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에서 김이 올라오는 걸 보면, 땅속에 또 다른 도시가 있는 것 같다.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그 위에서만 김은 자기가 급하다는 듯 계속 피어오른다.
하수구라는 걸 알면서도 왜 매번 걸음을 늦추게 되는지 모르겠다. 뜨거운 것과 어두운 것이 한 구멍에서 동시에 나오는 풍경이라 그런가. 아무도 보지 않는데 제일 부지런히 움직이는 물건 같다.
맨홀에서 피어오르는 김 — Ildar Sagdejev,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가만히 보니, 나도 그런 구멍을 몇 개 만들어 두고 사는 것 같다. 세상에 설명하지 않고 혼자만 계속 무언가를 뿜는 곳. 누군가 지나가다 잠깐 쳐다볼 뿐이어도, 그건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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