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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23.4%의 부산대 앞 —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업종이 바뀌는 중

빗방울 2026.11.03 14:26 14분 읽기 조회 13 · 추천 2

2024년 4분기, 통계청이 집계한 소규모 상가 공실률에서 부산대학교 앞 상권은 23.4%를 기록했다. 상가 네 곳 중 한 곳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2위인 남포동 상권은 17.9%, 3위인 부전시장은 17.1%였다. 부산 안에서 다른 두 곳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이 도시에서 가장 어려운 거리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1위의 자리를 지킨 기간이 길다.

공실률의 궤적은 더 뚜렷하다. 2022년 이전까지 부산대 앞 상권의 공실률은 12%였다. 2023년 2분기부터 급격히 올라 2023년 4분기에는 27.2%로 정점을 찍었고, 그 뒤 소폭 하락한 자리가 23.4%다. 12%에서 27%로, 다시 23%로. 이 세 개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두 해 동안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이 보인다.

이 기사는 그 거리를 살리기 위한 지자체의 시도를 다룬다. 금정구는 부산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하는 '2026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예산 확보를 기대하고 있고, 선정되면 5년간 최대 10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착수한 상권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금정구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곳은 '객관적 지표가 가장 어려운 곳'이라 상인들의 기대가 크고, 한 점포주는 '갈라먹기식 지원으로는 상권을 살기 어렵지 않겠나'라며 '통 큰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지원 규모의 크기가 아니라, 왜 이 거리가 지원의 대상이 됐는가다.

대학 정문 앞, 부산에서 가장 붐비던 거리

부산대 앞은 행정구역으로는 금정구 장전동 일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대학가 상권의 전형을 떠올리면 답이 빠르다. 학생이 걸어서 오고, 수업 사이에 밥을 먹고, 시험 기간에는 카페에 앉아 있고, 학기 초에는 책과 문구를 사고, 졸업과 개강에는 옷과 신발을 산다. 유동인구가 특정 요일에 몰리고 방학에는 비는 대신, 그 인구가 스스로 소비의 시간표를 만들어 준다. 상가 입장에서는 손님이 오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자산이었다.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며 영남권의 중심이고, 부산항을 낀 최대의 해양 도시다. 그런 도시의 가장 큰 대학 중 하나의 정문 앞이 12%대의 공실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이 거리가 도시 전체의 경기와 별개로 자기만의 수요를 갖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학가 상권은 오래도록 '지역 경기와 느슨하게 연결된 시장'이었다. 그 느슨한 연결이 끊어진 것이 이번 일의 핵심이다.

주 업종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진단

기사가 제시한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보세 옷과 휴대전화 판매처럼 과거 부산대 상권을 이끌던 주 업종이 시대에 맞춰 빠르게 바뀌지 못했다는 점. 둘째, 학령인구 감소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다. 이 두 가지는 겉으로는 별개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같은 방향의 압력이다. 보세 옷은 원래 '같은 옷을 더 싸게' 사는 시장이었다. 온라인 쇼핑이 그 기능을 흡수하면서, 매장에 남는 역할은 '입어 보고 사는 경험'으로 옮겨 갔다. 휴대전화 판매점은 통신사 지원금과 단말기 교체 주기에 기대던 업종이다. 자급제 단말기와 온라인 개통이 늘면, 오프라인 매장 수는 같은 거리에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대차 계약은 이 변화에 즉시 반응하지 않는다. 임대인이 월세를 바로 내리기보다는 '지금 받는 수준'을 유지하려 하고, 세입자는 이전 비용과 권리금이 아까워 쉽게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업종의 변화와 점포의 공백 사이에는 시차가 생긴다. 2022년까지 12%였던 공실률이 2023년 2분기부터 급히 올라 27.2%까지 간 것은, 그 시차가 한꺼번에 청산된 구간으로 읽을 수 있다. 계약 만기가 몰리고, 몇 해를 버티던 점포주들이 같은 분기에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부산대학교 장전캠퍼스 정문 — RedMosQ,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학령인구라는 구조적 압력

대학가 상권의 수요는 결국 '그 대학에 오는 사람의 수'에서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 대학가 상권에 두 겹으로 작용한다. 하나는 재학생 수의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그 감소가 곧바로 상권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임대인의 기대를 낮춘다는 점이다. 앞으로 손님이 줄 것이라는 예상이 자리 잡으면, 상가는 새 계약에서 투자를 줄이고, 임대인은 공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월세를 지키려 한다. 양쪽이 모두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면 거리는 비어 가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고, 부산대 앞만의 사정은 아니다. 그런데도 부산 안에서 이 거리가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면, 인구 구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이 거리에 따로 있었다는 뜻이다. 업종 구성, 임대차 조건, 물리적 입지, 소비자의 이동 경로 같은 지역 특유의 변수가 겹쳐야 1위가 된다.

공실률 23%라는 숫자를 다시 읽기

공실률은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이다. 이 지표에는 함정이 있다. 공실률이 오른다는 것은 거리의 점포 수가 그대로인데 손님이 줄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낡은 점포가 임대 시장에서 빠지고 새로운 점포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으며, 임대인이 시세보다 높은 월세를 고집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가 누적됐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 세 경우는 같은 숫자로 나타나지만 대응은 전혀 다르다. 첫째에는 수요 진작이, 둘째에는 시설 개선이, 셋째에는 임대 조건의 조정이 필요하다.

부산대 앞의 27.2%에서 23.4%로의 하락도 같은 이유로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3.8%포인트의 개선은 실제로 점포가 채워진 결과일 수도 있지만, 임대를 포기한 점포가 시장에서 제외되거나 조사 대상 점포의 구성이 바뀐 결과일 수도 있다. 기사는 이 부분을 구분해 주지 않는다. 독자가 숫자를 읽을 때 이 간극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권리금·보증금·월세 — 한국 상가 임대의 구조

한국의 상가 임대차는 독특한 세 겹의 비용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보증금이다. 계약을 맺을 때 맡기고 나중에 돌려받는 돈으로, 임대인에게는 사실상의 담보이자 저리 자금이고 세입자에게는 묶이는 목돈이다. 둘째는 월세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라서 매출이 떨어져도 줄지 않는다. 셋째는 권리금이다. 기존 점포의 영업상 이점(단골, 위치, 시설, 인허가)을 사는 개념으로, 임대인에게 가는 돈이 아니라 앞 세입자에게 가는 돈이다. 이 구조에서 세입자는 문을 열 때 보증금과 권리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고, 문을 닫을 때는 권리금을 회수해야 손실을 메울 수 있다.

공실이 늘면 이 구조가 역으로 작동한다. 새 세입자를 구하려는 임대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낮추거나 무상 임대 기간을 주지만, 권리금은 임대인이 통제할 수 없다. 기존 세입자의 회수 요구와 새 세입자의 지불 의사가 맞지 않으면, 점포는 비어 있는데도 계약은 성사되지 않는다. 이것이 '공실률은 높은데 임대료는 안 내려간다'는 현상의 한 축이다. 기사에 나온 점포주의 '갈라먹기식 지원'이라는 표현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소액의 보조금은 권리금과 보증금 앞에서 체감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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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원과 5년 — 정책이 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금정구가 기대하는 '2026 상권 활성화 사업'은 선정되면 5년간 최대 100억원을 지원받는 구조다. 5년은 상권의 업종 구성이 실제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과 대체로 맞물린다. 점포 하나가 업종을 바꾸고, 새 업종이 자리를 잡고, 그 업종이 다시 손님을 부르기까지는 몇 해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5년이라는 기간 설정은 사업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단기 부양이 아니라 구조 전환을 겨냥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다만 100억원이라는 규모는 거리의 면적과 점포 수에 따라 달라진다. 부산대 앞 상권은 장전역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그 주변 골목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이고, 이 기사만으로는 지원 대상 점포 수나 구역의 정확한 경계를 알 수 없다. 같은 금액이라도 점포당 배분액이 다르면 효과는 달라진다. 기사가 전하는 것은 기대와 공모의 절차이지, 배분의 설계는 아니다.

또 하나, 이 사업의 결정권이 사실상 부산시에 있다는 점을 금정구 관계자가 직접 밝혔다. 기초단체들이 같은 공모에 신청할 것이고, 한 점포주가 말한 '갈라먹기'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상권 활성화 사업은 여러 곳에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고, 나누어 줄수록 한 곳에 집중되는 자원은 줄어든다. 가장 어려운 곳에 가장 큰 지원을 한다는 원칙과, 여러 지자체의 요구를 고루 반영한다는 원칙은 같은 예산 안에서 충돌한다.

장전역 1번 출구 — LERK, CC BY 3.0 (Wikimedia Commons)

자율상권구역·골목형 상점가, 지정만으로는

금정구는 지난해 부산대 앞 상권 일부를 '자율상권구역'이나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자율상권구역은 침체한 상권에 온누리상품권 가맹, 주차장 설치, 현대화 사업 같은 지원을 묶어 주는 제도다. 골목형 상점가도 소규모 점포의 공동 사업을 지원하는 틀이다. 이런 지정은 상권에 '이름'과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원 사업에 응모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고, 상인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단위가 생긴다.

그러나 지정은 수요를 만들지 않는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은 결제 수단을 하나 더하는 일이고, 주차장은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이며, 현대화 사업은 시설을 고치는 일이다. 이 셋은 모두 '오는 사람이 조금 더 편하게' 하는 조건이지 '오지 않는 사람을 부르는' 조건은 아니다. 지정 이후에도 공실률이 두 자릿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은 이 구분을 보여 준다. 제도는 거리를 정비하지만, 거리에 무엇을 채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업종이 바뀌는 중이라는 반론

여기서 통념을 한 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공실률 23%를 '상권의 죽음'으로 읽는 것은 지표를 하나만 보는 해석이다. 상권은 점포의 집합이고, 점포는 업종의 그릇이다. 그릇이 비었다는 것은 내용물이 빠졌다는 뜻이지 그릇이 깨졌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다른 도시의 대학가에서는 오프라인 판매 기능을 잃은 자리를 체험·식음·문화 기능이 채우는 사례가 관찰된다. 문제는 그 전환이 스스로 일어나지 않을 때다. 임대료와 보증금이 새 업종의 손익 구조를 감당하지 못하면, 새 업종은 문 앞에서 되돌아간다.

부산대 앞의 경우, 기사가 전하는 진단도 '업종이 시대에 맞춰 바뀌지 못했다'는 것이지 '수요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다. 이 차이는 실무적으로 크다. 수요가 사라졌다면 지원은 무의미하고, 업종이 바뀌지 못했다면 지원은 전환의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일이 된다. 다만 이 해석에도 한계가 있다. 업종 전환을 전제로 한 지원은 결국 '무엇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그 답은 관청의 공모 사업이 정해 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비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 기사에는 다른 지역 상권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담겨 있지 않다. 부산 시내의 남포동(17.9%)과 부전시장(17.1%)이 같은 조사에서 비교 대상으로 제시될 뿐, 다른 도시의 대학가나 유사한 규모의 상권과 나란히 놓은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것이 이 글의 정확성을 지키는 방법이다. 독자가 다른 사례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이 기사가 아니라 별도의 통계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사료의 한계 — 누구의 시각으로 쓰였나

이 기사는 지자체와 점포주, 두 주체의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금정구 관계자는 사업의 필요성과 준비 상황을, 점포주는 지원 규모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여기에 빠져 있는 목소리가 있다. 임대인의 시각, 새로 들어오려는 예비 창업자의 시각, 그리고 이 거리를 떠난 사람의 시각이다. 임대인은 왜 월세를 조정하지 않았는지, 예비 창업자는 왜 이 거리를 선택하지 않았는지, 떠난 사람은 무엇 때문에 버티지 못했는지. 이 세 가지가 빠지면 상권 침체는 '지원이 필요한 사건'으로만 서술된다.

또한 공실률 23.4%는 통계청의 소규모 상가 조사에 근거한 값으로, 조사 대상과 집계 기준에 따라 해석의 폭이 달라진다. 기사에 인용된 수치들은 모두 이 조사와 지자체의 발언에서 나온 것이며, 필자가 별도로 검증한 값이 아니다. 숫자를 인용할 때는 언제, 어떤 조사에서 나온 값인지를 함께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대학가 상권은 오랫동안 '지역 경제의 안전판'처럼 여겨져 왔다. 학생이 있으면 손님이 있고, 손님이 있으면 점포가 있고, 점포가 있으면 다시 학생이 머문다. 그 순환이 인구 구조와 소비 방식의 변화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부산대 앞의 23.4%다. 이 숫자는 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구조를 가진 다른 대학가가 앞으로 마주할 문제의 예고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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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대학가나 번화가는 어떤가. 그 거리에서 최근 2~3년 사이에 사라진 업종과 새로 생긴 업종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 자리가 비어 있는 이유가 손님이 없어서인지, 임대 조건이 맞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아직 채울 업종을 찾지 못해서인지 자문해 보자. 세 가지는 같은 풍경을 만들지만, 필요한 대응은 전혀 다르다.

참고 자료

'4곳 중 1곳 공실' 부산대 앞 상권 살리기에 지자체 고심 — 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2025년 3월 12일 11시 12분 송고
https://www.yna.co.kr/view/AKR20250312074400051

이미지 1: 부산대학교 장전캠퍼스 정문 — RedMosQ,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이미지 2: 장전역 1번 출구 — LERK, CC BY 3.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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