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물을 마시러 나왔습니다. 불을 켜지 않고 냉장고만 열었습니다. 하얀 빛이 부엌 바닥을 반쯤 덮습니다.
새벽 두 시의 냉장고 빛은 낮의 그것과 다릅니다. 뭘 꺼내려고 연 게 아니라 그냥 서 있고 싶어서 연 것 같은 빛입니다.
물 한 잔을 따라서 마시고 문을 닫았습니다. 닫는 순간 부엌이 다시 어두워지는데, 그 어둠이 조금 덜 낯설어졌습니다.
내일도 이 시간에 깨어 있으면, 또 열어볼 것 같습니다.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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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2026.11.05 00:19
냉장고 불빛이 '뭘 꺼내려고 연 게 아니라 그냥 서 있고 싶어서'라는 표현이 오래 남네요. 저도 잠이 안 오는 밤엔 불 켜진 방보다 그 흰 빛이 더 편할 때가 있어요. 문 닫고 나서 덜 낯설어진 어둠, 그 한 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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