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하루 평균 411명이 새 가게의 셔터를 올리는 동안, 304명이 다른 가게의 셔터를 내린다. 경기일보가 국세통계포털 TASIS의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을 분석해 2026년 9월 9일 보도한 내용이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간 경기도에서 새로 문을 연 생활업종 사업자는 3만7천834명, 같은 기간 폐업은 2만7천947명이었다. 인천도 하루 93명이 창업하고 69명이 폐업했다. 문이 열리는 속도보다 닫히는 속도가 조금 느릴 뿐, 두 숫자는 같은 골목 위에서 계속 겹친다. 이 글은 그 숫자 뒤에 있는 상가와 임대의 구조를 푸는 데 목적이 있다.
'회전문'이 된 골목 — 숫자가 말하는 방식
기사가 인용한 생활업종은 건강보조식품가게, 건어물가게, 문구점, 생선가게처럼 동네에서 매일 마주치는 100개 업종을 말한다. 자본이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이다 보니, 경기 흐름과 개인 사정에 따라 가게가 빠르게 갈아치워진다.
지역별 편차도 기사에 적혀 있다.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폐업 사업자 증가율은 의왕시 38.2%, 군포시 30.8%, 용인시 처인구 23.2%, 포천시 20.9%, 화성시 효행구 20.5% 순이었다. 인천에서는 계양구가 3월 168명, 4월 178명, 5월 188명으로 늘었고, 남동구와 부평구는 석 달 내내 월 300명 이상의 폐업자를 냈다.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조밀하게 지어진 아파트 배후 상권일수록 숫자가 흔들린다.
왜 이 동네인가 — 배후 인구와 업종 포화
인천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배경으로 물류와 제조가 발달한 도시지만, 생활업종은 그 산업 구조와 무관하게 주거지의 배후 수요에 붙어 있다. 계양구와 부평구, 남동구는 오래된 주거지와 신규 아파트 단지가 섞여 있어 동네 안 상가 경쟁이 세다. 원도심 상권은 새 주거지로 소비가 빠져나가고, 새 아파트 상가는 입주 초반 몇 해에 점포가 몰려 들어간 뒤 배후 인구가 정해지면 남는 자리가 생긴다.
수원 영통구 이의동의 도로 풍경 — 경기 남부 신도시 배후 상권의 한 전형이다. Phong Phat G,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용인 처인구·수지구, 고양 일산서구, 화성 동탄구·효행구, 남양주, 양주, 군포, 양평은 3~5월 세 달 모두 전년 같은 달보다 폐업자가 많았던 9개 지역으로 기사에 명시돼 있다. 신도시와 원도심, 농촌이 섞여 있는 목록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업종 포화의 모양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다만 기사는 업종별 증감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어떤 업종이 늘고 어떤 업종이 빠졌는지는 이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배후가 아니라 '은퇴'가 만든 창업
기사가 주목하는 진짜 원인은 소비가 아니라 사람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차 베이비부머 노동시장 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취업자 약 647만6천명 가운데 19.9%가 이미 생애 주된 일자리를 떠났다. 무려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재취업한 이들의 단순노무 종사자 비중은 주된 일자리의 6.7%에서 12.8%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임시노동자 비중은 7.5%에서 16.7%로 뛰었다.
안정적 재취업이 어려워지자 생계형 창업으로 향한다. 결혼정보업체 연구위원인 김희수 인천신용보증재단 연구위원은 기사 인터뷰에서 전국 기준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2010년 22.8%에서 2025년 39.1%로 늘었다고 말했다. 창업자 수 자체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떠밀려 창업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을 늘리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손님은 그대로인데 같은 동네에 비슷한 가게가 하나 더 생기는 식이다.
통념 깨기 — 죽은 상권이 아니라 '돌아가는 상권'
폐업 304명을 보면 골목이 무너졌다고 읽기 쉽다. 그러나 같은 기간 창업은 411명이다. 이 숫자는 상권이 비었다기보다 계속 채워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그 순환의 질이다. 가게가 바뀌는 속도가 손님과 단골이 쌓이는 속도를 앞지르면, 개별 점포는 성장할 시간을 얻지 못하고 임대료와 권리금만 회전한다.
이때 빈 점포는 새 창업자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누가 그 기회를 잡느냐다. 준비된 사업자는 수익성이 검증된 자리와 조건을 고르고, 준비되지 않은 창업자는 남은 자리와 높은 조건을 받아들인다. 폐업과 창업이 동시에 많은 상권은 역설적으로 '선택이 잘못 배분되는 상권'이 된다.
알아둘 것 — 권리금, 보증금, 월세, 공실률
상가 임대 구조를 모르면 이 숫자를 읽기 어렵다. 임차인이 점포를 빌릴 때 가장 먼저 드는 돈은 보증금이다.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 돈이지만, 그동안 묶여 있는 목돈이 창업 자본을 잠식한다. 매달 내는 월세는 매출과 무관하게 고정 비용으로 나간다. 장사가 안 되는 달에도 나간다.
권리금은 임차인이 이전 임차인에게 시설·영업권·단골·상권 위치의 가치를 사는 돈이다. 법적으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가 있지만 실제 회수 여부는 계약 조건과 상가 상황에 따라 갈린다. 폐업이 늘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나오는 사례가 늘고, 새로 들어오는 창업자는 초기 자본을 보증금·권리금·시설비에 먼저 쓰고 나서 운전자금이 바닥난다. 장사가 안 된다는 판단보다 자금이 먼저 떨어진다.
공실률은 상가에서 비어 있는 점포의 비율이다. 공실률이 올라가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낮추거나, 임차인을 빨리 구하기 위해 조건을 완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실은 즉시 임대료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미 들어온 임차인이 낸 보증금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실과 임대료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시차를 두고 반응한다.
정책은 어디에 쓰이고 있나
기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소상공인 지원사업 통합 공고'를 인용한다. 7개 분야 26개 사업에 1조3천410억원이 편성돼 전년의 23개 사업 8천170억원보다 커졌다. 이 가운데 고정비 부담을 덜어주는 '경영안정 바우처'에 5천790억원, 폐업 지원 '희망리턴패키지'에 3천56억원이 배정됐다. 두 사업이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2(65.97%)를 차지한다.
반면 창업 준비와 역량 강화에 쓰이는 돈은 상대적으로 작다. 올해 새로 도입된 '유망 골목상권' 사업은 예산 125억원, 전국 50곳 내외 선정이다. 기사는 골목형상점가가 2천곳 안팎까지 늘어난 현실과 비교하면 현장 체감 지원은 태부족이라는 지적을 전한다. 돈이 폐업 뒤의 구제와 고정비 완화에 집중되고, 진입 전의 판단과 차별화에는 덜 쓰인다는 뜻이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
기사는 아시아의 사례를 대조로 든다. 일본 나가노현 토비치상점가는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빈 점포와 창업 희망자를 중개하는 자립형 구조를 만들었고, 대만 타이베이 디화제는 오래된 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청년 창업가 유입을 이끌었다. 홍콩 삼수이포는 공공 인프라와 민간의 창작 역량을 결합해 쇠퇴한 도매 골목의 변화를 꾀했다. 우리나라의 지역별 폐업률 비교 통계는 이 기사에 없으므로, 다른 국내 지역과의 직접 비교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료의 한계
이 기사의 수치는 TASIS의 월별 집계를 바탕으로 하므로, 사업자 등록과 폐업 신고 시점의 행정 처리가 반영된다. 실제 영업 종료와 통계상 폐업 사이에는 간격이 있을 수 있다. 또 화성시 효행구처럼 최근 신설된 구는 경계 변경이 아닌 행정구역 재편으로 이전 동월 통계가 재산출됐다는 점을 기사가 밝히고 있다. 정책 평가 부분은 전문가와 지자체 지원 사업의 시각이 섞여 있으므로,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쪽의 이해관계를 감안해 읽어야 한다.
독자에게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지난 3년 사이 가장 자주 주인이 바뀐 가게는 무엇인가. 그 자리에 계속 남은 가게는 무엇을 다르게 했나. 혹시 같은 자리에서 셔터가 오르내리는 것을 '경기 탓'으로만 이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참고 자료
경기일보, 「하루 370명씩 셔터 내린 경기·인천 골목…창업과 폐업 사이 '생존'이 없다 [셔터 거리의 경고, 무너지는 골목상권②]」, 2026년 9월 9일.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908580355
한국고용정보원, 『2차 베이비부머 노동시장 특성과 정책과제』(기사 인용).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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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3 00:31
하루 411명 열고 304명 닫는 거 보면 '순환은 돌지만 질이 나쁘다'는 말이 제일 와닿음. 폐업 지원 3천억에 경영안정 바우처 5천790억 붙은 것도 결국 이미 문 연 사람 구제 쪽이고, 진입 전에 '이 자리면 손해겠다' 판단하게 돕는 돈은 유망 골목상권 125억뿐이라는 게 좀 씁쓸함. 특히 60대 자영업자 비중이 22.8%에서 39.1%로 뛴 건 창업 열기가 아니라 재취업 실패의 뒷면 같음. 수요가 안 늘었는데 공급만 늘면 그 다음 셔터는 또 누가 올리는지가 궁금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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