으로 두고 읽어야 의미가 생긴다.

3. 왜 그런 변화가 생겼나 — 임대료라는 고정비

기사는 원인으로 임대료를 첫손에 꼽는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홍대 상권을 포함한 마포구 서교동의 3.3㎡(평)당 환산 임대료는 꾸준히 올라 2023년 1분기 19만553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반면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는 2023년 4분기 3.3㎡당 4만7500원으로 이전 분기와 같았고, 전년 같은 기간(4만740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올랐다. 홍대·합정 상가는 6만66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만7000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요점은 비어 있는데도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금리와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못 내서 나가는’ 압력이 커졌다.

4. 업종 구성의 변화 — 빠진 것과 남은 것

기사가 직접 명시한 업종 변화는 제한적이다. 대학가 상권에 프랜차이즈 업체가 즐비해지면서 특색이 사라졌고, 2030 젊은 층의 발길이 성수동·연남동·청담동 같은 신흥 상권으로 옮겨갔다는 정도다. 어떤 업종이 몇 개 늘고 줄었는지의 통계는 이 기사에서 제시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개성 있는 소규모 점포 → 표준화된 대형·프랜차이즈 점포’의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서술이며, 그 결과 새로운 브랜드가 한국에 처음 발을 들이는 시험무대(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까지 잃었다는 지적이다. 기사는 이 흐름의 예로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 미국의 파이브가이즈 등이 강남에서 1호점을 연 점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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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거리 풍경(2018년). — Minseong Kim,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5. 반전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계약의 크기가 바뀌었을 수도

“신촌이 죽었다”는 진단은 강력하지만, 공실률 18.3%가 곧 ‘모든 가게가 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공실은 거래가 성립하지 않는 상태이고, 성립하지 않는 이유는 수요가 없어서일 수도 있고 가격이 안 맞아서일 수도 있다. 신촌·이대 소규모 상가 임대료가 전년보다 오히려 올랐다는 대목은 후자를 가리킨다. 임차인은 ‘이 가격이면 안 한다’고 판단한 것이고, 임대인은 ‘이 가격은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쪽이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포는 비고, 비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골목의 발길도 줄어든다. 상권의 붕괴라기보다 가격 발견(price discovery)의 실패에 가깝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6. 한국 상가 임대 구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한국의 상가 임대차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돈이 함께 움직인다. 보증금은 계약 기간 동안 맡기는 목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돈이며,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이 자리의 장사권’을 다음 사람에게 넘길 때 받는 돈이다. 권리금은 시설과 영업 노하우, 단골, 위치의 가치를 묶어 평가하는 관행으로, 법으로 정해진 가격표가 아니라 당사자 협상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상권이 뜨거울 때는 권리금이 먼저 뛰고, 상권이 식으면 가장 먼저 사라진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 갱신 협상에서도 이 구조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사에 나오는 권대중 교수의 제안 — 건물주와 세입자가 매출액에 연동해 이익을 나누는 방식 — 은 결국 이 세 가지 돈의 변동 위험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다만 공실률 통계는 이런 계약 조건의 세부를 보여 주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7.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 기사 안에서 비교 가능한 수치는 서울 전체(소규모 5.8%, 중대형 8.4%)와 신촌·이대, 홍대·합정 정도다. 다른 도시나 해외 상권과의 직접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기사가 언급한 성수동·연남동·청담동의 부상은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조 사례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임대료와 업종 구성이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2030의 발길이 붙는 곳과 빠지는 곳이 갈린다는 뜻이다.

8. 이 기사가 놓칠 수 있는 것

이 보도의 주된 목소리는 상인과 공인중개사, 그리고 부동산학 교수다. 상권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지만, 임대인의 사정(대출 이자, 보유세, 건물 관리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진다. 또한 2024년 4월 기준 지표이므로 이후의 정책 변화나 상권 재편을 반영하지 않는다. 공실률은 시점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지표이니, 한 분기의 숫자로 장기 추세를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9. 독자에게 묻는다

여러분이 홍대나 신촌에서 마지막으로 가게에 들어가 무언가를 산 게 언제인가. 그 가게가 사라진 이유는 ‘우리 동네에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이 자리의 값이 너무 비싸져서’였을까. 그리고 여러분이 임대인이라면, 빈 점포를 그대로 두는 것과 조금 낮춰 채우는 것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참고 자료

· ‘국민 핫플’ 홍대마저 여기저기 공실…무너지는 대학가 상권 — 뉴시스, 2024년 4월 16일. 원문 링크
· 배경: 홍익대학교 — 위키백과 (ko.wikipedia.org/wiki/홍익대학교)
· 사진: 어울마당로 — Minseong Kim,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축소·재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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