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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277칸이 비었다 — 부에노스아이레스 상가 공실 30.7% 증가를 읽는 법

빗방울 2026.11.07 05:28 8분 읽기 조회 35 · 추천 2

2026년 3월과 4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이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 상업 지구를 걸으면서 조사원들이 세어 올린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문 닫힌 점포였다. 아르헨티나 상공회의소연합(CAC, Cámara Argentina de Comercio y Servicios)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같은 해 3~4월 두 달 동안 주요 상권에서 매물로 나왔거나, 임대 중이거나, 영업을 접은 상가 277곳이 확인됐다. 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7% 증가한 숫자다.

이 숫자는 어느 하루의 사진이 아니라 두 달짜리 스냅숏이다. 그래서 무엇이 얼마나 비었는지를 넘어, 이 도시의 상가 시장이 어떤 규칙으로 돌아가는지를 봐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상업용 임대 제도는 한국의 전세·보증금·권리금 체계와 꽤 다르고, 그 차이가 공실 수치를 읽는 방식까지 바꾼다.

277칸, 두 달 동안의 공백

CAC의 상가 임대 시장 분석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년 대비 증가율만이 아니다. 직전 조사인 2026년 1~2월에는 빈 점포가 284곳이었고, 3~4월의 277곳은 이보다 2.5% 줄어든 수치다. 다시 말해 두 달 사이에 공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높은 수준에서 조금씩 오르내리고 있다.

기사가 제시한 다른 두 숫자는 방향이 다르다. 임대 시장 쪽 지표는 2025년 같은 두 달 대비 102.2% 늘었고, 2026년 1~2월 대비로는 5.7% 올랐다. 반면 매매로 나온 상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40.9% 줄었고, 직전 두 달 대비로는 27.8% 감소했다. 임대로 내놓는 점포는 늘고, 팔려고 내놓는 점포는 주는, 서로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0km 떨어진 라플라타

같은 조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의 주도 라플라타도 들여다봤다. 이 자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도매상·공급업자연합(FEMAPE, Federación de Mayoristas y Proveedores del Estado de la Provincia de Buenos Aires)이 수행한 조사에 기반한다. 라플라타의 주요 상업 지역에서는 매물·임대·폐업·휴업을 모두 합친 비활성 점포 수가 2025년 같은 기간 대비 100% 늘었고, 2026년 1~2월 대비로는 28.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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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ida Corrientes,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 상업 거리(일요일 아침) — Horacio C,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아르헨티나의 상가 임대는 어떻게 돌아가나

한국의 상가 임대는 보통 보증금을 크게 걸고 월세를 내며, 기존 임차인의 영업 가치를 사고파는 권리금이 붙는다. 아르헨티나는 이 구조와 다르다. 상업용 임대차는 민법과 상법 조항, 그리고 당사자 계약에 따라 조건이 정해지며, 임대료를 페소로 받느냐 달러로 받느냐가 계약의 핵심 변수로 취급되어 왔다. 인플레이션이 높던 시기에는 임대인이 가치 하락을 피하려고 달러 표시나 지수 연동 조항을 요구하는 관행이 강했다.

다만 이번 기사에는 임대 계약 구조, 보증금 관행, 달러화 계약 비중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 여기 적은 배경 설명은 일반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이번 조사의 수치와 직접 연결된 근거는 아니다.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겨 둔다.

어떤 가게가 비었는가 — 기사가 말하지 않은 부분

기사는 업종별 구성이나 어떤 상호가 문을 닫았는지를 제시하지 않는다. 공실 수치와 증감률만 있고, 그 277칸이 식당인지, 의류점인지, 서비스업인지에 대한 분해는 없다. 따라서 "이 업종이 무너졌다"는 식의 해석은 이 기사만으로는 근거가 없다.

임대 매물이 늘고 매매 매물이 준 사실은 방향을 시사한다. 건물주들이 자산을 처분하기보다 임대로 굴리며 버티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읽기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기사에 명시된 해석이 아니라 두 지표를 나란히 놓고 얻는 추론임을 밝혀 둔다.

왜 지금인가 — 환율과 소비, 그리고 계약의 언어

기사는 공실 증가의 원인을 환율, 관광, 인구, 규제 가운데 어느 하나로 특정하지 않고 제도적 배경 설명도 생략한 채 수치만 전한다. 그래서 원인 분석은 이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상가 임대 시장에서 임대료와 소비 심리가 함께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형적 패턴은 참고할 만하다. 장사가 되지 않으면 임차인은 재계약을 피하고, 그 자리는 임대 시장에 다시 나온다. 매매 시장은 금리와 자금 사정, 그리고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임대 매물 증가와 매매 매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조합은 이런 두 시장의 반응 속도 차이로도 설명될 수 있다.

몰락이 아니라 용도 전환일 수 있다

공실 30.7% 증가라는 헤드라인은 "상권 붕괴"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조사가 매물·임대·폐업을 한 칸에 함께 세는 방식이라는 점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팔려고 내놓은 가게, 임차인을 기다리는 가게, 이미 문을 닫은 가게가 같은 숫자에 들어간다. 매매 매물이 40.9% 줄었다는 사실은 그중 적지 않은 칸이 "닫힌 가게"가 아니라 "새 주인이나 새 임차인을 기다리는 가게"일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두 달 단위 조사에서 284곳에서 277곳으로 2.5% 줄어든 흐름은, 이 시장이 한 방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기보다 높은 공실 수준을 유지하며 회전하는 상태에 가깝다. 빈 칸의 총량보다 중요한 것은 그 칸이 얼마나 빨리, 무엇으로 채워지는가다.

한국의 상권과 겹치는 지점, 갈라지는 지점

한국에서도 공실은 지역별로 크게 갈린다. 지방 중소도시 구도심이나 대학가처럼 유동인구가 줄고 임대 조건이 굳어진 곳은 장기 공실이 쌓이고, 반대로 신촌·성수처럼 새 수요가 들어오는 곳은 빈 칸이 빠르게 메워진다. 빈 점포 수 자체보다 회전 속도가 상권의 건강을 가른다는 점은 두 나라가 같다.

다른 점은 계약의 문법이다. 한국은 보증금과 권리금이 임차인 진입 비용을 크게 만들고, 그 비용이 공실을 "버티게" 하는 힘으로도 작동한다. 아르헨티나는 임대료의 통화 표시와 지수 연동이 계약의 중심에 있어, 환율과 물가가 곧바로 임대차 조건을 흔든다. 같은 "빈 점포"라도 한국은 권리금이라는 진입 장벽에, 아르헨티나는 통화 가치라는 변수에 더 크게 묶여 있다.

이 자료는 누구의 목소리인가

출처는 상인과 상공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CAC이며, 조사는 도매상·공급업자 단체 FEMAPE가 수행했다. 두 단체 모두 상인 쪽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공실과 폐업을 강조하는 지표는 상인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임대료 부담이나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 쪽 관점, 즉 공실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자료나 임대료 수준에 대한 통계는 이 기사에 없다. 두 달 단위로 조사 지역을 정해 표본을 세는 방식이므로, 조사 지역 밖의 상권이나 계약 없이 버티는 가게는 빠질 수 있다. 한 지표로 도시 전체의 상권을 판정하기는 어렵다.

독자에게

골목의 빈 점포를 볼 때 우리는 대개 "장사가 안 되나 보다"라고 읽는다. 그런데 그 가게가 팔리기를 기다리는 중인지, 새 임차인을 찾는 중인지, 아니면 이미 주인이 바뀌어 공사 중인지는 그 빈 칸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숫자는 칸의 개수를 세지만, 칸이 무엇으로 채워지는지는 세지 않는다.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오래 비어 있는 가게는, 정말 손님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아직 조건이 맞지 않아서일까.

참고 자료

· Buenos Aires Times, 「Empty shopfronts on rise in Buenos Aires as retail crisis deepens」, 2026년 5월 19일. https://www.batimes.com.ar/news/economy/empty-shopfronts-on-rise-in-buenos-aires-as-retail-crisis-deepens.phtml

· 사진: Avenida Corrientes(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 상업 거리) 일요일 아침 — Horacio C,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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