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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하는데 방학인 거리 — 임대료 2만2,700원과 공실 8.3%가 같은 화면에 잡힐 때

빗방울 2026.11.06 00:26 7분 읽기 조회 17 · 추천 2

2024년 9월 6일 오전 11시, 의정부 호원동 신한대 앞 대학로는 개강을 앞두고도 사람보다 스티커가 많은 거리였다. 유리벽에는 ‘임대 문의’가 붙고, 이미 불이 꺼진 점포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 앞 상가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일보는 이 거리를 두고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고 적었다. 이 글은 그 장면을 상권의 구조로 다시 읽어 보려는 시도다.

먼저 숫자부터 정리해 두자.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기준으로 2024년 2분기 경기지역 소규모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1㎡당 2만 2,700원으로, 전국 평균 1만 9,000원보다 19.4% 높았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3%로 전국 평균 8.0%보다 0.3포인트 높게 집계됐다. 같은 기사에서 한 공인중개사는 “상가 1층 평당 11~16만 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매물이 나가지 않는다”며 “가게 10곳 중 2곳은 공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로들이 어떤 곳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신한대 앞은 의정부 호원동, 경기대 앞은 수원 영통구에 자리한다. 대학로 상권은 다른 골목 상권과 성질이 다르다. 수요의 절반 이상이 한 학교의 학기 일정에 묶여 있고, 여름과 겨울 방학에는 그 수요가 급격히 빠진다. 한 해의 매출이 열 달에 몰리고 두 달은 버티는 구조인데, 임대료와 관리비는 열두 달 똑같이 나간다. 여기에 최근 몇 년은 온라인 강의와 캠퍼스 밖 생활 반경 확대가 겹쳤다. 학생이 줄어든 게 아니라 학생이 머무는 시간과 반경이 바뀐 것이다.

임대료는 내려가지 않는 비용이다

원문에 나온 한 상인(가명)은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10% 올랐고 재료비는 전체적으로 20% 비싸져 직원 없이 혼자 일한다고 했다. 이 두 숫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재료비는 매출에 비례해 오르내리지만, 임대료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된다.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도 월세 고지서는 그대로 온다. 그래서 상권 침체가 오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사람이고,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 계약서다.

상가 임대차의 구조를 짧게 풀어 두자. 상가 계약은 흔히 보증금, 월세, 그리고 권리금으로 이루어진다. 권리금은 점포의 시설과 단골, 영업 노하우 같은 무형의 가치에 얹히는 돈으로, 상권이 뜰 때는 임차인이 내고 들어오지만 상권이 식으면 받기는커녕 내놓을 사람을 찾기 어려워진다. 공실률은 이러한 계약의 체결 속도를 보여 주는 지표다. 임대료가 그대로여도 거래가 멈추면 공실은 쌓인다. 원문에서 “매물이 나가지 않는다”는 말은 곧 가격이 아니라 체결이 멈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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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중앙역 인근 상가 골목의 저녁 — 니노헤(にのへ), CC BY 4.0 (Wikimedia Commons)

가격이 아니라 조건이 문제였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반전이 있다. 경기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전국에서 낮은 편이 아니다. 1㎡당 2만 2,700원은 전국 평균보다 19.4% 높다. 그런데 공실률은 전국 평균보다 0.3포인트 높은 8.3%에 그친다. 즉 “임대료가 비싸서 상권이 죽었다”는 설명은 절반만 맞다. 임대료가 높은 것과 공실이 크게 벌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실제로 지금 문제는 가격 수준보다 계약 조건이 맞지 않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임차인은 긴 계약 기간과 높은 보증금, 그리고 회복이 불확실한 권리금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한다. 경기 불황기에는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부담이 된다.

업종 구성은 어떻게 달라지나

업종이 어떤 방향으로 갈아타는지에 대해서는 이 기사에 직접적인 통계가 없다. 다만 원문이 짚은 두 가지 단서는 읽을 만하다. 하나는 코로나19 재유행이 겹쳤다는 점, 다른 하나는 재료비와 임대료가 동시에 오르는 동안 “직원 없이 혼자 일한다”는 점이다. 전자는 배달과 포장 수요가 다시 주류가 되는 흐름을, 후자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소규모·단일 메뉴·무인 운영 형태로 점포 구성이 옮겨 가는 압력을 보여 준다. 학생이 많이 찾는 저가·고회전 점포가 버티기 어려워지면, 그 자리에 고단가 업종이나 임시 임대가 들어오거나 아예 비어 있게 된다. 이는 업종별 통계로 확인해야 할 가설이며, 이 글에서는 단정하지 않는다.

다른 동네들과 비교하면

대학가 상권이 흔들린다는 현상 자체는 새롭지 않다. 문제는 원인이 무엇으로 특정되는가다. 임대료·유동인구·업종 포화·소비 패턴·정책 중 어느 요인이 주된 것인지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 기사는 임대료와 고물가, 코로나19 재유행이라는 비용 장벽을 전면에 세우고 있으며, 배달앱·온라인 소비 구조나 상권 정책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같은 기간 다른 대학가에서 어떤 원인이 더 크게 작용했는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이 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의 주된 취재 대상은 지역 상인과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그리고 학자다. 상인의 증언은 현장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지만 개별 점포의 경험일 수 있고, 중개업소의 “10곳 중 2곳 공실” 발언은 그 거리의 통계가 아니라 중개인 시선의 관찰이다. 통계 부분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인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단단하지만, 그것 역시 소규모 상가 전체 평균이지 이 두 대학가만의 수치는 아니다. 또 “상권이 무너진다”는 프레임은 언론 보도의 구조상 위기를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같은 자리에서 업종 교체가 진행 중일 가능성도 함께 열어 두어야 한다.

마지막 질문

한 거리의 점포가 비었다는 소식은 대개 “상권이 죽었다”로 요약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 들어오는 다음 세입자는 누구인지, 계약 조건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남은 상인은 어떤 방법으로 버티고 있는지가 함께 봐야 할 대목이다. 방학에 잠깐 비는 거리와 구조적으로 비는 거리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처방은 완전히 다르다. 여러분 동네 대학가·역세권 상가에는 지금 어떤 간판이 새로 붙고 있는가.

참고 자료

· “고물가·임대료 상승… 경기침체에 무너지는 대학가 상권”, 경기일보, 2024년 9월 5일자 보도(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904580339). 원 기사 지면 기준 2024년 9월 7일 발행.

·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2024년 2분기 집계 (위 기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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