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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14.7%인데 임대료는 서울의 절반 — 부산 상가가 “싸서도 안 되는” 이유

빗방울 2026.11.05 00:25 9분 읽기 조회 13 · 추천 2

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점포 유리에 A4 한 장이 붙어 있다. 임대 안내문이다. 그 옆 건물에도, 그 옆에도 같은 종이가 붙어 있다. 2026년 4월 30일 부산일보가 이 풍경과 함께 전한 숫자는 건물주에게도 세입자에게도 불편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2026년 1분기(3월 31일 기준) 전국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에서 부산의 오피스 공실률은 14.7%, 서울은 5.2%였다. 2.8배 차이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부산 15.3%, 서울 9.3%였다.

더 이상한 것은 그다음 줄이다. 위험은 부산이 훨씬 큰데, 수익은 정반대로 갈렸다. 1분기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서울 2.35%, 부산 0.80%다. 서울의 3분의 1 수준이다. 중대형 상가 투자수익률도 서울 1.63%, 부산 0.75%로 두 배 차이가 났다. 기사 제목 그대로다. 공실률은 3배, 수익률은 1/3.

비어 있는데 더 싸지도 않는, 가장 곤란한 조합

보통 빈 점포가 늘면 임대료가 내려간다. 자리를 못 채운 건물주가 값을 깎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은 그 완충 장치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상가통합 임대가격지수는 서울이 0.48% 오르는 동안 부산은 -0.01%로 사실상 제자리였고,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서울 0.56% 상승 대 부산 -0.12% 하락이었다.

절대 수준은 더 크게 벌어진다. 1층 기준 1㎡당 임대료는 서울 5만 2,500원, 부산 2만 6,300원이다. 부산의 임대료는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임대료가 싼 도시에서 공실률이 두 배 가까이 높다는 것은, 세입자가 "비싸서" 떠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장사가 안 되거나, 애초에 장사를 시작할 사람이 줄었거나, 둘 다다. 어느 쪽이든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포동이라는 곳은 어떤 자리였나

남포동은 부산의 오래된 원도심 상권이다. 부산 중구, 그러니까 옛 시가지의 중심에 있고, 부산 지하철 1호선 남포역과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광복로가 한 블록 안에 겹친다. 부산을 처음 찾는 사람이 하루로 압축해 걸어 다니는 코스가 대체로 이 일대다.

이 동네의 상권 구조는 두 겹이다. 하나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층 — 먹자골목, 노점, 기념품,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난 대형 카페와 체험형 매장. 다른 하나는 중구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층 — 관공서, 병원, 시장, 오래된 식당. 이 두 층이 같은 골목을 공유해 왔다. 부산일보 기사가 남포동 일대 임대 안내문을 상징으로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도 점포가 비는, 설명이 필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왜 부산만 이렇게 갈렸나 —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

기사에 직접 인용된 한국부동산원 관계자의 진단은 두 갈래다. "관광객이 유입되는 서울과 부산의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시장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존 상권이나 지방은 매출 감소와 공실 장기화에 따른 상권 침체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서울·경기는 강남, 여의도, 마포 등 주요 업무지구 내 안정적인 임차 수요가 이어지며 임대가격지수가 상승했지만, 그 외 지역은 낮은 수요로 임대료 하락세를 이어가며 임대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즉 같은 도시 안에서도 상권이 둘로 쪼개졌다는 얘기다. 남포동의 관광 특수는 살아 있지만, 그것이 오피스와 중대형 상가의 임대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업무 수요는 기업과 기관이 만드는 것인데, 부산의 업무 기능은 서면·센텀 등 다른 축으로 옮겨 간 지 오래다. 관광지의 활기와 업무지구의 공실은 서로 다른 지표이고, 원도심은 그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집계되지 않는 자리에 서 있다.

업종 구성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이 대목에서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업종별 구성 변화를 수치로 제시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 동향 조사는 공실률·임대료·수익률을 다루는 조사이고, 업종별 개폐업은 다른 통계의 영역이다. 따라서 "식당이 줄고 카페가 늘었다" 같은 문장은 이 사료만으로는 쓸 수 없다. 기사가 확인해 준 것은 업종이 아니라 칸의 문제 — 몇 칸이 비었고, 그 칸의 값이 어떻게 움직였는가다. 업종 변화는 관찰과 별도 통계로 확인해야 할 몫으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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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남포동의 보행 상권. 사람이 많은 거리와 빈 점포가 같은 블록에 공존한다 — Ken (Keneckert),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반전: 상권이 죽은 게 아니라, 상권의 값을 매기는 방식이 바뀌었다

14.7%라는 숫자를 "부산 상권 붕괴"로 읽으면 절반만 맞다. 같은 조사에서 부산의 일반 상가 1층 공실률은 6.3%였다. 전국 평균 6.5%보다 오히려 낮다. 사람들이 실제로 걸어 다니며 눈으로 보는 1층 점포는 서울(4.6%)보다는 높지만, 전국 평균보다는 낫다. 반면 15.3%로 튀는 것은 중대형 상가, 14.7%는 오피스다.

이 분리는 상권의 성격을 말해 준다. 1층은 여전히 손님이 있고, 위층과 큰 평수의 매장, 그리고 사무실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원도심에서 건물을 통째로 임차해 쓰던 사업자 — 학원, 병원, 도매, 금융 지점 — 가 빠져나간 자리는 1층 가게 하나로 메울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다른 업종이 채우지도 못한다. 평수와 층, 주차, 엘리베이터 같은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실이 "장사가 안 돼서"가 아니라 "그 칸을 쓸 사람이 이 도시에 없어서" 생기는 국면이다.

한국 상가 임대차의 구조 — 왜 임대료를 깎아도 안 풀리나

한국의 상가 임대차는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세 겹의 돈이 오간다. 보증금은 계약 끝에 돌려받는 담보금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사용료다. 그리고 권리금이 있다. 장사가 잘 되는 자리의 점포를 넘겨받을 때, 시설과 단골, 영업 노하우 값으로 새 세입자가 앞 세입자에게 따로 주는 돈이다. 권리금은 건물주에게 가지 않고 이전 세입자에게 간다.

이 구조가 공실을 길게 만든다. 세입자는 보증금과 권리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므로, 초기 자본이 크게 든다. 앞 세입자가 권리금을 포기하면 계약은 빨라지지만, 이미 낸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손실이 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월세를 조금 깎아도 세입자의 초기 자본 부담은 그대로라, 문턱이 낮아지지 않는다. 임대료 인하가 공실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다. 부산의 임대료가 서울의 절반인데도 공실이 더 많은 현상은, 문제가 월세가 아니라 진입 비용과 기대 매출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공실률은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비율로 압축한 지표다. 14.7%는 "열 칸 중 한 칸 반이 비어 있다"는 뜻이지, 그 건물들이 모두 망했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칸은 재건축을 기다리고, 어떤 칸은 임대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며, 어떤 칸은 주인에게 급하지 않은 자산일 뿐이다. 공실은 시간이 흐르는 상태이지 결말이 아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원문이 비교하는 축은 서울과 지방, 그리고 수도권 업무지구 대 그 외 지역이다. 이 기사 안에서 확인되는 대조는 그것이 전부다. 대구나 세종, 다른 도시의 같은 분기 수치, 혹은 일본·유럽 도심의 사례는 이 사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 자료는 이 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어 두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이번 분기의 공실률 하락이 아니라 상승 압력은 수도권 밖에서, 임대료 하락은 서울을 제외한 전역에서 나타났다. 한 도시의 사정이 아니라 자본과 사람이 한 점으로 모이는 구조의 문제다.

이 숫자를 읽을 때의 한계

이 기사는 한국부동산원의 분기 조사 보도를 1차 자료로 삼는다. 공실률과 수익률은 표본 조사이고, 표본 구성과 조사 시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한 분기의 스냅숏이 추세인지 일시적인 흔들림인지 이 기사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또한 기사에 등장하는 해석은 대체로 조사 기관 관계자의 진단이며, 원도심 상인이나 세입자의 목소리, 지자체의 정책 평가는 담겨 있지 않다. 건물주·중개업계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각도로 읽을 여지도 있다.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상권은 괜찮다"는 문장은 남포동 같은 곳의 실제 체감과 어긋날 수 있으므로, 기사가 제시한 범주를 그대로 인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

독자에게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최근 1년 사이 문을 닫은 가게를 떠올려 보자. 그 자리는 지금 다른 가게가 들어왔는가, 아니면 여전히 비어 있는가. 만약 여전히 비어 있다면, 그 이유는 임대료가 비싸서일까, 아니면 그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할 사람이 없어서일까. 그리고 그 대답은 건물주의 것이 아니라, 그 골목을 걷는 사람들의 것이다.

참고 자료

· 이현정, 「서울보다 공실률은 3배, 투자수익률은 1/3… 비어 가는 부산 상가」, 부산일보, 2026년 4월 30일 18:41. 원문 링크

· 한국부동산원, 2026년 1분기(3월 31일 기준) 전국 상업용부동산 임대시장 동향 조사 (기사를 통해 인용).

· 이미지: Ken (Keneckert), 「Nampo-dong Busy Street」,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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