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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모든 이야기

1947년 8월 2일 오후 5시 41분, 칠레 산티아고 공항 관제탑의 모스 부호 수신기가 한 통의 전문을 받았다. "ETA SANTIAGO 17.45 HRS" — 4분 뒤 착륙 예정이라는 평범한 통보였다. 그 뒤에 낯선 다섯 글자가 붙어 있었다. STENDEC. 관제사는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재전송을 요청했고, 같은 다섯 글자가 두 번 더 "크고 명료하게, 아주 빠르게" 돌아왔다. 그리고 이륙한 지 서른두 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00km 넘게 남하한 이 비행기는 그대로 사라졌다. 승객 6명과 승무원 5명, 모두 11명. 그중 일부의 유해는 2002년이 되어서야 DNA로 이름을 되찾았다.

그날 오후, 안데스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문제의 기체는 영국남미항공(BSAA)의 아브로 691 랭카스터리안 3, 등록기호 G-AGWH, 애칭 Star Dust였다. 1945년 11월 27일 초비행, 1946년 1월 12일 BSAA 인도, 1월 16일 등록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마지막 비행편은 런던에서 7월 29일 출발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산티아고로 향하는 BSAA CS59편의 마지막 구간이었다. 조종사는 전시에 DSO와 DFC를 받은 베테랑 레지널드 쿡 기장이었고, 부기장과 2등 항해사, 무전사도 모두 전시 복무 경력이 있었다. 사고는 초보의 실수로 설명할 수 없는 사고였다.

툰푸가토는 안데스의 거대한 용암돔으로, 칠레 산티아고에서 80km가량 떨어져 있고 아르헨티나 멘도사 쪽에서 보면 아콩카과 남쪽 100km 지점에 솟아 있다. 이 산을 넘으려면 24,000피트까지 올라가야 했다. 이날 안데스는 짙은 구름에 덮여 있었고, 1947년의 조종사들에게 제트 기류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현상이었다.

수색이 실패한 이유 — 다섯 날의 비행과 51년의 공백

기체가 사라진 직후 칠레와 아르헨티나 수색대, 그리고 BSAA 소속 조종사들이 대대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BSAA를 이끌던 공군 부원수 돈 베넷은 직접 닷새간의 수색을 지휘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아마추어 무전사가 약한 SOS를 받았다고 주장해 잠시 생존자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언론과 대중은 사보타주, 외교 문서를 태우기 위한 폭파, 심지어 UFO설까지 동원했고, 1948년 발간된 영국 민간항공부 사고조사보고서(C.A. 106)는 이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이 기체가 실제로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1998년까지 51년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산악인 두 사람이 툰푸가토 빙하 위 해발 약 15,000피트 지점에서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 하나와 뒤틀린 금속 조각, 옷자락을 발견한 것이 첫 물증이었다. 3년 전의 실종과 비교하면, 발견까지 걸린 시간은 51년이고 잔해가 드러난 지점은 사고 추정 지점에서 빙하를 따라 수 킬로미터 내려온 끝이었다.

무엇이 실제로 발견되었고, 무엇이 기록되었나

2000년 아르헨티나 육군 원정대는 잔해를 추가로 수거했다. 프로펠러와 바퀴가 나왔고, 바퀴 하나는 타이어에 공기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이 두 가지 물증이 원인 추정의 방향을 크게 바꿨다. 프로펠러의 상태는 충돌 순간 엔진이 거의 순항 속도로 돌고 있었음을 보여주었고, 바퀴는 착륙장치가 접힌 상태 그대로였다. 즉 조종사가 불시착을 시도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정상 비행 중 산비탈에 정면으로 박았다는 뜻이다.

G-AGWH Star Dust의 모습 — 저작자 미상(1940년대 촬영),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잔해의 분포는 대단히 좁았다. 이는 공중 폭발을 배제하는 근거로 해석되었다. 인체 유해도 수습되었다. 몸통 세 구, 앵클 부츠를 신은 발 하나, 손톱이 정돈된 손 하나. 2002년까지 영국인 희생자 8명 가운데 5명의 신원이 DNA 검사로 확인되었다. 1998년에서 2000년 사이에 빙하에서 나온 잔해는 전체 예상량의 약 10퍼센트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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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WH Star Dust의 모습 — 저작자 미상(1940년대 촬영),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2000년 아르헨티나 공군 조사는 쿡 기장의 책임을 면제했다. 결론은 "심한 눈보라"와 "매우 흐린 날씨" 때문에 승무원이 "자신의 위치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 조사는 사고의 물리적 기제를 특정하기보다 기상 조건을 원인으로 지목한 수준이었고, 사고 해석은 이후에도 연구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다.

왜 설명이 어려운가 — 물리와 사료의 이중 난점

첫째 난점은 빙하다. 기체는 툰푸가토 정상 부근의 거의 수직인 설원에 부딪혀 눈사태를 일으켰을 것이고, 그 눈사태가 순식간에 잔해를 덮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압축된 눈이 얼음이 되면서 기체는 빙체 속으로 흡수되었고, 조각들은 수십 년에 걸쳐 수 킬로미터 아래 빙하 말단에서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수색대가 사고 추정 지점을 덮었는데도 아무것도 못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찾으러 갈 수 있는 곳에 기체가 없었던 것이다.

둘째 난점은 기록이다. 1947년에는 제트 기류가 오늘날처럼 정량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기류가 지상 관측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고속으로 분다는 사실 자체가 사고 이후에야 항공계의 상식이 되었다. 사고를 재구성하려는 사람은 1947년 조종사가 가졌던 정보의 한계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정보를 분리해서 봐야 하고, 이 분리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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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상공에서 본 툰푸가토(6,570m 표기) — WeHaKa,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가설들 — 각각 어디서 무너지는가

가설 1: 제트 기류에 의한 위치 오판.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이다. 서풍 계열의 제트 기류를 정면으로 맞으면 지상 속도가 크게 줄어드는데, 승무원은 실제보다 빨리 이동했다고 착각하고 안데스를 이미 넘었다고 판단해 강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약점은 쿡 기장의 성향에 대한 반론이다. 일부 BSAA 조종사들은 산 위에서 확실한 지표 없이 강하를 시작할 조종사가 아니라고 반박했고, "산 위 구름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 당시의 교육이었다는 증언도 남아 있다.

가설 2: 구름 속에서의 조종 상실 또는 착빙. 구름과 난기류, 착빙 자체가 기체를 산 쪽으로 밀어냈다는 설명이다. 약점은 물증과의 긴장이다. 프로펠러가 순항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은 조종사가 통제를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기보다, 정상적으로 비행하던 중 갑작스러운 지형 충돌이었음을 시사한다. 이 가설은 강하 시작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

가설 3: 폭파 또는 사보타주. 당시 외교 문서를 실은 왕의 전령이 탑승했다는 사실 때문에 힘을 얻었다. 약점은 잔해의 분포다. 잔해가 한 지점에 좁게 모여 있었다는 관찰은 공중 폭발과 맞지 않는 것으로 기록되었다. 다만 이 관찰은 2000년 수거분에 근거하고, 전체 잔해의 10퍼센트만 나왔다는 점은 여전히 유보 사항이다.

가설 4: STENDEC의 다른 의미. 무전사가 저산소증 상태에서 DESCENT(강하)를 뒤섞어 보냈다는 설명, STENDEC이 어떤 문구의 약어라는 설명, 관제사가 잘못 들었다는 설명이 있다. 약점은 두 가지다. 전문은 세 번 반복되었고, BBC Horizon 제작진은 수백 건의 제안을 검토한 뒤 모스 부호 오독 가능성을 빼고는 그럴듯한 해답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반전 — 사라진 비행기가 아니라, 잘못 읽힌 다섯 글자

통념은 이 사건을 "설명되지 않는 실종"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사건의 절반은 이미 풀렸다. 기체는 툰푸가토에 있었고, 정면 충돌이었고, 조종사의 과실이 아니라는 점이 2000년 조사로 정리되었다. 최근에 새로 밝혀진 사실이라기보다, 잔해가 빙하에서 나오면서 오래된 추정이 물증으로 대체된 사례다. 남은 것은 "왜 그들이 강하를 시작했는가"와 "STENDEC이 무엇이었는가" 두 가지다.

STENDEC에 관해서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설명이 있다. 모스 부호에서 글자 사이의 간격이 해석을 좌우하는데, "STENDEC"의 점과 선의 배열은 "SCTI AR"과 정확히 같다. SCTI는 산티아고 로스 세리요스 공항의 ICAO 코드이고, AR은 "넘긴다(over)"를 뜻하는 모스 약어다. 즉 무전사는 "SCTI AR", 다시 말해 "산티아고, 이상"을 보냈는데, 빠르게 보내진 신호의 간격이 뭉개지면서 관제탑이 STENDEC으로 읽었다는 설명이다. 별개로 "STENDEC"이 발파라이소 공항의 호출부호 VALP와 한 글자 차이라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이 설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는 여전히 주장이며, 원본 녹음이나 당시 관제사의 증언으로 교차 검증된 결론이 아니라 모스 부호 구조에 근거한 해석이다. 하지만 이 해석이 맞다면, 70여 년간 이 사건을 미스터리로 만든 것은 사고가 아니라 한 글자의 간격이었던 셈이다.

사료의 한계 —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해야 하나

1차 자료의 핵심은 1948년 영국 민간항공부 사고조사보고서(C.A. 106)다. 다만 이 보고서는 잔해가 발견되기 50년 전에 작성되었고, 사고 지점과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기상 조건을 원인으로 남겨두었다. 사고의 물리적 재구성은 대부분 1998년 이후의 수습품과 2002년의 DNA 감식, 그리고 제이 레이너의 2002년 저서에 기대고 있다. 즉 "확인된 사실"의 상당 부분이 사고 당대의 기록이 아니라 50년 뒤의 물증에 근거한다.

또한 이 사건에는 상업적 각색의 흔적이 뚜렷하다. 2000년 BBC Horizon의 다큐멘터리와 여러 항공 미스터리 프로그램이 UFO설과 사보타주설을 함께 다루면서 대중적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설명되지 않는 실종"이라는 서사가 강화되었다. 잔해가 나온 뒤에도 이 서사는 쉽게 수정되지 않았다. 같은 BSAA 항공기의 실종(스타 타이거, 스타 아리엘)이 연달아 일어난 사실도 음모론의 연료가 되었지만, 이 세 사건을 하나의 음모로 묶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데스 상공에서 본 툰푸가토(6,570m 표기) — WeHaKa,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

빙하에서 나온 잔해는 전체의 10퍼센트 남짓이다. 기후 변화로 빙하가 더 녹으면서 앞으로도 조각들이 계속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 사건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사건이고, 매번 새로운 조각이 나올 때마다 오래된 추정이 검증되거나 뒤집힌다. 1947년의 조종사들이 알지 못했던 제트 기류는 이제 조종사 교육의 기본 항목이 되었고, 그 대가는 이 비행기의 침묵으로 남았다.

이 사건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는 아마도 두 가지가 뒤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51년이라는 시간과 빙하라는 물리적 은폐가 만들어낸 서사적 완결성이고, 다른 하나는 유족들이 오랫동안 확답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002년 DNA로 5명의 신원이 확인되었을 때, 그 뉴스는 "미스터리 해결"이 아니라 "이름을 찾았다"는 문장으로 보도되었다. 그 차이를 기억하는 것이 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독자에게

만약 STENDEC이 실제로는 "SCTI AR"이었다면, 우리가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것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사건 자체가 아니라 기록과 해석의 잡음에서 생겨났을까. 그리고 그 잡음을 걷어낸 뒤에도 남는 질문 — 왜 그들은 산을 넘었다고 믿었는가 — 는 누가 대답할 수 있을까.

참고 자료

· Wikipedia, "1947 BSAA Avro Lancastrian Star Dust accident": https://en.wikipedia.org/wiki/1947_BSAA_Avro_Lancastrian_Star_Dust_accident
· Wikipedia, "Tupungato": https://en.wikipedia.org/wiki/Tupungato
· Ministry of Civil Aviation (UK), Civil Aircraft Accident Report No. C.A. 106 (1948), Lancastrian III G-AGWH, 1947년 8월 2일 (1차 자료, 공개 사본 일부 보존)
· Jay Rayner, Star Dust Falling: The Story of the Plane that Vanished (Doubleday, 2002)
· BBC Horizon, "Vanished: The Plane That Disappeared" (2000), STENDEC 관련 편
· The Guardian, "DNA clues reveal 55-year-old secrets behind crash of the Star Dust" (2002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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